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문학계 결산
문학,부활의 나팔을 불다
'개밥바라기 별' '엄마를 부탁해' 성장소설·가족소설 사랑 받아
문학이 힘찬 부활의 나팔을 분 한 해였다. 소설 독자들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황석영의 《개밥바라기 별》을 읽으며 희망의 미소를 지었다. 현대시 100년을 맞은 시단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결실을 거뒀다. 조선일보는 200회에 걸친 〈애송시〉 대연재로 시의 부활을 이끌었고, 베스트셀러 시집이 잇달아 터졌다. 올 한 해 시와 소설이 거둔 성과를 정리했다.
■ 현대시 100주년, 화려한 르네상스
조선일보가 1월 1일부터 연재한 〈현대시 100년…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이 독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2008년 시 르네상스'의 서막을 열었다. 연재시 100편을 묶은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는 올 하반기에만 5만부 넘게 팔리며 '시집 베스트셀러 붐'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최근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연재를 마치고 출간된 시선집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도 출간 1주일 만에 5000부를 돌파하며 교보문고 시 부문 베스트셀러 7위에 올랐다. 지난 5월 타계한 박경리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10만부를 돌파했다. 이 밖에 신경림의 《낙타》, 안도현의 《간절하게 참 철없이》 등이 1만부를 넘었다.
시를 읽고 쓰려는 대중적 욕구의 확산 현상도 두드러졌다. 지난 10일 마감한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응모작은 지난해(4559편)보다 53%나 늘어난 7003편이었다. 문학평론가 이광호 교수(서울예대)는 "생업을 가진 중년 남성들의 시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우찬제 교수(서강대 국문과)는 "인터넷 덕분에 자신의 글을 남 앞에 드러내는 데 익숙해진 네티즌들이 애송시를 자신의 블로그에 옮겨 적거나 직접 창작까지 하며 시의 새로운 유행에 동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 2008년 문단은 이들을 주목하고 기억했다. 왼쪽부터 소설가 신경숙·황석영씨, 타계한 박경리·이청준씨, 시인 신경림·안도현씨.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소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전통적 성장소설과 가족소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한 해였다. 지난 7월 소설가 황석영이 발표한 《개밥바라기 별》은 청년기의 방황을 딛고 성장해가는 젊은 날 작가의 내면 풍경을 진솔하게 그리며 35만부가 넘게 팔렸고, '어머니의 실종'이란 사건을 통해 가족의 가치를 돌이켜 본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출간 두 달도 안 돼 20만부 가까이 나가며 올 연말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문학평론가 김미현 교수(이화여대 국문과)는 "탈북자와 이민자,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나 가치를 주목하고 옹호하는 공감의 윤리가 독자들에게 상처를 치유하는 문학 본연의 기능을 주목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사태, 멜라민 파동, 미국발 경제위기 등으로 1년 내내 상처받은 이들이 문학의 치유와 카타르시스에 열광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만큼 한 해의 어둠과 고통이 컸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박경리와 이청준이 남긴 것
올해 문단은 박경리와 이청준이라는 큰 별 둘을 한꺼번에 잃었다. 대하소설 《토지》와 장편 《당신들의 천국》으로 한국 문학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두 사람은 떠나면서도 마지막 선물을 남겼다. 박경리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와 이청준의 신작 장편 《신화의 시대》가 그들의 사후에 출간됐다. 문단에서는 두 사람의 업적을 기리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문학평론가 이윤옥씨는 이청준의 유지를 받아 그의 평전을 쓰고 있다. 원주시는 박경리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한 '박경리 문학상'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일보/200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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