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의 향기/애송 사랑詩53

바람 부는 날-김종해[35]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5] 바람 부는 날-김종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 2008. 11. 1.
어느 사랑의 기록-남진우[34]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4] 어느 사랑의 기록-남진우 사랑하고 싶을 때 내 몸엔 가시가 돋아난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은빛 가시가 돋아나 나를 찌르고 내가 껴안는 사람을 찌른다 가시 돋친 혀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핥고 가시 돋친 손으로 부드럽게 가슴을 쓰다듬는 것은 그녀의 온몸에 피.. 2008. 10. 31.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33]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3]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이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 2008. 10. 30.
거미 - 김수영 [32]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2] 거미 - 김수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1954년> ▲ .. 2008. 10. 29.
사랑의 역사-이병률[31]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1] 사랑의 역사-이병률 왼편으로 구부러진 길, 그 막다른 벽에 긁힌 자국 여럿입니다 깊다 못해 수차례 스치고 부딪힌 한두 자리는 아예 음합니다 맥없이 부딪혔다 속상한 마음이나 챙겨 돌아가는 괜한 일들의 징표입니다 나는 그 벽 뒤에 살았습니다 잠시라 믿고도 살고 .. 2008. 10. 28.
찔레 - 이근배[30]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0] 찔레 - 이근배 창호지 문에 달 비치듯 환히 비친다 네 속살꺼정 검은 머리칼 두 눈 꼭두서니 물든 두 뺨 지금도 보인다 낱낱이 보인다 사랑 눈 하나 못 뜨고 헛되이 흘려버린 불혹 거짓으로만 산 이 부끄러움 네게 던지마 피 걸레에 싸서 희디흰 입맞춤으로 주마 내 어.. 2008. 10. 27.
파문-권혁웅[28]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8] 파문-권혁웅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 2008. 10. 24.
세상의 등뼈-정끝별[27]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7] 세상의 등뼈-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 2008. 10. 23.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2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6]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 2008. 10. 22.
원시 (遠 視)-오세영[24]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4] 원시 (遠 視)-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 2008. 10. 18.
질투는 나의 힘-기형도[23]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3] 질투는 나의 힘-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 2008. 10. 17.
민들레-신용목[22]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2] 민들레-신용목 가장 높은 곳에 보푸라기 깃을 단다 오직 사랑은 내 몸을 비워 그대에게 날아가는 일 외로운 정수리에 날개를 단다 먼지도 솜털도 아니게 그것이 아니면 흩어져버리려고 그것이 아니면 부서져버리려고 누군가 나를 참수한다 해도 모가지를 가져가지.. 2008. 10. 16.
한(恨)-박재삼[21]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1] 한(恨)-박재삼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 2008. 10. 15.
그리운 부석사-정호승[20]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0] 그리운 부석사-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마지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 2008. 10. 14.
사랑의 기교 2-라포로그에게-오규원[19]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9] 사랑의 기교 2-라포로그에게-오규원 사랑이 기교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는 사랑이란 이 멍청한 명사에 기를 썼다. 그리고 이 동어 반복이 이 시대의 후렴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까지도 나는 이 멍청한 후렴에 매달렸다. 나뭇잎 나무에 매달리듯 당나귀 고삐에 .. 2008. 10. 13.
서울역 그 식당-함민복[18]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8] 서울역 그 식당-함민복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 2008. 10. 11.
열애-신달자[17]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7] 열애-신달자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 2008. 10. 10.
가난한 사랑 노래-신경림[16]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6] 가난한 사랑 노래-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 2008.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