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과 삶의 향기/문인 행사

책 함께 읽자-문태준시인과 함께

by 골든모티브 2009. 4. 21.

책 함께 읽자-시낭송회

 

가재미의 시인 문태준시인과 대화

수런거리는 뒤란(2000), 맨발(2004), 가재미(2006), 그늘의 반달(2008)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

 

1. 시를 쓰는 이유가 있다면요?

자기 해소이죠, 시를 안 쓰면 오랫동안 목욕탕에 가지 않은 몸처럼 제가 괴로워요. 좋은 시를 발견하면 뭔가를 발명한 듯한 느낌, 혹은 비밀을 캐낸 듯한 느낌을 받아요. 시를 쓰고 나면 시원하고 후련한 느낌을 받아요.

 

2. 시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다 알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쓴 사람도 자기 것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시는 영혼의 작업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저 짐작하는 것 그것을 즐기라는 거죠. 한 편의 시가 주는 느낌, 무늬를 즐기면 좋을 것 같아요

 

3. 마음에 드는 시집이나 시를 추천해 주세요

동시대를 사는 시인이 쓴 시들을 읽는 것이 가장 빨리 시를 알게 되는 방법인 것 같아요. 최근의 시로는 나희

덕의 야생사과, 이대흠의 귀가 서럽다, 안현미의 곰곰, 남진우 시들이 좋았어요

 

4. 시가 가지고 있는 힘은 무엇인지요?

나와는 다른 것들을 이해하게 해 주는 것 같아요. 나와는 다른 것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고 자기 생각을 시를 통해서 표현할 수 있다는 거죠.

 

 

[문태준시인과 박지호 연극배우와 함께 시낭송회]

 

 문태준시인 : 맨발, 가재미 등 소월시문학상, 미당문학상, 동서문학상 수상

 

 박지호 연극배우 : 극단 작은신화 / 맥베드 더 쇼, 굿킬 등 다수 작품 출연

 

"저는 아무리 짧은 시라도 낭송할 수 있는 시가 한 편도 없어요. 저는 그 순간에 대상과 물건과 내가 탁 맞부딪치면서 섬광처럼 생겨나는 빛, 이런 걸 즐기는 거지, 이것이 만들어내서 이미 작품화된 것을 또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또 다른 섬광을 기다리는 거죠"

 

[독서능력 향상을 위한 읽기 지도 : 저자와의 대화]

 

1. 푸른 곰팡이-산책시1 : 이문재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 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중략>

 

 

2. 묵화-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혔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3. 공기로 지은집-정현종

 

양평 어떤 골짜기에

김화영이 집을 지었다고 해서

가 보았더니

집은 보이지 않고

맑은 공기만 가득하다.

공기로 집을 지은 모양이다.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드나들거나

공기-바닥이요 공기-문

이며 공기-벽이다.

집 짓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을수록

싸움질을 많이 했을수록

집은 더욱더

공기이다.

곡신(谷神)이 너부러져 있고

골짜기의 허파로 숨을 쉰다.

 

 

4. 안경이 없어서-박라연

 

수십 년을 하루같이 수십만 평의

자연을

밥벌이시키며 구십이 저무는 타샤 튜더

그녀는 이 세상을 벌면서

저 세상도 벌고 있었다는 것

 

너무 늦게 알아봤어

 

이 세상과

다른 세상을 경계없이 드나드는

심부름꾼인 양 그녀

저절로 조금씩 자연으로 바뀌어져서

장례도 필요 없다는 걸

 

우리는 생의 편이지만

생은

죽음의 편이라는 걸

 

 

5. 아침-문태준

새떼가 우르르 내려앉았다

키가 작은 나무였다

열매를 쪼고 똥을 누기도 했다

새떼가 몇 발짝 떨어진 나무에게 옮겨가자

나무 상자로밖에 여겨지지 않던 나무가

누군가 들고 가는 양동이의 물처럼

한 번 또 한 번 출렁했다

서 있던 나도 네 모서리가 한 번 출렁했다

출렁출렁하는 한 양동이의 물

아직은 이 좋은 징조를 갖고 있다

 

김동기, 한서고, 국어교사  

 

'❀ 문학과 삶의 향기 > 문인 행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동주 땅집  (0) 2009.12.20
한일 문화교류의 밤  (0) 2009.11.14
2009 한강 문학축전  (0) 2009.10.09
시야 놀자/김달진문학관  (0) 2009.07.11
제1회 육필문학 백일장 대회   (0) 2009.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