2007년 문학결산

[2007 문학결산]

중진·신예 소설가 출간 러시

• ◇제1회 아시아·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조직위원장 백낙청·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11월 전북 전주에서 개최됐다.

  문단에서는 “올해 책을 내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다”란 우스갯소리가 떠돌았다. 중진, 신진 소설가들이 대거 신간을 출간해 서점 진열대를 풍성하게 했다. 소출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알갱이도 실해
• 2007년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 가운데 한국문학이 총 12편이다.
• 10편만 100위권에 든 외국문학을 제치고
• 2006년(한국문학 10편, 해외문학 14편) 상황을 역전시켰다. 시 부문도 많은 시인들이 신작을 내놓았다. 현대시 10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행사들이 잇따라 열려 시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 한국이 제1회 아시아·아프리카 문학축제, 한·중 문학인 대회 등을 주도하며 해외교류에 힘을 쏟은 한 해이기도 했다.

◇박완서               ◇황석영                 ◇김훈                    ◇윤성희                 ◇김애란

# 형님, 아우 할 것 없이 신작 발표

황석영씨가 ‘바리데기’, 김훈씨가 ‘남한산성’, 김원일씨가 ‘전갈’을 펴냈다.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남한산성’. 병자호란의 굴욕을 비장하게 기록한 소설은 문학에 무관심했던 남성 독자들을 끌어들여 35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바리데기’는 작가 특유의 서사 미학을 고전설화에 접합한 장편. 25만부 이상 나가면서 작가의 이름값을 더욱 높였다. 김원일씨의 ‘전갈’은 독자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문단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은희경씨는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고, 가을 무렵엔 박완서씨가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를 선보였다. 공지영의 장편 ‘즐거운 나의집’을 비롯해 전경린의 ‘엄마의 집’, 공선옥의 ‘명랑한 밤길’도 빼놓을 수 없다.

20∼30대 젊은 작가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백가흠(‘조대리의 트렁크’), 편혜영(‘사육장 쪽으로’), 김애란(‘침이 고인다’)씨는 두 번째 소설집을 내며 작가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윤성희씨는 세 번째 소설집 ‘감기’를 펴냈고, 정이현씨도 ‘오늘의 거짓말’을 묶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김영하의 ‘퀴즈쇼’,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도 젊은 필치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주었다.

한여름에는 한국형 팩션 바람이 불었다. 김훈의 ‘남한산성’을 비롯해 신경숙 ‘리진’, 김별아 ‘논개’, 김탁환 ‘열하광인’, 이정명 ‘바람의 화원’, 김경욱 ‘천년의 왕국’ 등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평론가는 사료 조사의 부실함을 지적하며 역사소설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시단 쪽 역시 활발했다.

올해는 최초 현대시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발표된 지 꼭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강원도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현대시 100주년 기념 국제 문학행사가 개최됐고, 신경림 시인이 도예가 김용문과 시도자전을 열었다.

현대시에 대한 재조명 분위기 속에 중진과 신진들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김남조의 ‘귀중한 오늘’, 문정희의 ‘나는 문이다’, 김광규 ‘시간의 부드러운 손’, 신달자의 ‘열애’, 최승호의 ‘고비’, 정호승의 ‘포옹’, 황인숙의 ‘리스본行 야간열차’ 등 중견 시인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았다.

젊은 시인의 작품으로는 대표적 미래파 황병승의 ‘트랙과 들판의 별’, 김선우 ‘내 몸 속에 잠드신 이 누구인가’, 권혁웅의 ‘그 얼굴에 입술을’, 신용목의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성윤석의 ‘공중묘지’ 등이 시단을 살찌웠다. 

◇편혜영                ◇김광규                 ◇문정희                ◇김선우               ◇신용목

# 적극적인 해외 교류

지난 11월 전주에서 제1회 아시아·아프리카 문학축제가 개최됐다.

‘유럽중심주의를 극복한다’란 취지에 공감한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 7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서구 제국주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서로의 실체를 편견 없이 바라보는 자리였다. 내세운 명분이 훌륭했음에도 준비 부족으로 알찬 결실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흠이었다. 

한·중 문학인 대회도 주목할 만한 행사였다. 10월 1차 대회에서 모옌, 차오원쉬안 등 중국 대표작가 22명이 한국을 방문해 고은 시인, 소설가 김원일, 신경숙 등과 대담을 나눴다.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2차 대회에선 한국 대표작가단이 중국을 방문해 우의를 다졌다.

세계와 섞이려는 노력에 힘입어 민족문학작가회의도 간판을 한국작가회의로 바꿨다. 1987년 출범한 이래 20년 만이다. 이념과 낡은 민족주의를 뛰어넘으려는 한국 문단의 움직임을 알리는 선언이다. 세계일보,2007.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