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 탄생 100주년 기념 축제
가을 단풍과 함께 멋들어지게 어우러질 시인과 시낭송가들의 향연이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오는 11월 1일(토) 오후3시부터 3시간에 걸쳐 펼쳐진다. 우리사와 KBS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시인협회, 현대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가 후원하는 한국 현대시 탄생 100주년 기념 축제 <시인만세>가 바로 그것.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泰山같은 높은 뫼 집채같은 바위돌이나/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처…얼썩 처…얼썩 척 추르릉 콱( 海에게서 少年에게 1)'
일본 와세다 대학 고등사범 지리역사과에 입학한 최남선은 모의국회 사건으로 동맹휴학해 입학 석달만에 대학을 중퇴했다. 1907년 가을, 인쇄기를 구입해 귀국해서 자택에 출판사 신문관을 창설했다.
1908년 11월, 그는 월간 종합지 '소년'을 창간해 계몽적인 산문과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 '가을 뜻'을 발표하니 이것이 한국 현대시의 효시가 되었다. 이때 그의 나이 열아홉 살이었다. 11월 1일을 '시의 날'로 정한 유래가 바로 이것이다.
11월1일은 시의 날
KBS와 재능교육은 11월 1일 국립극장에서 현대시 100주년을 기리는 '시인 만세'를 개최한다. 1부는 올 한 해 전국 각 지역별로 치러진 전국 시 낭송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사람들이 벌이는 결선대회이고, 2부는 현역 시인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펼쳐진다. 이 행사는 KBS TV를 통해 방송된다. '시인 만세'는 올해 네 번째가 된다. 첫 번째 '시인 만세'는 현대시 60년을 기념해 1967년에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렸다. 정한모 시인이 사회를, 박종화 이희승 모윤숙 김용호 서정주 조병화 등 당대의 대표 시인들을 총 출동시킨 사상 유례 없는 시의 대축제를 한국일보사 주간한국이 주최했다. 두 번째 '시인 만세'는 1986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는데 이때도 당시 규모가 가장 큰 시의 축제였다.
1987년 11월 1일, 현대시 80년과 11월 1일을 '시의 날'로 제정한 것을 기념하는 세 번째 '시인 만세'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유료 관객으로 좌석을 가득 메우고 암표까지 나도는 대성황이었다. 순수예술도 잘 기획하면 얼마든지 대중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쾌거였다. '시의 날' 선포식에서 한국시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는 '시인 만세'를 기획하고 개최한 김성우 당시 한국일보 자매지 총괄 사장에게 명예시인 칭호패를 수여했다. 세계 최초로 명예시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시인협회는 1992년 김수남 당시 소년한국일보 사장에게 두 번째 명예시인장을 수여했다. 두 명예시인은 시 낭송운동의 전개와 정지용 시인의 복권, 지용제 창설 등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시인협회는 2007년 10월, 박성훈 재능교육 회장에게 세 번째 명예시인패를 수여했다. 전국시낭송경연대회의 연중 개최 등 시 보급에 기여한 공로를 기린 것이다. 김남조 시인은 '이들 명예시인들은 시의 은인'이라고 칭송했다. 김성우씨는 통영, 고 김수남씨는 김해, 박성훈씨는 산청 출생으로 세분의 명예시인들이 모두 경남 출신이다. 또한 부산고 선후배들이기도 하다. 부산고는 국민 가곡이라고 할만한 '기다리는 마음'의 작사자인 김민부 시인을 배출한 시의 전통이 깊은 학교다.
11월 1일에는 또 국내 최초로 현대시 박물관이 문을 연다. 최장수 시 전문 계간지인 '시와시학'의 창간인인 김재홍 경희대 교수가 사저를 개조해 만든 현대시 박물관에는 최남선, 김소월, 한용운, 이상화, 정지용, 임화 등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주요 시와 시인에 관한 자료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체계화했다. '시의 집'이란 현판이 붙은 현대시 박물관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뜻과 정성이 모인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시집인 '해파리의 노래'를 비롯해 주요 시집 초간본 등 희귀 자료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금융대란 시기에 구원의 손길
우리는 왜 시를 읽고 쓰는가? 시의 궁극적 목표는 자기 구원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자기 구원이다. 예술과 종교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시를 쓰고 읽는 것은 인간 정신의 핵심을 꿰뚫는 작업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시 정신이다. 금융대란으로 암흑 속을 헤매고 있는 이때 맞는 한국 현대시 100주년이 구원의 손길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산일보,2008.10.25
'▒ 시의 향기 > 시론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국 시인대회-현대시100주년 (0) | 2008.11.10 |
---|---|
시의 날 (Poetry Day) (0) | 2008.11.01 |
시를 잘 쓰기 위한 10가지 방법 (0) | 2008.09.19 |
시(詩)가 흐르는 휴대전화 (0) | 2008.09.05 |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2) (0) | 2008.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