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은 하늘집이다
모든 건축물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를 쳐다보지만
여기 거꾸로 고개 숙인 고요한 집이 있다
모두가 자연을 거스르며 도전하지만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여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하는 건축가가 있다
세상은 음보다 양이 강하다고 하지만
땅집은 음이 양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있다면
여기 하늘과 땅과 별을 기리는 집이 있다
저 멀리 차디찬 시멘트 바닥의 후쿠오카 형무소가 있다면
여기 따뜻하고 포근한 네모난 6평의 흙집이 있다
1945년 이국땅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쳤다면
2009년 하늘 집에서 영원하게 빛나는 별이 되었다.
북간도 용정에 생가와 묘소가 있다면
여기 영혼의 안식처가 새로 생겼다
종로구 인왕산 자락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있다면
양평 수곡리에는 직사각형 사과상자에 아늑한 골방이 있다
건축가와 문학의 만남이 이상의 오감도에서 비롯되었다면
집으로 시를 쓰는 조병수의 땅집에서 완성되었다.
땅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지만
하늘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아야 한다
그래서 땅이 곧 하늘이며 하늘이 곧 땅이다.
<2009. 12. 10. 경기도 양평 윤동주 땅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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