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문화계 결산/ 문화현장 - 문학
정영문 소설 문학상 3관왕 <어떤 작위의 세계>
세계문학선집 출감 붐(열풍) - 민음사, 문학동네, 창비
황석영 등단 50주년 <여울물소리>
▲ 2012년을 빛낸 문인들. 왼쪽 위부터 공지영, 이시영, 김주영, 황석영, 김선우, 정영문, 진은영, 신용묵, 김애란씨. 그리고 올해 타계한 이성부 시인 |
2012년은 이명박 정부 5년차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면서 문인들이 작품 안과 밖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높인 한 해였다. 용산 철거민 참사를 표제로 삼은 이시영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연대와 사랑으로 묶인 인간의 공동체에서 혁명의 근거를 찾고자 한 김선우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는 물론, 진은영 시집 <훔쳐가는 노래>와 신용목 시집 <아무 날의 도시>도 특유의 비의적이며 상징적인 어조로 정치적 상상력의 폭과 깊이를 보여주었다.
소설 역시 현실의 질곡을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했다. 용산참사를 연상시키는 철거민 투쟁과 소년의 성장담을 포개 놓은 정도상의 <은행나무 소년>, 김진숙의 크레인 농성을 떠올리게 하는 노동자 투쟁을 배경에 깐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사대강 사업에 대한 환멸과 저항 의지로 마무리되는 성석제의 <위풍당당>, 그리고 장편은 아니지만 역시 무분별한 재개발 사업과 크레인 농성을 포함시킨 김애란 소설집 <비행운> 등은 당대인들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작가들의 공감 능력을 보여주었다.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삶을 그린 방현석의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1970·80년대 학생운동권 내부의 순수와 치부를 들춰낸 권여선의 <레가토>, 90년대 학생운동의 풍경을 포착한 손홍규 소설집 <톰은 톰과 잤다>, 그리고 파주로 짐작되는 접경 도시를 배경으로 이 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의 그늘을 잔잔하게 묘사한 전경린의 <최소한의 사랑> 등도 시·공간의 이동을 통해 현실 문제의 뿌리를 찾고자 시도했다.
쌍용차 사태를 다룬 공지영의 논픽션 <의자놀이>는 인기 절정의 작가가 당대의 고통에 감응해 빚어낸 문제작이었다. 사태의 진상을 널리 알리겠다는 다급함과 절박함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독자들과 동료 문인들에게 주는 울림은 적지 않았다.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문인들은 작품 바깥에서 더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젊은 문인들은 인터넷 사회관계망을 중심으로 ‘작가행동1219’를 결성해 쌍용차 사태와 비정규직 노동, 제주 강정 해군기지, 정부의 언론 장악 등을 주제로 한 북콘서트를 마련했다.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젊은 시인과 소설가 들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젊은 시인·소설가 137명’ 명의의 성명을 발표해 ‘이명박근혜 정권’의 ‘교대’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작품의 양적·질적 축적도 이어졌다. 문인수의 <적막 소리>, 문정희의 <카르마의 바다>, 백무산의 <그 모든 가장자리>, 곽재구의 <와온 바다>, 류시화의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김기택의 <갈라진다 갈라진다>, 안도현의 <북항>, 장석남의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문태준의 <먼 곳> 등 중견 시인들의 신작 시집과 함께 <역진화의 시작>(장석원) <아무튼 씨 미안해요>(김중일)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박연준)와 같은 젊은 시인들의 시집이 시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원로 작가 김주영이 자전소설 <잘가요 엄마>를 내놓았으며, 황석영의 <여울물소리>,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 천명관의 <나의 삼촌 브루스 리>,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 중견들의 신작이 반가웠다. 정이현은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과 협업을 거쳐 <사랑의 기초-연인들>을 내놓았다.
관념과 무위의 독자적인 세계를 추구해 온 소설가 정영문이 <어느 작위의 세계>로 대산문학상·동인문학상·한무숙문학상 등 문학상 3관왕을 기록한 것도 이채로웠다. 한·중·일 문인들의 ‘삼국지’로 관심을 모았던 노벨문학상은 중국 작가 모옌에게 돌아갔으며, <엄마를 부탁해>의 신경숙은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맨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다.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도종환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하라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권고가 한바탕 소동 끝에 없던 일이 되었다. <백제행>의 시인 이성부가 타계했으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300권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은 100권에 이르렀고, 창비 역시 세계문학 시리즈를 출범시켰다. 최재봉 기자 <한겨레> 2012.12.16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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