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 향기/[애송시 100편]100 [애송시 100편-제10편] 사슴, 노천명 [애송시 100편 - 제10편] 사슴 사슴 -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곤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쳐다본다 <1938년> ▲ 일러스.. 2008. 1. 14. [애송시 100편-제9편] 한잎의 여자, 오규원 [애송시 100편- 제9편] 한 잎의 여자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 2008. 1. 11. [애송시 100편-제8편] 묵화, 김종삼 [애송시 100편 - 제8편] 묵화 묵화(墨畵) 김 종 삼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1969> ▲ 일러스트=잠산 시평 김종삼(1921~1984) 시인의 시는 짧다. 짧고 군살이 없다. 그의 시는 여백을 충분히 사용해 언어가 잔상을 갖.. 2008. 1. 10. [애송시 100편-제7편] 사평역에서, 곽재구 [애송시 100편 - 제7편] 사평역(沙平驛)에서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 2008. 1. 9. [애송시 100편-제6편] 동천, 서정주 [애송시 100편 - 제6편] 서정주 '冬天(동천)' 동천 <서정주>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은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일러스트=잠산 시평 겨울 밤하늘을 올려 본다. 얼음에 맨살이 달라붙듯 차갑.. 2008. 1. 8. [애송시 100편-제5편] 꽃, 김춘수 [애송시 100편 - 제5편] 김춘수 ‘꽃’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2008. 1. 7. [애송시 100편-제4편] 즐거운 편지, 황동규 [애송시 100편 - 제4편] 황동규 ‘즐거운 편지’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2008. 1. 7. [애송시 100편-제3편] 남해금산, 이성복 [애송시 100편 - 제2편] 이성복 ‘남해금산’ 남해 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 2008. 1. 7. [애송시 100편-제2편] 풀, 김수영 [애송시 100편 - 제2편] 김수영 ‘풀’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 2008. 1. 7. [애송시 100편-제1편] 해, 박두진 [애송시 100편 - 제1편] 박두진 '해' ▲ 일러스트= 잠산 시평 쥐띠 해가 밝았다.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킬 새해가 밝았다. 현대시가 출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가 밝았다. 대통령 당선자는 근심과 탄식의 소리가 멈춘 ‘생생지락(生生之樂)’의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어둠으로 점철된 현대사 속에서 우리 .. 2008. 1. 7. 이전 1 ···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