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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소설의 향기/소설 작가

당신들의 천국- 소설가 이청준 타계

by 골든모티브 2008. 7. 31.

소설가가 돼버린 역사·사회학자, 이청준 지다

 

소설가 이청준씨가 31일 오전 4시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8세.
고인은 토속적인 민간신앙, 인간소외, 예술과 장인 등 광범위한 주제를 두루 다뤘다. 40여년간 문학 외길을 걸으며 이 땅의 인문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었다. 이청준은 1965년 단편 '퇴원'이 월간 종합교양지 '사상계'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이후 '병신과 머저리'(1966), '굴레'(1966), '석화촌'(1968), '매잡이'(1968) 등으로 1960년대 소설 문학에 굵은 획을 그었다.

 



故 이청준씨는 지성소설이라는 영역을 개척하고 성숙시킨 한국문단의 거목이었다.2002년 경기도 용인자택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던 모습. 사진/매일경제-`문학의 순교자` 이청준 天國으로

 

 

1970년대에도 왕성하게 창작했다. '소문의 벽'(1971), '조율사'(1972), '들어보면 아시겠지만'(1972), '떠도는 말들'(1973), '이어도'(1974), '낮은 목소리로'(1974), '자서전들 쓰십시다'(1976), '서편제'(1976), '불을 머금은 항아리'(1977), '잔인한 도시'(1978), '살아있는 늪'(1979) 등 명작들을 내놓았다. 주로 정치·사회적인 메커니즘의 횡포에 맞서는 인간의 정신을 심도 있게 고찰했다.

'서편제', '축제', '천년학'등은 임권택(72) 감독의 영화로 재탄생했다.
'서편제'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소리꾼 남매의 한에서 피어나는 소리의 예술을 그린 작품이다. 원작은 '서편제', '소리의 빛', '선학동 나그네', '새와 나무', '다시 태어나는 말', '살아 있는 눈', '눈길', '해변 아리랑'등 8편으로 돼있다.

영화 '서편제'(1993)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소리꾼 오정해(37)를 스타덤에 올렸다. 임 감독은 '서편제'의 속편인 '천년학'을 자신의 100번째 영화로 택하며 이청준과의 인연을 소중히 했다. 임 감독은 "할 말이 없다. 돌아가셨다는 게 내게는 너무 힘든 일이라 전할 말이 없다"며 애통해 했다.

임 감독은 한 달 전 고인을 마지막으로 만났다. "본인이 아픈 모습을 보이기 싫어 해서 특별한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것이 고작이었다"고 전했다.

이청준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지난해 11월 중편 3편, 단편 4편, 에세이 소설 4편 등을 엮은 소설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했다'를 펴냈다. 작가의 삶과 인간 실존, 역사와 이념 성찰 등을 담았다.
뉴시스,2008.7.31

 

‘문학의 숲’ 이룬뒤 천년학 되어 하늘로

[소설가 이청준 연보]
▲1939년 전남 장흥 출생 ▲1960년 광주 제일고 졸업, 서울대 독문과 입학 ▲1965년 단편 '퇴원'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 당선 ▲1966년 서울대 졸업, <사상계>사 입사 ▲1967년 단편 '병신과 머저리'로 동인문학상 수상 ▲1968년 남경자씨와 결혼, <아세아>지 창간 참여 ▲1969년 단편 '매잡이'로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신인상 ▲1971년 첫 소설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출간 ▲1975년 중편 '이어도'로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1976년 장편 <당신들의 천국> 출간 ▲1978년 중편 '잔인한 도시'로 이상문학상 ▲1979년 단편 '살아있는 늪'으로 중앙문예대상 예술 부문 장려상 ▲1981년 장편 <낮은 데로 임하소서> 출간 ▲1986년 중편 '비화밀교'로 대한민국문학상 우수상, 한양대 출강(~1988)

▲1990년 장편 <자유의 문>으로 이산문학상 ▲1993년 연작소설집 <남도사람> 원작의 영화 <서편제> 개봉,  <당신들의 천국> 불어판 출간(악트쉬드 발행) ▲1994년 장편 <흰옷>으로 대산문학상 ▲1996년 장편 <축제> 출간 및 영화화 ▲1998년 <이청준 문학전집>(열림원 발행) 출간 개시, 중편 '날개의 집'으로 21세기문학상 ▲1999년 순천대 문예창작과 석좌교수 임용, 프랑스 외무부 초청으로 파리 방문 ▲2000년 <낮은 데로 임하소서> 100쇄 발행 ▲2003년 인촌상 수상, <당신들의 천국> 100쇄 발행, <이청준 문학전집> 25권 완간 ▲2004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수상, <당신들의 천국> 스페인어판 출간(트로타 발행) ▲2005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선출 ▲2007년 호암상 예술상ㆍ제비꽃 서민문학상 수상, 마지막 소설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출간 

 

[영화화된 소설]
 
임권택 감독과 '서편제' 등 예술혼 나눠, 이창동 감독은 '벌레이야기-> 밀양'으로
 이청준 소설 중에는 영화화된 작품이 유독 많아 <시발점>(1969), <석화촌>(1971), <이어도>(1977),
<낮은 데로 임하소서>(1982), <서편제>(1993), <축제>(1996), <천년학>(2007), <밀양>(2007) 등
 8편에 이른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지난 2003년 안면도에서 최종심 심사에 앞서 담소를 나눴다. 뒷줄 왼쪽부터 김화영 박완서 이문열 이청준, 앞줄 왼쪽부터 김주영 유종호 조선일보 DB-동인문학상과 이청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