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문학계 결산] 부활의 서광
눈에 띄는 신인이나 무게감 있는 대작의 출현을 볼 수 없었다
황석영, 공지영 |
■ 소설 : 성장소설의 해… 본격문학은 인터넷과 접속중 :소통
올해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성장소설의 해'로 불릴만 했다. 황석영, 최인호씨는 각각 <개밥바라기별>과 <머저리클럽>을 통해 우리 성장소설의 고전적 문법을 잘 보여줬다는 평.
김진경씨의 <굿바이 미스터 하필>은 성장의 문제를 정신분석을 통해 풀어냈고, 청소년소설의 기대주인 김려령씨도 <완득이>에서 다문화가족 증가라는 한국사회의 당면 문제를 적실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본격문학의 인터넷 접속도 궤도에 오른 한 해였다. 지난해 박범신씨가 <촐라체>로 인터넷 소설 연재의 물꼬를 튼 뒤 올해는 황석영, 정이현, 공지영, 이기호, 박민규, 백영옥씨 등이 잇달아 가세함으로써 본격문학과 인터넷의 결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1970년대 중반 태생 젊은 작가들의 약진도 눈여겨볼 만했다.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자 김태용씨를 비롯해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단골 후보로 거명된 황정은, 윤이형씨 등은 각각 반(反)서사, 무력한 자아와 환상, SF문학과의 접합 등 기존 소설 관념에서 탈피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포스트 386세대 작가'로서의 독자성을 인정받았다.
고은, 황동규 |
TV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매체의 후광을 입은 이른바 스크린셀러의 열풍은 여전했다. 이정명씨의 <바람의 화원>, 박현욱씨의 <아내가 결혼했다> 등은 영상의 흥행과 함께 판매곡선이 치솟았다.
■ 시 : 노장들의 저력과 해체적 시쓰기 활발 : 부활
올해 시단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원로 시인들의 왕성한 창작활동이었다. 신경림, 정현종, 오세영, 유안진, 나태주씨 등이 새 시집을 상재했다.
오세영 시인은 17번째 시집 <임을 부르는 물소리>에서 한반도 곳곳의 지명과 문화재를 두루 섭렵하는 기행 이력을 선보이며 시세계의 원숙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대학과 교단을 떠난 유안진, 나태주씨도 각각 신작시집 <거짓말로 참말하기>와 <눈부신 속살>에서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었다.
운문성의 무시, 절제미의 파괴 등 해체적 방식의 시쓰기로 몇 해 전부터 이른바 '미래파'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전위적 시인들은 올해도 활동이 활발했다. 김경주, 진은영, 김근씨가 각각 두번째 시집인 <기담> <우리는 매일매일> <구름극장에서 만나요>를 발표했다.
서정시 계열에서는 문태준씨가 2년 만에 새 시집 <그늘의 발달>을 냈다. 1994년 등단 때 기대를 모았던 심보선씨가 14년 만에 낸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초>도 시단에 활기를 준 시집으로 꼽힌다.
고은, 황동규 시인이 올해 등단 50주년이 됐던 것도 기억할 만하다. 고은 시인은 '고은 문학 50년 기념 그림전'으로, 황 시인은 산문집 <삶의 향기 몇점>으로 각각 시력 50년을 자축했다.
■ 박경리 이청준… 문학계 큰 별이 지다 :상실/애도
박경리, 이청준 |
올해는 한국 문단이 두 사람의 큰 별을 잃은 해였다. 5월 5일 어린이날에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영원히 토지의 품으로 돌아갔고, 7월 31일 <서편제>의 작가 이청준 선생이 영면했다.
문학행사 가운데서는 아시아 문학의 연대를 꾀한 움직임이 주목받았다. 계간 '아시아'가 주관한 '아시아문학포럼 2008',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제1회 '한중일 동아시아 문학포럼'은 세계문학의 변경으로 여겨지던 아시아문학의 주체들이 교유의 물꼬를 튼 상징적인 행사였다./한국일보,200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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