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과 소설의 향기/노벨 문학상

노벨문학상 100주년

by 골든모티브 2008. 1. 23.

노벨문학상 100주년

역대 96명중 83명이 구미 '공정성 논란'.
톨스토이, 프루스트 등 거장들 못타

1901년 프랑스 시인 쉴리 프뤼돔의 수상 이후 노벨 문학상은 올해로 100년(100회)

 

문학을 사랑하고 인류의 평화를 기원했던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뜻을 기린 노벨상은 1901년 제정됐다. “나의 전재산을 기금으로 조성해, 매년 인류의 평화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상을 주라”는 노벨의 유언에 따라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등 5개 부문의 상이 설립됐으며, 1968년에 경제학상이 추가로 제정됐다.

노벨문학상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다. 노벨 재단은 다른 부문의 수상자 발표일자는 이미 밝혔지만, 문학상은 관례대로 스웨덴 한림원에 일정을 맡겼다. 스웨덴 한림원은 매년 10월 첫째주나 둘째주 목요일에 수상자를 발표해 왔고, 발표날에 임박해 날짜를 알려왔다. 노벨문학상 공식 100주년의 주인공이라는영예 때문에 올해의 수상자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크다.

100주년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람은 96명이다. 2명의 작가가 공동수상한 것이 세 차례이고, 일곱 해는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전쟁 때문이었다. 1차 세계대전 기간인 1914년과 1918년,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1935년과 1940~1943년이 빈 자리다.

 

노벨문학상의 명암

 

노벨문학상은 20세기 이후 인류의 문학사와 정신사에 대한 상징으로 꼽힌다. 내로라 하는 거장들이 후보로 논의돼 온,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었다. 그러나 그 권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수상자의 기형적인 분포도가 그렇다.

프랑스가 13회로 가장 많고,미국 10회, 독일 9회, 영국 7회, 이탈리아 6회 등으로 미국과 유럽 지역에 수상자가 편중돼 있다. 모두 지난 세기에 세계를 제패했던 최강대국이었다. 선진국이 노벨문학상을 독식한 데 대해 비난이 거세어진 것은 1960년대에 들어서다. 여론을 의식한 때문인지 스웨덴 한림원은 60년대 이후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제3세계’의 작가들에게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구미 지역 이외의 수상자는 13명. 프랑스1개 국가의 수상자와 같은 수다. 중남미가 6명으로 가장 많고,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나이지리아의 희곡 작가 월레 소잉카가 1986년 처음으로 수상하는등 3명이 상을 받았다.

아시아 지역은 인도의 시인 타고르(1913), 일본 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ㆍ1968)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ㆍ1994)가 수상했다. 지난해 수상자인 가오싱 젠(高行健)은 중국 출신이긴 하지만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어 수상자 명단에는 ‘프랑스인’으로 분류된다. 이렇듯 60년대 이후에야 ‘주변국’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정작 노벨문학상이 안정된 권위를 가진 때는1940~60년대였다.

 

헤르만 헤세(1946), 앙드레 지드(1947), T.S.엘리엇(1948), 윌리엄 포크너(1949), 프랑스와 모리악(1952), 어네스트 헤밍웨이(1954), 알베르 카뮈(1957) 등이 수상했던 시기였다.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인물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때이다.

선정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논란이 계속돼 왔다. “문학 분야에서 탁월한 이상주의적인경향의 작품을 쓴 사람에게 수상한다”는 노벨의 유언 중 ‘이상주의적 경향’이라는 구절의 의미가 모호한 때문이다.

뮤즈의 노래를 듣는 남자가 새겨진 노벨문학상 메달을 처음으로 목에 걸었던 사람은 프랑스의 시인 쉴리 프루돔이었다. 애초에 첫 수상자로 거론됐던 사람은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였다.

그러나 졸라가 유물주의자라는 것, 또 생전의 노벨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작가라는것 때문에 탈락됐고, 메달은 프루돔에게 넘어갔다.

이런 당혹스러운 선정에 대한 의구심은 지난 100년 동안 잦아들지 않았다. 당연히 상을 받아야 할 문학의 거장들이 비켜간 반면, 납득하기 어려운 사람이 수상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테오도르 몸젠(1902),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1950), 현직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1953) 등에 대한 수상은 문학 작품을 쓴 사람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는 노벨의 유언을 존중한 결정인지 의심스럽다.

레오 톨스토이,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베르톨트 브레히트, 라이너 마리아 릴케, 폴 발레리 같은 문호의 이름을 수상자 명단에서 찾을 수 없는 것도 선정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낳는다.

 

 /한국일보, 200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