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 향기/사랑詩vs위안詩47 김완수-산책(47)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김완수-산책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어느날 공자가 자로, 염유, 증점, 공서화에게 만일 세상이 너희를 알아준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제자들은 공자의 질문에 어진 정치를 펴 백성들의 삶을 돌보겠다고 포부를 늘어놓았다. 그때 증점은 비파를 타고 있었다... 2008. 12. 16. 황규관-예감(46)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황규관-예감 '폐허’ ‘패배’ ‘실패’ 등의 단어는 발성법 자체에도 균열과 하강의 기운이 스며 있다. 파열음과 마찰음으로 이루어진 이 단어들은, 소리들이 서로 부딪쳐 침전하며 서둘러 끝을 맺는 형태로 발음된다. 이 ‘패배적인’ 발성법을 세상 가득 울려 퍼지는 ‘노.. 2008. 12. 5. 김휘승-하룻밤(45)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김휘승-하룻밤 꼭 이런 밤이었을 때 우리는 그게 누구든 한번 사랑하고 싶어진다. 알 수 없는 대상과 나누는 간절한 사랑은 꼭, 이런 밤이어야만 가능하다. 칠흑 같은 어둠을 배경으로 꽃들이 환하게 필 때, 그 꽃그늘이 온 세상을 덮어 줄 때 우리는 비로소 한 사랑을 흘려보내.. 2008. 11. 28. 이영주-지붕 위로 흘러가는 방(44)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이영주 ‘지붕 위로 흘러가는 방'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여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진이 막 일어났을 때보다, 지진이 끝난 한참 후 다시 아주 먼 곳에서부터 천천히 밀려오는 땅의 울림을 여진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그때 가서야 땅이 갈라진 현상을 이해하고 그.. 2008. 11. 21. 박주택-지조론(43)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박주택-지조론 소설 ‘변신’에서 카프카는 ‘벌레’가 ‘현대인’의 돌연변이임을 선언한 바 있다. 카프카를 편애하는 시인 박주택은 이렇게 충고한다. “최후의 악이 부드럽게 녹아 인격이 될 때까지” “견디게나”…. 최후의 악마저도 부드럽게 녹여 ‘인격’으로 빚어.. 2008. 11. 14. 박남철-겨울 강(42)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박남철-겨울 강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이 있다. 해봐야 되지 않는 헛된 일을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운명이라면? 끝없이 산정으로 돌을 날라야 하는 시지프처럼 그것이 신으로부터 받았든 아니든, 운명이 틀림없다면, 우리는 기꺼이 .. 2008. 11. 7. 오은-섬(41)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오은 - 섬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이 시는 욕조 속에 가만히 몸을 말고 앉아 있다가 물에 잠긴 자신의 발을 보면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 집 안에 불도 켜지 않고 욕조에 물을 받아 놓은 후 바로 벗은 몸으로 그곳에 끄응 들어가 앉아 있어 본 경험이.. 2008. 10. 31. 기형도-숲으로 된 성벽(40)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40) 기형도-숲으로 된 성벽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단어들도 서로 사랑한다.” 노벨상을 받은 멕시코의 위대한 시인 옥타비오 파스의 말이다. 파스의 말처럼, 이 시의 단어들도 서로 사랑하고 있는 듯하다. 저녁노을, 신들의 상점, 하나 둘 켜지는 불빛, 농부들, 작은 당나.. 2008. 10. 24. 박용하 ‘전화보다 예감을 믿는 저녁이 있다(39)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박용하 ‘전화보다 예감을 믿는 저녁이 있다 시평 용하야, 잘 지내고 있느냐. 오랜만에 꺼내든 이 시를 보니 우리가 해치운 술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나를 기절시키려 하는구나. 그래, 그때 우리는 확실히 전화보다 예감을 더 믿었다. 너는 그때 종종 비둘기가 창가에 찾아오곤 .. 2008. 10. 17. 이용한-우체통(38)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이용한-우체통 이 시를 읽고 나면 편지가 쓰고 싶어지는 저녁이 옵니다. 서랍 속에 감추어 두었던 오래된 편지를 꺼내 읽고 싶은 마음이 술렁입니다. 먼지가 내려앉고 귀퉁이가 바스락거리는 그 오래된 편지봉투의 주소를 기억하고 모른 척하고 있던 세월에 지금 자신을 들키.. 2008. 10. 2. 황지우-너를 기다리는 동안(37)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황지우-너를 기다리는 동안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시평 이 기다림은 애절하고 날카롭다. 문을 향한 시선은 금방이라도 폭발하거나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너였다가/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다시 문이 닫히’는 일이 ‘쿵쿵’ ‘가.. 2008. 9. 26. 김정환-어두운 일산(36)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김정환-어두운 일산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시평 사랑을 잃은 남자는 우울하고, 사랑을 잃은 여자는 우아한가? 우울은 어둡고, 우아한 것은 슬픈 것인가? 어둠 속에서 길눈은 이어지고 길은 지워지나? 슬픔 속에서 길눈은 끊어지고 길은 그때에야 비로소 온전한 것이 되는.. 2008. 9. 18.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안현미-음악처럼 비처럼(35)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안현미-음악처럼 비처럼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시평 아마도 이 시인은 하나의 음악을 상상하면서 이 시를 지었나 봅니다. 그 음악은 어떤 음악이었기에 이토록 마음을 춘천교회의 어느 외딴길 건너편에 세워 두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자꾸 귀를 기울이게 하.. 2008. 9. 11.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정호승-바닥에 대하여(34)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정호승-바닥에 대하여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바닥’과 싸우며 살아간다. 각기 처한 세계와 삶의 바닥이 다 다르므로, 누구도 다른 사람의 바닥에 관해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닥에서 어떻게 일어설 것인가에 대해서는 오래 이야기.. 2008. 9. 4.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이성미-화내고 있다(33)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이성미-화내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시평 미칠 듯이 화가 치미는 때가 있다. 참다 참다 드디어 못 참고 막 발광을 하려 할 때, 마침 나보다 더 성질 급한 사람이 옆에서 먼저 화를 터뜨릴 때, 내 마음은 순간 고요해진다. 그래 잘한다. 내 말이 그 말이야. 그럴 때 내 .. 2008. 8. 28.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권혁웅-파문(32)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권혁웅 - 파문 시평 이 시를 읽고 나면 ‘파문’이라는 단어가 궁금해지는 시간이 옵니다. 파문은 물기의 파장이 동심원을 형성하면서 둥글게 둥글게 번져가는 일인데, 번져가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그곳에 지금 어떤 마음이 가고 있는지 잘 몰라도 가슴 한가운데 물기가 맺히.. 2008. 8. 22.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백무산-그대에게 가는 모든 길(31)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백무산-그대에게 가는 모든 길 시평 많은 시인은 ‘그대’에게 가는 ‘하나의 길’을 노래해 왔다. 여럿인 경우에도 그 길은 특별한 몇 개의 길로 모아지곤 했다. 그러나 백무산은 그대에게 가는 ‘모든 길’을 노래한다. “길 밖 허공의 길”까지도 포함하는 백무산의 길들은.. 2008. 8. 14.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황인숙-진눈깨비-죽은 벗에게(30) [현대시 100년-위안의 詩] 황인숙- 진눈깨비2 - 죽은 벗에게 시평 여러 예술의 장르가 있지만 죽은 이를 위로하는 형식을 가진 장르는 드물다. 미술은 정황적이고, 음악은 치명적이며, 무용은 장식적이다. 오로지 시만이 그런 위로가 가능한 형식을 갖고 있다. ‘죽은 벗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이 시는 .. 2008. 8. 7.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