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에 크게 공헌한 기독 문인들
신앙 문학 삶으로 그분을 써내려가다
한국 기독교 역사 120여년 동안 기독문인들은 한국 근대문학 형성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나 정확한 평가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문화면은 월간 '창조문예'의 도움을 받아 한국문학에 공헌한 기독교 문인들은 누가 있는지, 작품 속에 신앙은 어떻게 반영했고 삶은 어떠했는지 알아봤다.
◇ 기독 작품으로 살아 있는 문인들 =기독교 문인으로는 윤동주(1917∼1945) 시인을 빼놓을 수 없다. '서시'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와했다"고 노래한다. 여기에서 '하늘'은 그가 지향하는 정신의 세계, 신의 세계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현실을 기독교 신앙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시인은 '십자가'에서 "괴로웠던 사나이/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십자가가 허락된다면'이라고 열망했으며 '또 다른 고향'에서는 '어둠을 짖는 개'를 통해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인 높고 숭고한 세계로 가자고 촉구한다. 이외에도 작고한 기독교 문인들로는 임옥인 양주동 김현승 강소천 박목월 권영택 박영준 박계주 주요한 김말봉 김요섭 구상 박화목 등이 있다.
김현승(1913∼1975) 시인은 목사의 아들로 잘 알려져 있다. 한 일간지가 연초 지면에 실을 시를 청탁하자 "기독교 신앙시가 아니면 싫다"고 해 결국 관철시켰다는 일화도 전해 온다. 시인은 전통적으로 불길한 새의 이미지인 까마귀를 기독교적 세계관을 접목해 독특한 개인적인 상징으로 만들었다.
시인이자 아동문학가로 가곡 '보리밭'과 동요 '과수원길'의 작사자인 박화목(1924∼2005)은 "시를 쓴다는 것은 야곱이 얍복강 나루터에서 천사를 만나 결코 결판이 나지 않을 씨름을 하는 것과 같다"며 격렬한 시적 투쟁 후 구원과 영원을 기대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조금은 낯선 여류 소설가 임옥인(1911∼1995)도 기독교문학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다. 1940년 '문장'지에 '봉선화' '고영' 등의 단편소설이 추천되면서 데뷔한 그는 단편 '후처기', 장편 '월남전후' 등을 썼다. 1975년 YWCA회장으로 봉사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죽다 살아난 그는 하나님의 기적으로 새 생명을 얻은 데 감사해 '새손의 노래'라는 간증시를 쓰기도 했다. 이후 1980년 문예전도지 '말씀'을 간행하는 등 전도 사업에 힘을 기울였다.
◇ 기독작품을 통해 호흡하는 문인들 = 황금찬(1918∼)시인은 여전히 한국 문단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는 삶과 신앙과 시를 분리하지 않고 살아온 시인이다. 그의 신앙시는 '인생에 구현된 예수의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신앙시선인 '영혼은 잠들지 않고'의 머리말에서 "신앙의 시는 기도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다 잠들 때 홀로 깨어 드리는 기도처럼 그렇게 쓰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세상 속의 갈등을 기도로 극복하려는 모습도 보여준다. '돌아보는 까닭에'에서 "다시는 돌아보지 말게/내게 신앙을 주시고/힘을 주시고/소금 기둥이 되지 말게/주님 힘 주십시오"라고 고백한다.
소설 '무진기행'의 김승옥(1941∼)은 1964년 이 소설로 유명해졌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환상 중에 하나님을 만나고 유명작가가 아닌 독실한 크리스천의 삶을 살아왔다. 산문집 '내가 만난 하나님'에서 "백옥처럼 하얀 손이 내 명치를 천천히 쓸어주었고, 이때 사랑이 가득한 느낌이 밀려왔다. 그리고 '하나님이다'라는 음성이 들려왔다"고 고백했다. 1983년부터 인도 선교의 비전을 품어온 그는 2003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현재는 깡패에서 부흥운동사로 변모, 한국전쟁 때 순교한 김익두 목사에 관한 소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중 이향아 김성일 김소엽 박이도 현길원 등이 현재 기독교 문학의 명맥을 잇고 있다. 목회자이면서 시인으로는 용혜원 고훈 민영진 등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2007년 6월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이어령 박사 등이 유명하다.
이같이 많은 기독교 문인들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문학이 답보 상태인 것은 현 문단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임만호 창조문예 대표는 "권선징악, 윤회사상 등 불교문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일반 문단에서 기독교문학은 특정 종교와 관련돼 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작가들 중 기독교 성향의 작가들을 적극 발굴해 작품 속에 기독교 영성이 깊이 녹아 들어가도록 격려하고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향 시인은 "기독교 문학이 인정받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독교 문학에 대한 기독인들의 자긍심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 국민일보, 쿠키뉴스. 200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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