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고전[ 소설 & 시]
시는 만해 한용운「님의 침묵」, 소설은 작가 박경리 토지」추천
한국일보사는 21세기를 앞두고 신년 특별기획으로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고전」을 선정, 발표.
1901년 이후 국내외에서 발표된 한국인의 창작물중 한 세기를 넘어서도 국민의 애호를 받을 수 있고,
우리 문화에 지속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문화사적 의미가 큰 작품을 전문가에 의뢰해 선정하는 기획이다.
선정분야는 문학(시, 소설), 미술, 가요, 영화등이다.
한국일보사는 이를 위해 분야별로 50~100명의 전문가에게 10편씩 작품을 무순으로 추천의뢰
[21C에 남을 한국고전] 시 '님의 침묵' 소설 '토지' 으뜸
한국일보사는 21세기를 앞두고 신년 특별기획으로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고전」을 선정, 발표.
[21C에 남을 한국고전] 문학분야에서
시는 만해 한용운(1879~1944)의 「님의 침묵」,
소설은 작가 박경리(72)씨의 「토지」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시부문에서는 「님의 침묵」과 「진달래꽃」(김소월) 「풀」(김수영) 「향수」(정지용)
「서시」(윤동주) 「농무」(신경림) 「자화상」(서정주) 「오감도」(이 상) 「꽃」(김춘수)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백석)등 10편이 꼽혔다.
소설부문에서는 「토지」와 「광장」(최인훈)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조세희)
「삼대」(염상섭) 「임꺽정」(홍명희) 「날개」(이 상) 「무진기행」(김승옥) 「무정」(이광수)
「태백산맥」(조정래) 「당신들의 천국」(이청준)등 10편이 선정됐다.
문학분야의 선정은 20대~70대 연령층의 시인,소설가,문학평론가등 문인 100명의 추천으로 이루어졌다.
[21C에 남을 한국고전] 시
님의 침묵 - 한국적 정서 절정
만해 한용운과 `님의 침묵' 「신문학사상 가장 넓고 높으며 깊은 인간성을 표현한 절실한 시」.
단일 시작품으로 21세기에도 남을 우뚝한 고전으로 꼽힌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이렇게 형용된다. 만해가 시집 「님의 침묵」서두의 「군말」을 통해 밝힌 것은 첫째, 기리는 것은 다 님이며 둘째, 님은 내가 사랑할 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것이며 셋째, 그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이 그리워서 시를 쓴다고 했다. [님」은 스님 만해에게 중생이자 진리였고, 민족의 선각자로서 자유·평등사상이었으며, 민족운동가로서는 민족·민중이었다. 만해는 「님의 침묵」에 실린 시 88편을 통해 기승전결 구조로 「님의 떠남-님이 떠난 뒤의 고통과 슬픔-희망으로의 전이-만남의 성취」를 노래했다. 절망적 상황에서도 깊은 종교적 은유로 민족의 희망을 노래했다.
「님의 침묵」은 시사적으로 은유와 역설, 아이러니의 방법론을 확립해 우리 현대시를 출발시켰다는 의의를 갖는다. 충남 홍성에서 출생한 만해는 1896년 동학혁명에 참여했다가 설악산 오세암으로 입산했으며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했고 월간「불교」사장을 지냈다. 문학평론가 김재홍(경희대교수)는 『만해 없는 이 땅의 근대불교를 생각하기 어렵듯 만해 없는 이땅의 문학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1C에 남을 한국고전] 소설
토지 - 25년간 집필, 소설 문학의 정수
「무정」에서 「태백산맥」까지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소설」로 선정된 11편은 한국 근·현대사를 압축해 보여준다. 식민지시대와 분단 전쟁 이념 대립, 그리고 경제적 근대화의 그늘에서 뿌려졌던 한국인의 피와 땀, 좌절과 희망이 이 한 편 한 편에 담겨 있다.
문인 100명이 꼽은 11편은 1910년대 작이 1편, 30년대 3편, 60년대 3편, 70년대 2편, 80년대 1편, 60~90년대에 걸친 작품 1편으로 시기적으로 고루 분포돼 있다. 이 중 10권이 넘는 장편이 3편일 만큼 한국문학에서는 대하소설의 비중이 크다. 이외 장편이 4편, 연작소설 1편, 단편이 3편 포함됐다.
박경리(72)씨의 「토지」는 63명의 추천을 받아 1위로 꼽혔다. 동학혁명부터 해방까지의 역사를 이 땅에 뿌리박고 살았던 민중의 구체적·실존적 삶을 통해 형상화한 전5부 16권의 방대한 작품이다. 작가는 민족주의 역사의식과 생명사상에 바탕해 25년간 집필에 전력하며 소설문학의 꽃을 피워냈다.
최인훈(63)씨의 「광장」(55명 추천)은 60년 4·19혁명 직후, 작가의 말처럼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보람」으로 탄생한 소설이다. 이데올로기 대립에 휘말려 결국 중립국행이라는 「제3의 길」을 선택하지만 바다에 몸을 던지는 주인공 이명준. 「광장」은 한국지식인의 운명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후 젊은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조세희(57)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46명 추천)은 70년대 산업화시대 소외계층의 실상을 난장이일가의 삶을 통해 사실적이고도 서정적으로 그려내 성장신화를 치열하게 비판한 연작소설. 지난 해 100쇄를 돌파한 스테디셀러이다.
염상섭(1897~1963)의 「삼대」(45명 추천)는 식민지시대 서울의 한 보수적 중산층집안 가족 갈등을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묘사,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의 변모를 다루었다.
「임꺽정」(42명 추천)은 벽초 홍명희(洪命熹·1888~1968)의 유일한 소설. 조선 명종조 도적 임꺽정의 이야기를 되살려 벽초는 봉건사회의 모순과 하층민의 삶을 생생한 토속어와 고유어로 드러내며 반봉건적·계급적 역사의식을 펼쳐 보였다.
「날개」(36명 추천)는 잘 알려진 이상(1910~1937)의 대표작. 식민지하 근대성에 절망한 지식인의 일그러진 삶이 극명하게 표출됐다. 이 작품이 30년대 지식인의 좌절을 보여준다면
김승옥(金承鈺·57)의 「무진기행」(34명 추천)은 60년대초 산업화가 시작되던 시기의 지식인 자의식의 심연을 한글세대의 감각적 문체로 드러낸 단편이다. 감수성의 혁명으로까지 일컬어진 이 작품은 이후세대 작가들에게 교과서처럼 읽히고 있다.
춘원 이광수(1892~?)의 「무정」(31명 추천)은 한국근대소설을 출발시킨 작품. 삼각연애담을 그린 첫 연애소설이기도 한 「무정」은 당대의 풍속적 갈등과 신·구가치의 충돌을 예리하게 묘파했다.
조정래(56)씨의 「태백산맥」(29명 추천)은 여순사건과 한국전쟁시기 빨치산투쟁을 소재로 분단과 이데올로기대립을 정면으로 다룬 10권 분량의 대하소설이다. 80년대 문학의 우뚝한 성과이다.
김동리(1913~1995)의 「무녀도」와 이청준(60)씨의 「당신들의 천국」은 각 23명의 추천을 받아 공동10위로 선정됐다.「무녀도」는 샤머니즘에 바탕해 삶의 허무성을 그린 동리의 초기작. 「당신들의 천국」은 소록도 나환자촌의 실상을 취재해 인간구원 문제를 이씨 특유의 관념적이고도 환상적인 문체로 다룬 작품이다.
[21C에 남을 한국고전] 소설.. 박경리와 `토지'
『문학은 삶 자체, 알 수 없는 생명이 삶이라는 현장에 나타났다가 알 수 없는 삶이라는 과정을 겪으며 사라지는 바로 그 과정에 대한 탐구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사진)씨는 문학을 「생명과 그 발현인 삶에 대한 탐구」라고 피력했다. 「토지」는 그의 생명사상이 문학적으로 구체화한 땅이다. 현실에서의 토지는 경남 하동의 평사리에서 시작해 한국의 전국토와 북간도, 러시아에까지 이르지만 박씨가 마음에 그린 것은 넓은 의미로 인간역사 전체를 담고 있는 총제적 개념으로서의 「땅」이다.
박씨는 이 작품을 69년 9월 월간「현대문학」에 연재하기 시작, 25년만인 94년 9월에 5부 전16권으로 완성했다. 첫 장면은 「1897년의 한가위」, 마지막은 해방을 앞둔 지리산에서 새 날의 건국이념이 논의되는 장면이다. 작가는 한국 근대 100여년의 역사와 이 땅에서 살다 간 사람들의 한(恨) 서린 구체적 삶을 「토지」에 새겨놓았다. 주요인물 104명등 700여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130여 개의 국내외 역사적 사건이 소용돌이친다. 지금은 일상에서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우리말의 참맛을 보여주는 수많은 고유어·토속어·방언·속담이 풍성하다.「토지」는 역사와 인간의 실존이 세밀하고도 웅장하게 함께 어우러진 문학의 세계이다. 「토지」는 각국어로 번역됐고, 작품에 나오는 어휘와 사건, 풍속 등을 해설한 「토지사전」도 출간됐다.
97년에는 박씨가 집필하며 거주해온 강원 원주시 흥업면에 「토지문화관」이 세워졌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박씨는 56년 「현대문학」에 「계산」이 추천돼 등단했다.
[21C에 남을 한국고전] 이상 시.소설 부문 모두 포함
문학분야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고전」조사에서 특기할 인물은 이상이다.
그는 「오감도」와 「날개」가 각각 시와 소설 10위 내에 들어 유일하게 시와 소설에서 모두 추천됐다.
본명 김해경.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보성고보, 경성고등보통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1930년 「조선」지에 소설 「12월12일」을 발표하며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37년 스물일곱살로 요절하기까지 시 소설 평론을 두루 발표한 1930년대 모더니즘의 대표적 작가였다.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지만 식민지상황과 근대로의 전환이라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이중의 질곡에 묶여 고민하며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작가였다. 그가 겪은 분열이야말로 진정한 한국근대문학의 출발점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오감도」와「날개」는 이 「박제된 천재」가 우리 문학에 남긴 고전이다.
[21C에 남을 한국고전] 작가별 순위
문인 100명의 추천을 받은 결과 「21세기에 남을 고전」으로 작품이 거명된 소설가는 76명이었다. 이들의 작품이 추천된 횟수를 모두 합산해 10명의 순위를 꼽아보았다.
황석영(56)씨와 이문열(53)씨는 이에 따라 개별 작품이 10위에 들지는 못했지만 작가별 순위에 포함됐다. 황씨는 민중의식에 바탕해 작가적 역량을 한껏 발휘한 장편 「장길산」(18명 추천)과 중편 「객지」(16명 추천), 단편 「삼포 가는 길」(13명 추천)이 고루 거명됐고 중편「한씨연대기」도 추천됐다.
70년대 노동자·도시빈민의 삶을 다룬「객지」와 「삼포 가는 길」은 치열한 현실인식과 서정성을 더불어 성취하며 우리 문학의 새 영역을 개척한 명편들이다.
이씨는 「사람의 아들」에서 지난 해 완간된 「변경」까지 장편과 중·단편 7편이 고루 추천(37명)돼 8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대표적 작가임을 입증했다.
순위에는 들지 않았지만 가장 많은 작품이 추천된 작가는 오정희(53)씨로 「유년의 뜰」「중국인거리」「동경」「별사」「불의 강」「저녁의 게임」「인연의 뜰」「옛 우물」등 8편이 꼽혔다.
오씨의 소설은 여자만이 포착할 수 있는 세계의 비극성을 섬세하고 탄력있는 문체로 보여주고 있다.
[21세기에 남을 문학 고전] 추천인 명단
<시인>
고형렬 구상 김기택 김남조 김용택 김형영 김혜순 나희덕 도종환 문정희 송재학 신경림 안도현 오세영 유 하 이문재 이상희 이성복 이성부 이시영 이하석 정진규 정호승 정희성 조태일 최영미 최하림 황지우 허영자
<소설가>
구효서 김남일 김영현 김영하 김원일 김인숙 김주영 김채원 박상우 박완서 백민석 성석제 신경숙 윤대녕 윤영수 윤후명 윤흥길 은희경 이문구 이순원 이윤기 이인성 이인화 이제하 이혜경 최인호 최일남 한창훈 현기영
<평론가>
구중서 권성우 권영민 권오룡 김동식 김미현 김병익 김용직 김윤식 김재홍 김주연 김화영 남진우 도정일 박덕규 박혜경 방민호 서영채 성민엽 신수정 염무웅 우찬제 이경호 이광호 이남호 이성욱 이재선 임규찬 임우기 임헌영 정과리 정호웅 정홍수 정효구 조남현 진정석 최원식 최동호 하응백 홍정선 황광수 황종연(이상 가나다순)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고전] 한국일보,1999.1.4.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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