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FEATURE] 남원
불꽃 같은 열정이 숨 쉬는 혼불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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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노봉마을의 최 씨 종가가 화염에 휩싸였다. 본채가 소실되며 안타깝게도 12대 종부인 박증순 할머니가 목숨을 잃었다. 박 할머니는 소설 '혼불'에 등장하는 '효원 아씨'의 모델이 된 인물이었다.
서도리는 이렇듯 소설 '혼불'의 배경이 된 지역이다. 소설 속 매안 이 씨 집안의 종가를 비롯해 서도역, 당골네집, 늦바위고개, 노봉서원, 달맞이동산, 청호저수지 등 10권에 달하는 대하소설은 이곳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전시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검은색 옷차림의 최명희가 미소로 객을 반긴다. 진열장에는 '魂불ㆍ2 崔明姬 第三部 제1장 바람꽃'이라고 적힌 빛바랜 원고가 놓여있고, 옆으로는 평소 사용했던 만년필과 잉크병, 교정원고 등이 전시돼 있다.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는 기분으로 써내려간' 글씨 하나하나에서 고통과 연민, 단아한 품격이 느껴지는 듯하다.
작품을 구상하며 종가 친척들의 집안 이야기를 담았을 듯한 노란색 표지의 소재록과 작품을 연재했던 신문들의 스크랩 전시물을 지나자 구석에는 작가 소개와 '혼불'의 내용을 읽어볼 수 있는 컴퓨터 시설이 마련돼 있다. 백일장에 나갔다 하면 장원을 했던 소녀 문사 시절의 빛바랜 사진도 볼 수 있고, 한쪽으로는 문학관의 뜰이 환하게 내다보이는 집필실이 재현돼 있다.
조용히 집필실을 엿보았다. 원고지에 만년필로 소설을 써내려갔던 작가의 모습이 그려질 듯하다. "혼불 하나면 됩니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참으로 잘 살고 갑니다."라는 그녀의 마지막 말처럼 원고지에 쏟아 부었을 혼신의 힘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소꿉놀이하는 강모와 강실', '액막이연 날리기', '강수의 명혼식', '춘복이의 달맞이', '청암부인 장례식' 등 소설의 주요한 장면을 담은 디오라마 시설을 둘러보고 전시관을 나오자 비를 뿌리던 먹구름이 걷힌 하늘에서 밝은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뜰 아래로 펼쳐진 청호저수지의 물결이 더욱 선명한 푸른 빛으로 시야를 간지럽혔다./2007년 9월 7일 (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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