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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향기/시론 칼럼

미래의 詩 다섯그룹으로 분화

by 골든모티브 2008. 2. 20.

미래의 詩 다섯그룹으로 분화

 

젊은 시인 49명의 자선(自選) 시편들을 모아 분류

21세기 우리 시의 미래

 

우리 시대 ‘젊은 시’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다.
파격적인 언어파괴 등의 어법을 구사하는 2000년대 이후의 젊은 시인들을 한데 묶어 ‘미래파’ 논쟁이 벌어졌지만 이미 ‘또 다른 미래파’가 등장할 정도로 젊은 시의 경향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또한 1930년대 이래의 서정시 전통을 승화시킨 젊은 시인들도 많다.

이처럼 우리 젊은 시는 여러 갈래로 분화했지만 지금까지 이같은 지형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몇몇 문예지에서 특집으로 미래파 등의 젊은 시들을 분석하긴 했지만 대표적인 시편들을 모은
앤솔러지(anthology·選集)가 없어 아쉬웠다.

그런 점에서 등단한 지 10년이 채 안된 젊은 시인 49명의 자선(自選) 시편들을 모아 출간된 ‘21세기 우리 시의 미래’(실천문학사 펴냄)는 환영할 만하다.

시인
이재무씨와 이안·손택수씨, 문학평론가 유성호·엄경희씨 등 5명이 대상 작가들을 선정했다. 대상은 일단 1998년 이후 등단해 한권 이상의 시집을 발간한 시인으로 한정했다.
이재무 시인은 “유형과 상관없이 좋은 시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을 판단해서 5명의 선정위원이 장시간 토론 끝에 모두 동의한 49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형과 경향성에 대한 선입견 없이 뽑았지만 우연하게도 다섯 그룹으로 나눌 수 있게 됐다.

우선 정통적인 서정적 발화를 택하고 있는 그룹이 있다. 윤성택,
고영민, 고영, 박성우, 윤성학, 우대식, 김병호, 신용목, 김화순 등이다. 이들은 주옥 같은 시어들을 모아 시적 감동을 꾀한다.

길상호, 김충규, 조영석, 이기성, 장인수, 이창수, 박상수, 이기인 등은 미세한 감각에 집중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물고기가 보낸 꽃의 신호”(길상호)나 “뻑뻑한 하늘의 밀도”(김충규) 등 미세한 감각을 해석해 사물들의 존재 원리에 다가간다.

시적 문법을 새롭게 쓰고 있는 이른바 미래파 그룹에는
김경주, 김근, 이근화, 황병승, 김언, 최치언, 김행숙, 유형진 등이 있다. 합리적 해독이 가능한 어법보다는 시적 스타일을 중시한다.

새로운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그룹도 있다. 박후기, 이세기, 송경동, 배한봉, 여태천, 이종수, 유홍준, 김해자 등은 시의 사회적 관계에 주목한다.

끝으로 다양한 상황의 시적 재현에 공들이는, 철저하게 개별화된 시적 담론을 추구하는 그룹이다.
박진성, 류인서, 문성해, 이영광, 박판식, 조말선, 김이듬, 안현미, 이덕규, 박해람, 서영처, 조정, 문혜진, 이진수, 조동범, 진은영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물론 이같은 분류에 대한 이론은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젊은 시의 다양한 분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앤솔러지는 나름의 가치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 젊은 시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정위원들은 “아직 설익기는 했지만 확실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젊은 시인들의 패기와 실험정신은 분명 우리 시단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2007.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