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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삶의 향기/문인 행사

만나고 싶은 작가 - 정호승시인

by 골든모티브 2011. 8. 12.

만나고 싶은 작가 / 정호승시인

 

이 시대의 최고의 감성시인의 문학강연 - 시를 이해하는 기쁨

 

시는 본질적으로 은유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삶속에 은유적 표현이 많다. 은유가 풍부한 사회는 따뜻하고 배려가 깊은 사회이다. 우리의 가슴속에 은유적 표현이 결핍되어 있으면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인간이 된다. 시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존재한다. 그것을 어떻게 발견(마음의 눈을 통해)하느냐? 그 생각을 시로 옮기는 것이다. 평소 일상의 쉬운 언어로 현실의 이야기를 시로 쓰고자 한다.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통해 시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의 경험은 산문이다. 산문에 운문을 결합시킬 때 시는 비로서 탄생한다.

 

중학교 2학년때 '자갈밭에서'라는 시를 숙제로 제출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하여 '등불'이란 작품으로 장원에 당선된 적이 있다.  국어선생님께서 “호승이 넌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시인이 될 수 있겠구나” 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선생님의 그 칭찬의 말씀 한마디가 내 인생을 바꾸어 놓을 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교사의 칭찬의 말이 한 아이의 일생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된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교사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말해 주고 있다. 산문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시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노력이 재능 아닐까? 시를 쓰는 일도 노력하는 일이라는 것을 선생님께서는 일찍이 내게 가르쳐주셨다.

 

1. 수선화에게-정호승시, 양희은 노래

수선화를 노래한 시가 아니다. 인간의 외로움을 은유한 시이다. 고독은 절대적이고 외로움은 상대적인 것이다. 외롭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이니까 외롭고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완서 소설가는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고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고 견디는 것이다"라고 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인내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오고 하느님도 가끔은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2. 이별 노래-정호승시, 이동원노래

시는 제목 그대로 생각하면 안된다. 역설적인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이 시는 사랑을 갈구하는 노래이다. 시인은 누구나 사랑의 시를 쓰고 싶어한다. 이 시를 통해 20대의 순수한 청년으로 돌아가고 싶다. "떠나는 그대 나를 떠나지 않는다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겠다".

이동원은 정지용의 <향수>를 부르면서 정지용 시인을 한국문학사에서 다시 부활시켰다. 이 노래는 <향수>의 모태가 된 시가 아닐까?

 

3. 내가 사랑하는 사람-정호승시, 김원중노래

이 시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생각하는 그늘과 눈물의 가치가 얼마나 될까? 역설적인 방법이 효과적으로  사용된 시이다. 사람들은  햇볕만 소중한지 알지 그늘의 소중함을 모른다. 내 인생에 항상 햇빛만 비친다면 곧 황페한 사막이 되어버린다는 스페인 속담도 있지 않은가? "그늘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눈물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햇볕과 기쁨만을 바라는 사람은 그늘과 눈물의 가치와 소중함을 모른다.

이 시는 모방시가 많다. 모방을 통하지 않고는 새로움을 발견할 수 없다.

나는 그늘(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를

나는 돈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얼짱이 아닌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4.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정호승시, 안치환노래

나는 평소 제목을 먼저 정해 놓고 시를 쓴다. 그리고 시를 어렵게 쓸려고 하지 않는다. 일상의 쉬운 언어로 현실의 이야기를 시로 쓰고자 한다.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는 사실은 어머니의 죽음을 위한 자장가이다. 89세인 어머니는 이가 모두 빠져  틀니를 끼고 있다. 하루는 마른 보리새우처럼 몸을 웅크리고 낮잠을 주무시는 모습에서 미라(시체)를 보았다. 내 어머니의 죽음은 맑고 깨끗하며 순수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꽃같은 존재(할미꽃처럼, 산새들처럼, 꽃신발처럼)였으면 한다.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은 젊은 엄마가 아기를 포대기에 업고 서있는 뒷모습이 아닐까?

신의 사랑은 모성적인 측면이 있다. 이 시는 모성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이다. 모성의 본질은 희생이다. 내 마음속에 어머니의 사랑과 같은 희생이 있다면……

 

5. 고래를 위하여-정호승시, 안치환노래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이다. 고래의 의미는 열정과 꿈이다. 청소년들에게 꿈을 키우라고 하신다. "목표를 세우면 목표가 나를 이끈다"라는 말이 있듯이 푸른 바다에서 고래가 살아가듯 10대의 마음속에 고래를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다. "고래도 꿈이 있기에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올라 별을 바라보듯" 청소년들에게 마음속에 한마리의 고래를 키우듯 꿈과 목표를 가지라고 당부하다

 

6. 산산조각

나는 죽기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예수님이 태어난 곳과 부처님이 태어난 곳이다. 2000년에 네팔의 성지 룸비니에서 흙으로 빚은 부처님상을 길거리에서 가마니를 깔고 판매하는 할머니로부터 사왔다. 그런데 그만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럴 때 누구나 접착제로 붙이려 노력한다. 내 인생에서도 산산조각이 나면 또 어찌할까? 부처님께서 나를 부르시더니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는 것 아니냐. 그냥 산산조각이 난대로 살아라. 이 시는 부처님의 생각을 그대로 시의 그릇에 옮긴 것이다. 지금까지 10편의 시집을 통해 700여편의 시를 발표했다. 그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품이다.

 

 

    ▲ 강연 : 시를 이해하는 기쁨

  시집 <밥값>을 기증받고 나서 

 

  

 

열번째 시집 <밥값>을 사인해 주시는 모습 : "김동기 선생님, 시는 인간을 이해하게 합니다"

 

이 시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밥값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밥값 제대로 못하는 인간들이 많은데 나는 이제부터라도 밥값 한번  제대로 해야겠다. 남을 배려하며 기꺼이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어머니……/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밥값>중에서

 

7. 나팔꽃, 소년부처, 밥그릇, 혀, 바닥에 대하여, 햇살에게, 별들은 따뜻하다, 밥값 등을 계속 낭송하다.

시는 인간을 이해하게 합니다. 시의 역할은 인간을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자연의 순수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정호승 시인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순간이다.

 

다음은 정호승시인과 나눈 대화입니다

▶시집을 10권이나 출간하셨는데 얼마나 많은 시들을 다 외고 계십니까?
☞ “몇 구절 들으면 내 시라는 걸 알겠는데 확실하게 외우는 건 동시 1편, 시 1편이에요.”


▶ 그동안 수능모의고사에 '겨울강에서', '부치지 않은 편지', '슬픔이 기쁨에게', '슬픔을 위하여'라는 시가  출제되었는데 한번 풀어 보셨나요? 어려우셨죠
☞ “그렇죠. 시에 정답이 있겠어요? 신경림 시인도 당신의 시로 낸 문제를 풀어보니 너무 어려우셨대요. 저도 한 번 풀어보다가 몇 개 틀리는 바람에 그 다음부터는 풀 생각도 안해요.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은 틀리는 경우가 더 많죠.”

 

▶선생님의 시가 독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데 선생님은 선생님의 시를 어떻게 보세요?
☞ “저는 시집이 나오면 한 번 읽고 말아요. 혹시 오자는 없나 이러면서. 영향보다는 내가 이걸 제대로 썼는지, 나의 진실을 다했는지 하는 성찰같은 게 먼저 와요. 그래서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벅차오르는 충만한 기쁨이 있어야 하는데……. 다음에 시를 쓰면 좀 더 잘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죠. 이번에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시인들 작품 중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김경주 시인의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와 안도현 시인의 '얼음매미'입니다. 시는 일상적인 삶속에서 발견하는 것인데 내가 평소에 쓰고 싶은 시를 미리 써버린거죠. 하하~~


2011.8.9(화) 서울여성프라자, 정호승시인과 함께/한서고 문학교사 김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