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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밖 언어여행/독 . 서

2010 올해의 책-조선일보

by 골든모티브 2011. 1. 9.

[2010 올해의 책 10권] 인문·사회과학 책 '열풍'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지음|이창신 옮김|김영사|404쪽|1만5000원

지난 5월에 번역 출간돼 65만부가 넘게 팔린 올해 최고 화제의 책이다. 인문·사회 서가 연간 베스트셀러 1위(교보문고 집계)를 차지한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 하버드대의 인기 강의 'Justice'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자유사회의 시민은 타인에게 어떤 의무를 지는가, 정부는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자유시장은 공정한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잘못인 때도 있는가, 개인의 권리와 공익은 상충하는가 등, 그동안 익히 들어온 논쟁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고민해 보라고 권유한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칸트, 벤담, 밀, 롤스에 이르기까지 고대부터 근·현대 정치철학의 흐름 속에서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인 '행복의 극대화', '자유', '미덕'의 추구를 대변하는 대표적 이론들의 장단점을 살펴본다. 정치 성향에 상관없이 모든 독자가 읽을 만한 이 책은 "사회적 이슈와 갈등이 강하게 표출됐던 이 시대에 대중이 무엇을 듣고 싶어하는지를 판매 수치로써 입증해 보인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지음|김희정·안세민 옮김|부키|368쪽|1만4800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쓴 이 책은 올해 말 출판시장을 허리케인처럼 강타했다. 8월 영국에서 영문(英文)으로 출간됐을 때 영국 언론들의 집중조명을 받았던 책은 10월 30일부터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했고 11월 12일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인터파크 등 4대 인터넷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면서 단숨에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이후에도 돌풍은 이어져 출간 한 달 만에 14만부가 팔렸으며, 현재까지 총 20만부가 판매됐다.

"자유시장은 없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으로 시작하는 책은 "경제를 경제로만 보지 말고 배후에 있는 정치적·윤리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거듭 전달한다. 이 책이 쉽지 않은 내용에도 일반 독자들까지 매혹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출판계에서는 50만부 가까이 팔린 장 교수의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독자층이 그대로 흡수된 점, 앞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30~40대 남성을 중심으로 인문·사회과학서에 대한 수요층이 형성된 점 등을 꼽고 있다.

생각 버리기 연습/고이케 류노스케 지음|유윤한 옮김/21세기북스|244쪽|1만2000원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면 병(病)이 된다. 생각하지 않고 오감(五感)으로 느끼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도쿄대를 졸업한 30대 초반의 일본 승려가 무념무상(無念無想)에 이르는 마음 수행법에 대해 쓴 책이다. 탐욕·분노·어리석음 등이 마음을 어지럽힐 때 감정을 억압하거니 발산하지 말고 한발 물러서서 응시하면 번뇌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요지다. 지난 2월 일본에서 출간돼 7개월 만에 20만부를 돌파한 이 책은 국내에서 지난 9월 번역 출간된 이후 줄곧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들며 현재까지 16만부 가까이 팔렸다.

어려운 불교 이론을 쉽게 풀어썼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은 이유는 뇌(腦)가 그를 '자극'으로 받아들여 좋아하기 때문이다" 등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강점이다. 불교 관련 책이 오랜만에 베스트셀러가 된 데 대해 출판사측은 "쓸데없는 생각들을 내려놓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연습으로 그것이 가능하다고 한 컨셉트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위대한 설계/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전대호 옮김|까치|252쪽|1만8000원

"신(神)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 영국의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지은 이 책은 출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우주 대폭발)'이 신의 개입이 아니라 중력의 자연법칙에 의해 저절로 생긴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이 책에 대해 수많은 종교인이 비판에 나섰고, 이에 맞서 비(非)종교인 과학자들이 호킹 박사를 지지하면서 양측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책의 첫머리에서 호킹 박사는 단언한다. "철학은 이제 죽었다. 철학은 현대과학의 발전, 특히 물리학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했다. 지식을 추구하는 인류의 노력에서 발견의 횃불을 들고 있는 것은 이제 과학자들이다."

양자이론과 M이론 등 복잡한 물리학 이론들이 대거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말로 번역된 뒤에 과학서적으로서는 드물게 한동안 종합 베스트셀러 6~7위에 오를 정도로 일반 독자들에게도 호응이 좋았다. '스티븐 호킹'이라는 저자 이름만으로도 한 번쯤 책장을 넘기고 싶은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혼·창·통/이지훈 지음|쌤앤파커스|304쪽|1만4000원

'혼·창·통'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책이 올해 경제·경영계를 흔들었다. 조선일보 주말 경제섹션 '위클리비즈'의 편집장인 저자는 지난 3년간 세계의 다국적기업 CEO들과 경제·경영 석학들을 심층취재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일관되게 흐르는 메시지를 발견했다. 모든 성공과 성취의 비결에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있었다. '혼(魂)'은 듣는 사람의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비전과 신념·소명의식이며, '창(創)'은 늘 "왜?"라고 물으며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새롭고 어려운 길을 가는 도전정신이다. 그리고 '통(通)'은 문자 그대로 "어떻게 조직 내부를 비롯해 거래처·고객 같은 조직 외부와 원활하게 소통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책은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 명예회장, 번트 슈미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 등 대가(大家)들의 울림 있는 메시지와 세계 각국 기업의 생생한 사례들로 가득하다. "경제·경영 현장에서 우러나온 책으로부터 삶과 조직 운영 원리에 대한 통찰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들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평가다.

선(禪)과 모터사이클 관리술/로버트 M. 피어시그 지음|장경렬 옮김/문학과지성사|800쪽|1만8000원

미국 문학 역사에서 가장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소설은 1974년 처음 출간돼 23개 언어로 번역됐고, 전 세계에서 600만부가 판매됐다. 소설의 중심 내용은 정신병력이 있는 아버지와 열한 살짜리 아들이 미국 중북부 지방에서 서부 태평양 연안까지 모터사이클을 타고 17일간 달리며 나눈 대화다. 정신병 치료 과정에서 과거의 기억을 거의 상실했던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한 여행을 통해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아 간다.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물질문명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다. 주한미군으로 복무했던 저자는 이에 대한 답인 선(禪)의 사례로 한국의 옛 성벽을 거론한다. 그는 "기술공학적 행위의 산물인 한국의 성벽이 아름다운 것은 인부들이 자기초월의 상태에서 그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한국 인부들이 성벽을 쌓는 자세는 모터사이클 관리 기술과 연결되고, 이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탐구로 발전한다. '정신 대(對) 물질'이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를 훌륭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신경숙 지음|문학동네|380쪽|1만1500원

소설가 신경숙씨가 지난해 최대 베스트셀러였던 '엄마를 부탁해' 이후 내놓은 또 하나의 화제작. 마음의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는 신경숙 특유의 섬세하고도 밀도 높은 글쓰기는 순(純)문학의 높은 성취를 유지하면서도 한번 맛 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든 매력을 발산한다.

누구도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을 느낀다. 소설의 주인공인 대학 신입생 정윤은 '내 목소리가 어떤지 들은 사람도 없을 것'(29쪽)이라 생각하고 휴학계를 낸다. 그리고 자기 방의 유리창을 검은 도화지로 가리고 세상으로부터 단절한다. 그런 정윤을 구하는 것은 명서의 사랑이다. 타인에 대한 관심은 이 소설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로 상징된다. 그 전화는 상처와 고독 속에 머물러 있는 그녀를 향해 뻗어오는 손길이다.

신경숙씨는 "글을 쓰고 나면 문장의 리듬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 목소리로 읽어본다"며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담은 글의 문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더블(전 2권)/박민규 소설집|창비|각 304·308쪽|각 권 1만2500원

박민규를 두고 문단이 '무규칙 이종격투기 선수'라고 말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집. SF와 무협 같은 장르적 글쓰기, 만담에 버금가는 해학적 서사, 대중문화 아이콘을 변용한 독특한 상상력, 사회적 약자층에 대한 관심과 응원, 삶의 유한함에서 비롯되는 비극성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 등 전방위로 가지를 뻗은 작품 18편을 실었다. 소설집을 두 권으로 나누고 각각의 책에 옛날 레코드 LP판처럼 사이드A, 사이드 B라고 이름 붙였다.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중년 남자가 죽음을 앞두고 어린 시절 친구들이 있는 시골 동네로 돌아가 겪은 사연을 담은 '근처'는 생(生)의 근원적 허무를 들춘다. 반면 SF적 상상력이 빛나는 '깊'에서는 1만9000m 아래 심해에서 발견된 해구(海溝)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몸에 심해저 생명체의 체액(體液)을 주입한 뒤 심해로 뛰어드는 신인류 디퍼(deeper)를 창조한다. 박민규는 이처럼 생의 허무와 그 반대로 존재의 의미를 캐는 실존의 모험 사이에 놓인 커다란 강을 다양한 방법으로 헤엄치는 수영선수인 것이다.

동화처럼/김경욱|민음사|360쪽|1만1000원

2009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경욱씨가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한 작품이다. 같은 상대와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하는 남녀의 연애 이야기다. 내용은 제목과 달리 동화적 사랑과 대비되며 더욱더 남루해진 현실의 냄새로 가득 차 있어, 통속과 순문학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작가의 역량이 소설 전반에서 묻어난다.

'침묵의 별의 언어'만 아는 명제와 '눈물의 별의 언어'만 아는 장미는 두 번의 이별을 겪고 나서야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의 의미를 깨달으며 진정한 부부로 거듭난다. 전혀 동화적이지 않은 '결혼 이후의 삶'이 언뜻 동화의 비현실성에 대한 비판으로 읽히지만 실은 지극히 사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일상에 뿌리내리는 글을 쓰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돋보인다.

결혼 생활과 이혼 과정을 실감 나게 묘사했고, 관념적 색채가 짙었던 문체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바뀌었다. 애잔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내용이 한층 능수능란해진 서사와 맞물려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티나 실리그 지음|이수경 옮김|엘도라도|256쪽|1만2000원

미국 스탠퍼드대의 '기업가 정신과 혁신' 강의를 정리한 책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행복을 찾고 나름의 성공을 일군 많은 인물들의 사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여러 과제를 풀어나가는 스탠퍼드 학생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탠퍼드대 교수인 저자는 학생들에게 5달러와 2시간을 주고 최대한의 수익을 올려보라고 주문하는 등 다소 황당해 보이는 다양한 과제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 기발한 해법을 모색할 때 남다른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을 깨우치게 한다. 또한 '최고(最高)'의 아이디어와 '최악(最惡)'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성공적인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방법, 타인의 생각을 토대로 사고를 확장하는 방법, 사회 속에서 팀원으로 동료들과 함께 성공을 거두고 그 결실을 공유하는 방식 등을 각종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기업가 정신'이 각자의 인생에도 필요한 것임을 멋지게 담아냄으로써 자기계발서의 진화를 확인케 해준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선일보,201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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