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10대 시인] <2>한용운
'님의 침묵' 이별의 역설… 슬픔의 극한서 찾은 희망 | ||||||||||
◆해설
이 작품은 독립지사이며 승려였던 만해 한용운이 설악산 백담사에서 창작하여 1926년 간행한 시집 <님의 침묵>의 표제작이다. ‘님의 침묵’은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님이 침묵한다는 것은 님의 부재를 통한 현존을 가리킨다. 침묵은 절대 무(無)로서의 없음이 아니라 있음의 없음이며 활동하는 없음이다. 가시적인 현상으로는 부재하지만 비가시적인 본질에서는 분명 현존하는 것이다. 제목이 내포하고 있는 반대일치의 역설은 이 시의 내용구성의 기본적인 형성원리이다. 10행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기, 승, 전, 결의 4연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4행에 이르는 첫 연은 님과의 이별의 정황과 그 통절한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님이 가시적인 현실 세계에서 비가시적인 세계로 떠난 것이다. 시적 화자는 주체하기 힘든 이별의 아픔을 겪게 된다. 이별의 아픔은 서술형 어미 ‘갔습니다’의 거듭되는 반복을 낳는다. 님이 떠나면서 ‘황금의 꽃’ 같던 ‘옛 맹세’는 ‘한숨의 미풍’이 되고 말았으며 추억은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지’고 만다. 두 번째 연에 해당하는 5, 6행은 절대적 사랑의 대상으로서의 님에 대한 회억과 뜻밖의 이별에 대한 ‘새로운 슬픔’을 전언하고 있다. 절대적 사랑이 오히려 이별의 슬픔을 극대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3연에 이르면 1, 2연에 걸친 이별과 슬픔의 하염없는 하향곡선이 ‘새 희망’의 상승의지를 불러오는 역동적 힘으로 전환된다. 슬픔의 극한이 역설적으로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 슬픔과 희망이 상반성을 넘어 연속성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역설은 궁극적으로 이별과 만남 역시 근원 동일성을 지닌다는 깨달음을 낳는다. 만남이 이별의 전제이듯이 이별은 만남의 전제가 되는 것이다. 마치 밤의 어둠이 낮의 밝음을 불러오고 낮의 밝음이 밤의 어둠으로 치환되는 이치와 상응한다. 그래서 마지막 연에 이르면 시적 화자는 첫 행의 ‘님은 갔습니다’라는 현상적 사실을 넘어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얏습니다’라는 반대일치의 심원한 근원을 노래하게 된다. 이제 그의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현실적 결핍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찬연할 수 있다. 한용운이 ‘님의 침묵’의 역설의 원리에 입각한 절대적 사랑을 통해 식민지하의 어둠 속에서도 일관되게 자신은 물론 겨레의 아픔을 위무하며 삶의 희망을 지켜내었던 배경이 여기에 있다.
◆약력
▦1879년 충남 홍성 출생. 호 만해(萬海) ▦1905년 강원 백담사에서 승려가 됨 ▦1913년 <조선불교유신론> 출간해 불교의 개혁과 현실참여 주장 ▦1919년 3ㆍ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에 참가했다가 복역 ▦1926년 시집 <님의 침묵> 출간 ▦1935년부터 장편소설 <흑풍> <후회> <박명> <삼국지> 등 신문 연재 ▦1944년 서울 성북동 심우장에서 중풍으로 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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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10/15 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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