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위인들에게 배우는 독서법
지혜·지식의 보물창고서 ‘책읽기 즐거움’에 빠져봐
독서 활동과 독서 이력 관리가 강조되면서 어떻게 자녀에게 책을 읽혀야 하는지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다독(多讀)'을 강요하지 말고 아이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책을 읽는데 참고가 되는 '역할 모델'을 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잘 알고 있는 동·서양 위인들의 독서법에서 방법을 찾아보자.
"쉬운 책 여러 번 읽어라" - 세종대왕의 '백독백습'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측우기 등 과학 도구도 만들어낸 세종대왕은 왕이 되기 전부터 책을 가까이 두는 환경을 만들어 독서를 습관화했다고 한다. 한 가지 책을 백 번 읽고, 또 백 번 쓰면 자연스레 책의 뜻을 알 수 있게 된다는 백독백습(百讀百習)을 실천했다. 한 권을 자주 반복해 읽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즐겼던 세종대왕식 독서법은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적합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책에 흥미가 없는 아이에게 억지로 독서를 강요하면 오히려 거부감만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좋아하고 내용이 쉬운 책이 있다면 한 권을 여러 번 읽힌다. 같은 책이지만 아이는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거나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아이의 손이 닿는 곳에 책을 비치하여 읽고 싶은 책을 곧바로 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책상 아래로 다리가 편안하게 들어가게 해주고, 아이가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책을 읽는지도 살핀다.
"스스로 목표 정해 완독"- 다산 정약용의 '정독'
조선후기의 실학자이자 문인인 다산 정약용은 < 목민심서 > 와 < 경세유표 > 등 500권 이상의 책을 썼고 경제·정치·문화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정약용은 책 읽는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내용을 꼼꼼히 분석하며 읽는 '정독'(精讀)에 능통했다고 한다. 책을 대하기 전에는 독서의 목적과 의지를 다지고, 책을 읽을 때는 핵심을 찾아 따로 적어 두었다.
정약용식 책 읽기 방법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중요한 부분을 메모하며 꼼꼼히 정독하기 위해서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독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 동기와 목표가 중요하다. 독서 효과를 높이려면 아이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목표를 정해 완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책을 읽는 중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표시해 찾아보면서 문맥을 이해하게 한다. 다 읽은 후에는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거나 글로 써본다.
"의문 갖고 논리 키우기" - 케내디의 '비판적 독서'
명 연설가로 유명한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어릴 시절 매일 독서리스트를 정해 책을 읽었다고 한다. 또 글쓴이의 관점에서 책을 읽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에서 의문점을 던지며 비판적 독서를 습관화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주제에 대해 상반된 입장에서 저술한 두 권의 책을 비교하며 읽거나, 책 속 동일 인물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평가해보는 식이다.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비판적 독서는 중·고교생들에게 유용하다. 흔히 < 삼국지 > 에 나오는 조조는 야비한 계략가, 유비는 덕망있는 군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 삼국지 > 를 읽으면서 요즘 시대에는 현실 감각이 뛰어나고 실용주의적인 조조가 리더의 자질이 뛰어난 것 아닐까 하는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케네디 독서법이 자신만의 주체적인 기준과 가치관을 키우는 중·고등학생에게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다양한 시선으로 분석" - 처칠의 '생산적 독서'
영국의 정치가 처칠은 학교 성적은 늘 꼴찌였지만 하루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독서광(狂)'이었다. 책을 많이 읽기도 했지만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 마음의 양식으로 삼는 '생산적 독서법'을 꾸준히 실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문장을 외우고 글로 직접 써보거나,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는 토론을 하는 식이다.
독서 노트나 수첩을 만들어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적어두면 요약 능력과 독해력은 물론 의견을 표현하고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책을 읽고 가족과 주인공의 행동, 작가의 시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양한 시선으로 분석해 보도록 지도하자. 토론은 내 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각적인 이해력을 키워준다. 시험 문제를 맞히듯, '정답'을 요구하는 것은 금물이다. 책의 결말과 주인공의 행동, 배경 지식 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되 아이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를 확인만 하면 된다.
▲ 독서 인재로 키우는 습관
1. 주변에 책을 가까이 두고 원할 때 언제든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2. 책을 읽는 이유와 목적을 분명히 하고, 스스로 의지를 갖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3. 전체를 먼저 보고 구체적인 내용을 꼼꼼히 살핀다.
4. 책 읽기가 어렵다면 백독백습(百讀百習)을 통해 자연스럽게 내용을 깨닫게 한다.
5. 책 속의 중요한 부분을 메모하고, 모르는 단어는 찾아보면서 정독한다.
6. 내용은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비판·분석해본다.
7. 오랜 시간 읽지 말고 일정한 정도 휴식을 가지면서 눈의 피로를 푼다.
8. 책을 읽은 후 인상 깊었던 부분을 되새기며 독서감상문 등을 써본다.
9. 주변 사람들과 책 내용을 토의·토론해 본다.
10. 새로운 정보와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적인 마음을 가진다.
자료:한우리독서토론논술 제공- 한우리독서토론논술연구소·김보미 기자 / 경향신문 201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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