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동시 - 제 24 편]
꼬까신-최계락
개나리 노오란
꽃 그늘 아래
가즈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하나
아가는 사알짝
신 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가즈런히 기다리는
꼬까신 하나
- ▲ 일러스트 윤종태
시평
이미 숙명이 되어버린 고독한 눈물…
최계락(1930~1970)은 진주에서 출생해 주로 부산에서 활동한 시인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로 시작하는 〈낙화〉의 시인 이형기를 비롯하여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라고 노래한 〈울음이 타는 江〉의 박재삼 등이 그와 비슷한 시기 지역 문단에서 활동하던 시인들이다.
남도 정서라고 할까. 이들에게서는 매일 강과 바다의 쪽빛을 보며 자라난 소년들 특유의 고독이 사무친다. 최계락의 동시 역시 주조음은 외로움이다. '물결이 노닐다/ 몰리어 가면// 하이얀 모래펄에/ 조개 한 마리// 어쩌면 어쩌면/ 울음이 일어// 귀 기울여 멀어가는/ 아득한 소리'(〈바닷가·2〉)와 같은 시에서도 그의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결이 몰리어가고 혼자 남은 조개 한 마리'다. 같이 어울려 흥겹게 놀다 때가 되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소년처럼 조개는 밀려가는 물결을 바라보며 외로움에 사무쳐 조만간 '울음'을 터트릴 태세다.
이 '고독한 울음'은 〈꼬까신〉에서도 배음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이 시의 외로움은 훨씬 정제된 형식을 띠고 있는 편이다. 어룽대는 꽃 그늘 아래 주인을 잃고 '가즈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은 이 정서의 객관적 상관물이다. 그것은 이미 숙명이 되어 버린 어떤 정서다. 이때의 울음은 터져 나오기보다 안으로 내면화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그것은 아련하다 못해 앙증맞기까지 하다. '사알짝' 이라거나 '한들한들'이라는 수식어들을 보라. 이제 외로움은 그것을 애처로워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익숙한 정서가 되었다.
최계락 시인은 40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살다 갔다. 그러나 그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익명의 존재들에게 따뜻한 시적 관심을 보인 시인으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이 밤/ 소리 없이/ 스러져 가는 것들을 위하여// 풀벌레들은/ 저렇게 울어 샀는가 부다'(〈달 밤· 1〉)라고 노래하는 시인의 마음은 이 보잘것없는 존재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다. 2001년 제정된 '최계락문학상'과 진주시 신안동 녹지공원 그리고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 금강공원에 위치한 그의 '시비'는 이 마음을 기리기 위한 살아남은 자들의 그리움을 대변하고 있다.
손대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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