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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소설의 향기/문학기행 기사

김유정 문학촌 & 이효석 문학관

by 골든모티브 2008. 1. 18.

[TRAVEL FEATURE] 문학관

 

                문향을 찾아 떠나는 행복한 시간

                               김유정 문학촌 이효석 문학관

 



학창시절 감명 깊게 읽은 소설이나 시는 그 문학의 향기가 사라지지 않고 오래 가슴에 남는다. 이따금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문학의 감수성에 취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때 옛 기억을 더듬으며 시와 소설의 향기를 품은 문학관으로 떠나보자. 각 지역의 문학관은 비록 화려한 볼거리는 아니라 하더라도 책으로만 대하던 문인의 생가, 친필원고 등 우리에게 친근감을 안겨주는 삶의 흔적을 대하는 감회가 각별하다.

김유정 문학촌_마을전체가 문학의 산실이자 현장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중략)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김유정의 수필 ‘오월의 산골짜기’ 중

우리나라 근대문학 농촌소설의 대표 작가 김유정(1908~1937)은 육담적인 속어 등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당시 농촌 생활을 보는 듯 사실적으로 그려냈는데, 특히 근대화 초기의 농촌문제와 인간관계를 해학적으로 그려낸 ‘봄봄’은 그의 작품 중에서 백미로 꼽힌다.

춘천 실레마을에서 태어난 김유정은 줄곧 서울에서 자라고 생활하다 1931년에 23살의 나이로 귀향, 야학당 ‘금병의숙’을 설립해 농촌계몽운동을 펼쳤다. 그의 처녀작인 ‘산골 나그네’를 비롯해 ‘만무방’, ‘봄봄’, ‘동백꽃’, ‘금따는 콩밭’ 등이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등장인물 상당수가 고향 마을에 실존했던 인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람 이름’을 딴 ‘김유정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김유정의 문학세계를 만날 수 있는 문학촌과 실레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문학촌 내에는 ‘ㅁ자’형 초가로 된 김유정 생가와 전시관이 있다. 폐결핵으로 29세에 요절한 탓인지 작가의 유품은 거의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오랜 친구인 안희남이 유고, 편지, 일기, 사진 등 일체의 유품을 보관하고 있다가 한국전쟁 때 몽땅 들고 월북한 탓이다. 잔잔한 목소리로 김유정의 일대기를 설명하는 영상물, 김유정의 작품이 실린 신문과 책자, 학적부 사본 등을 통해 김유정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파악해 볼 수 있다.

기념관 앞에는 마고자를 입고 책을 들고 있는 김유정 동상이 서 있고, 금병산 자락에 폭 안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실레마을에는 야학당 ‘금병의숙’, 김유정기적비(金裕貞記績碑), ‘봄봄’의 봉필 영감의 집 등이 있고, 마을 뒤편의 금병산 기슭을 따라 동백꽃길, 만무방길, 금따는콩밭길, 봄봄길, 산골나그네길 등 김유정의 작품 제목을 붙인 등산로가 이어진다.

마을 전체가 김유정 문학의 산실이며 현장이다. 따라서 문학촌은 전시를 위주로 한 다른 문학관과의 차별화를 위해 마을 주변에 흩어져 있는 소설의 배경을 찾아가는 문학 현장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문학기념관 가운데 유일하게 ‘촌(村)’자가 붙는 이유다.  

홈페이지 www.kimyoujeong.org

이효석 문학관_단편소설의 백미, 메밀꽃 필 무렵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올해는 소설가 가산(可山) 이효석(1907~1942)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로, 가산이 고향을 배경으로 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한국 단편 문학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작으로는 ‘돈’(1933), ‘산’(1936), ‘메밀꽃 필 무렵’(1936), ‘분녀’(1936), ‘화분’(1939) 등이 있다.

문학관은 봉평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멋지게 자리 잡았다. 가산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느낄 수 있는 문학전시실, 다양한 영상물 시청과 문학체험을 할 수 있는 문학교실, 학예연구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1930년대 후반 평양의 집 거실에서 찍은 이효석의 사진 한 장이 결려 있는 서재는 문헌을 바탕으로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특히 가산의 유품과 육필원고, 초간본 책, 가산의 작품이 발표된 잡지와 신문 등을 통해 작가의 일상생활의 취향과 문학적·정신적 사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허생원이 재미를 별로 못 봐 허탈해 했던 옛 봉평장터의 재연물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문학관뿐만 아니라 봉평은 마을 곳곳이 가산의 자취와 얽혀져 있다. 1990년 문화마을로 지정된 이후 작품 속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만났던 장소인 물레방앗간, 처마에 매달린 옥수수와 벽면에 걸린 농기구가 향수를 느끼게 하는 생가가 보존되어 있고, 봉평장터와 마주하고 있는 가산공원에는 가산의 흉상이 있고, 그 뒤편으로는 소설 속에서 허생원과 동이 등이 드나들었던 주막이 복원돼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무대이기도 한 봉평은 사계절 관광지이지만, 9월이면 그 절정에 달한다. 효석문화제가 열리고, 달빛 아래 메밀밭을 거닐고 싶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홈페이지 www.hyoseok.org / 2007년 2월 13일 (화) 10:01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