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의 향기/詩와 시인

강민숙 시인, 둥지는 없다 발간

by 골든모티브 2019. 11. 8.

상실의 아픔, 시로 치유

절망과 탈현실의 미학, 둥지는 없다(강민숙) 시집 발간

“떠나지 않고도 만나는 인연이고 싶다”

 

시집 소개

1990년대 중반,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는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시집이다. “그리움을 낳아 기른 슬픈 시인의 사랑을 노래했다고 평을 받은 강민숙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둥지는 없다를 발간했다. 서른의 나이에 남편의 사망신고와 아이의 출생신고를 같이 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둥지는 없다는 삶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둥지가 없다는 사실은 상실을 뜻한다. 그러나 그 상실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상실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인은 그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인도, 티베트, 히말라야, 아프리카, 그리고 사하라 사막과 산티아고 순례길……. 둥지를 찾아 떠나는 그의 여정은 끝이 없다. 마침내 시인은 애초부터 인간에게는 둥지는 없다는 사실을, 없음을 처절하게 인식하면서 궁극적인 실존에 질문을 던지고 치열한 몸부림을 치는 것이야말로 뭇 생명들이 가진 가장 가치 있는 도전이자 사명(使命)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즉 생로병사의 몸부림이야말로 생명이 깃들 수 있는 그 자체라는 인식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생명을 영위해 가는 방법이 각기 달라도 생명을 받아 유지해 나가는 본질은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54편의 시편들에 배어 있다.

 

추천사

신경림 “비참하고 절망적 내용이지만 궁상스럽고 슬프지만 않아”

 

강민숙 시인처럼 어둡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시인은 흔치 않다. 그는 아들의 탄생을 알리는 기쁨의 출생신고를 하면서 동시에 남편의 사망 신고를 해야 했다. 이때의 심경을 그는 곧잘 두려움 속에서 날개를 접고 어둠을 응시하며 떠는 연약한 새에 비유했다. 만약에 시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 어둠속에 한 개의 그림자로 묻혀버렸을 것이다. 그에게 시는 어둠을 이겨내고 일어서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그의 시는 비참하고 절망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궁상스럽고 슬프지만은 않다. “곰소 염전에/발 한번 담가 보자/그러면 나도 눈부신/소금이 될 수 있을까/한나절쯤 발 담그면/빛나는 결정이 될 수 있을까/햇볕에 등짝 태우며/온종일 견디다 보면/나도 뼛속까지 빛나는/소금이 되어/새우, 멸치, 바지락 젓갈에 섞여/구수하게 곰삭아질 수 있을까(곰소항부분)”. 오히려, 햇볕에 등짝 태우는 곰소항의 소금처럼 뼛속까지 눈부시고 빛이 나 그의 시는 재미가 있다신경림(시인)

 

▶도종환 시인 해설

시인은 이상주의자다. 시인은 꿈꾸는 자다. 시인은 별을 노래하는 사람이다. 별도 시인의 눈빛을 알아보고 시인의 머리 위에서 반짝인다. 시인은 천성적으로 고독한 사람이다. 현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상식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려하지 않는 이들이다. 현실세계의 모순을 비판하고 즉자적인 세계에 편입된 자기 자신까지도 못마땅해 하며 비난하는 이다.”라고 하였다.

보들레르는 시인은 폭풍 속을 드나들고 사수(射手)를 비웃는 / 구름 위의 왕자 같았으나 야유의 소용돌이 속에 지상에 유배되어 / 그 거대한 날개가 걷기조차 방해 되는알바토르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알바토르스는 하늘에서는 창공의 왕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매끈한 자태로 비행하지만, 지상에서는 잘 걷지도 못하고 두 날개를 질질 끌면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조롱하며 즐거워한다. 도종환(시인)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누군가는 나를 금치산자, 인격 파탄자로 내몰아도 저기 밤하늘의 별들은 내게 찾아와 빛으로 피어나고 있다. 내 안의 세계를 보여 줄 수 없는 나는 기호의 창문 열고 불안과 우울의 털실로 옷을 짜고 있다. 별빛과 달빛 뽑아내어 한 올 한 올 옷을 깁고 있다. 한 땀 한 땀 옷을 만들어 건네 보지만 사람들은 입지 않는다. 보이는 현상이 실제라는 관념의 다리를 끊어 버리고 훌쩍 건너오라고 해도 그들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만 본다. 흔들리는 그들의 눈빛 속에서 우울을 읽는다. 상징은 꽃이 아니라 기호의 둥지가 아니던가. 둥지는 없다. 날아갈 곳이 없는 새 한 마리 상징이 날개인 줄도 모르고 날개 접고 어둠을 응시하고 있다. 둥지는 없다 - 보들레르전문

 

☞시집 소개 둥지는 없다.hwp 

 


 

 

 

둥지는 없다.hwp
1.1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