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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향기/詩와 시인

한국 대표시집 50권

by 골든모티브 2013. 1. 29.

 한국 대표시집 50권 출간 - 문학세계사

 

  김소월 진달래꽃 : 문인들이 꼽은 대표 중의 대표 시집

1950년대 시집 12권, 1980년대 13권 선정, 아픔과 고통 속에서 절창은 피는 것인가

 

[한국 시문학사詩文學史]의 큰 줄기를 개관해 볼 『한국 대표시집 50권』

 

올해는 우리 현대 시문학사에서 의미 깊은 해다. 최초의 근대시로 평가받는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1908년 11월 1일 ‘소년’ 창간호에 실린 지 105주년을 맞았다. 또한 국내 첫 창작시집인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1923년)가 출간 90주년을 맞는다.

문학세계사는 현대 시집 역사가 90년이 된 것을 기념해 현대 시단을 밝힌 50권의 대표시집을 선정하고 해설을 곁들인 ‘한국 대표시집 50권’(사진)을 펴냈다.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박덕규 배우식 송희복 이숭원 이승하를 비롯해 황현산 이남호 이숭원 최동호 정과리 유성호 박철화 구모룡 엄경희 김용희 정끝별 김수이 등 75명의 시인과 평론가가 대표시집 선정에 참여했다.

문인들이 10권씩의 시집을 추천해 총 투표 수는 750표였다. 김소월이 1925년 펴낸 시집 ‘진달래꽃’이 63표(8.4%)를 받아 ‘대표 중의 대표’로 뽑혔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으로 시작되는 ‘진달래꽃’이 표제시로 들어간 이 시집은 2011년 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송희복은 소월을 “곡진한 모어(母語)의 텃밭을 일구어낸 재능과 기량이 널리 인정되는 시인”이라고 평했고, 소설가 고종석은 “본원적 정서의 여분을 서럽게 쓰다듬는 가인(歌人)”으로 명명했다.

서정주의 ‘화사집’이 60표(8%)로 뒤를 이었고, 백석의 ‘사슴’(59표·7.9%), 한용운의 ‘님의 침묵’(56표·7.5%),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48명·6.4%) 순이었다.책에는 흥미로운 분석도 들어 있다. 시집의 출간 연도 기준으로 봤을 때 선정된 50권 중 1980년대에 13권, 1950년대에 12권이 몰려 있는 것. 1950년대는 6·25전쟁 발발 이후 극심했던 사회 혼란기이고, 1980년대는 문단도 서릿발 같은 군사정권의 폭압적인 사회 분위기에 짓눌리던 시기였다. 시인이 인내한 아픔과 고통 속에서 절창(絶唱)은 피는 것인가. 추천위원 대부분이 문학평론가였기 때문에 대중성보다는 ‘문학사적 의미’에 치중한 감이 있다. 감성의 시보다는 격정의 시, 서정시보다는 실험 시들이 많이 들어 있다. 책의 제목에 들어간 ‘대표’란 말보다는 원래 선정위원들에게 보낸 설문지에 들어간 ‘가장 영향력이 있는’ 시집으로 이해하면 이견이 줄 듯하다

 

그런데 시인별 득표수를 보면 이 순위가 바뀌게 된다. 1위 서정주 75명, 2위 정지용 65명, 3위 김소월 63명이 된다. 서정주의 경우[화사집]을 60명이,[서정주시선]을 8명이,[귀촉도]를 4명이,[질마재 신화]를 3명이 최고의 시집이라고 하여 75명이 서정주의 시집을 선정한 것이다. 정지용도[정지용시집]에 45명,[백록담]에 20명, 총 65명이 정지용을 꼽아서 소월의[진달래꽃] 63명보다 많이 나왔다. 하지만 대상으로 설문한 것은 시인이 아니라 시집이므로 시집의 순위를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21위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1989):7명

  21위 박노해, 『노동의 새벽』(1984):7명

  21위 유치환, 『청마시초』(1939):7명

  24위 김광균, 『와사등』(1939):6명

  25위 김   억, 『해파리의 노래』(1923):5명

  25위 조지훈, 『풀잎단장』(1952):5명

  25위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1981):5명

  28위 고   은, 『만인보』(1986~2010):4명

  28위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1982):4명

  28위 청록파, 『청록집』(1946):4명

  28위 이상화, 『상화시집』(1973):4명  / 동아일보, 2013.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