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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향기/詩와 시인

문인들이 뽑은 2007년 최고의 시

by 골든모티브 2008. 3. 27.

130명의 작가·평론가가 추천한 오늘의 시

▲ 지난해 발표된 시 가운데 문인들의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작품은 김경주 시인의 '무릎의 문양'이었다. 소설은 윤이형의 단편 '큰 늑대 파랑'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작가'는 130명의 시인과 문학평론가, 출판편집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시 79편과 시조 11편을 선정, '2008 오늘의 시'를 발간했다. 또 130명이 선정한 좋은 소설 9편과 좋은 작품집 7편을 수록한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을 펴냈다.

 
‘2008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출간 …
 최금진 시인 문단 이목 집중

2006년 등단한 김경주 시인은 '무릎의 문양'에서 무릎이라는 신체 부위와 낱말에서 느끼게 되는 깊은 질감들을 선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와 함께 총 19회의 추천을 받았다. 손택수, 신현정, 송찬호, 안도현 시인 등의 작품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최금진 시인의 시집 '새들의 역사'는 시집 중에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최금진 시인의 시집 `새들의 역사'는 우리의 복합적 현실에 대한 다양하고도 심원한 관찰을 통해 주변적 삶에 대한 폭넓은 생태학을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20회의 추천을 받았다.
 '큰 늑대 파랑'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초상을 미메시스와 환상의 혼성적 배합 기법으로 그려놓았다는 평가와 함께 총 20회의 추천을 받았다. 이 밖에 권여선의 '당신은 손에 잡힐 듯', 김경욱의 '혁명 기념일', 김연수의 '모두에게 복된 새해', 김이은의 '지진의 시대', 박민규의 '크로만, 운', 성석제의 '여행', 정미경의 '너를 사랑해', 황정은의 '곡도와 살고 있다' 등이 좋은 소설로 선정됐다.
문화일보,2008.3.20
 
문인들이 뽑은 2007년 최고의 시, 김경주作 `무릎의 문양` 
[무릎의 문양 / 김경주]

  

1

   저녁에 무릎, 하고
  부르면 좋아진다
  당신의 무릎, 나무의 무릎, 시간의 무릎,
  무릎은 몸의 파문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살을 맴도는 자리 같은 것이어서
  저녁에 무릎을 내려놓으면
  천근의 희미한 소용돌이가 몸을 돌고 돌아온다
  누군가 내 무릎 위에 잠시 누워 있다가
  해골이 된 한 마리 소를 끌어안고 잠든 적도 있다
  누군가의 무릎 한쪽을 잊기 위해서도
  나는 저녁의 모든 무릎을 향해 눈먼 소처럼 바짝 엎드려 있어야 했다

 
  "내가 당신에게서 무릎 하나를 얻어오는 동안 이 생은 가고 있습니다 무릎에 대해서 당신과 내가 하나의 문명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내 몸에서 잊혀질 뻔한 희미함을 살 밖으로 몇 번이고 떠오르게 했다가 이제 그 무릎의 이름을 당신의 무릎 속에서 흐르는 대가로 불러야 하는 것을 압니다 요컨대 닮아서 사랑을 하려는 새들은 서로의 몸을 침으로 적셔주며 헝겊 속에서 인간이 됩니다 무릎이 닮아서 안 된다면 이 시간과는 근친 아닙니다"

 
2

   그의 무릎을 처음 보았을 때
  그것은 잊혀진 문명의 반도 같았다
  구절역 계단 사이,
  검은 멍으로 한 마리의 무릎이 들어와 있었다
  바지를 벌리고 빠져나온 무릎은 살 속에서 솟은 섬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의 무릎을 안고 잠들면서
  몸이 시간 위에 펼쳐 놓은 공간 중 가장 섬세한 파문의 문양을
  지상에 드러내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의 무릎으로 내려오던 그 저녁들은 당신이 무릎 속에 숨긴 마을이라는 것을 압니다 혼자 앉아 모과를 주무르듯 그 마을을 주물러주는 동안 새들은 제 눈을 찌르고 당신의 몸속 무수한 적도赤道를 날아다닙니다 당신의 무릎에 물이 차오르는 동안만 들려옵니다 당신의 무릎을 베고 누운 바람의 귀가 물을 흘리고 있는 소리를"
 

3

  무릎이 말을 걸어오는 시간이 되면
  사람은 시간의 관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
  햇빛 좋은 날
  늙은 노모와 무릎을 걸어올리고 마당에 앉아 있어본다
  노모는 내 무릎을 주물러주면서
  전화 좀 자주하라며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한다
  그 무렵 새들은 자주 가지에 앉아 무릎을 핥고 있었다
  그 무릎 속으로 가라앉는 모든 연약함에 대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음절을 답사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 당신과 내가 이 세상에서 나눈 무릎의 문명을 무엇이라고 불러 야 할까요 생은 시간과의 혈연에 다름 아닐진대 그것은 당신의 무릎을 안고 잠들던 그 위에 내리는 눈 같은 것이 아닐는지 지금은 제 무릎 속에도 눈이 펑펑 내리고 있습니다 나는 무릎의 근친입니다'

 

2008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2008년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2007년에 발표된 소설 중 문인과 출판편집인 등 130명이 선정한 좋은 소설 9편과 좋은 작품집 7편을 수록했다. 이 시대 젊은이들의 초상을 미메시스와 환상의 혼성적 배합 기법으로 그려놓은 「큰 늑대 파랑」(창작과비평 겨울호)의 윤이형을 비롯해,「당신은 손에 잡힐 듯」(문학사상 11월호)의 권여선, 「혁명 기념일」(문학수첩 겨울호)의 김경욱, 「모두에게 복된 새해」(현대문학 1월호)의 김연수 등의 작품을 수록하였다.

책의 뒷부분에는 추천위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소설가와 작품, 소설집을 목록으로 작성하여 부록으로 덧붙였였다. 독자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선정된 좋은 소설에는 작가의 '창작작노트'와 문학평론가의 해설도 함께 실었으며, '좋은 소설집'으로 선정된 7권의 소설집에 대해서도 문학평론가의 서평을 수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