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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향기/시론 칼럼

그저 시를 위해 시를 쓴다 하라 - 안병찬

by 골든모티브 2008. 1. 31.

그저 시를 위해 시를 쓴다 하라 - 안병찬 시인

"그저 시를 위해 시를 쓴다 하라"
詩는 詩人만의 것이 아니며 시인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누구나 시를 쓸 수 있으며 굳이 글로 옮기지 않더라도 자연과 삶과 그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詩인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시인은 시를 옮기는 도구이며 모든 사람들에게 시를 전달하는 매개 역할을 할 뿐이다.

詩는 자유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詩의 자유성은 詩人 개인의 생각과 사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자연현상과 사회현상 속에 특별하게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詩는 시인에게 예속 되어서는 안되며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고 독립성을 띠며 자유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많은 詩人들은 자신의 생각을 첨가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담으려 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詩人 자신을 나타내고자 詩를 도구화 시키는 것으로서 시인 스스로 시를 억압하는 것이다.

시인들은 많으나 詩는 없다. 그것은 詩가 특정인의 전유물로 개인의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한 단체의 이기적 수단이 되기도 하는데 한 예로 많은 문학지의 운영 방식을 들을수 있다. 대체적으로 많은 문학지들은 자신들의 문학지로 등단한 시인만 신작시를 발표하게 끔 하고 있다. 물론, 자신들의 문학지로 등단하지 않은 저명한 시인들의 신작시도 게재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기적인 부분이 있는 것이다. 또한 신춘문예 역시 각 신문사 마다 특정 심사 위원을 내 세움으로서 신문사의 틀과 심사위원의 틀에 맞춰야만 당선을 시키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최근들어 신춘문예라는 단어 자체를 쓰지 않고 각 신문사의 이름을 붙여 문학상으로 명명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인 것이다.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신인이든지 기성이든지 아파하고 시인들의 잘못을 통감해야 한다. 이 시대에 詩는 없다. 다만, 시인만 득실거릴 뿐이다. 한 노시인이 웃으면서 "시인으로 성공할려면 로비를 잘 해야 한다." 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물론 그 분의 품성상 로비를 잘 하실 분도 하니며 요즘 세태와 일부 시인들의 작태를 꼬집어 하시는 말씀일 것이다. 이 시대에 시가 없고 시인만 있다는 것 이것은 시인들 스스로 자성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시인은 자연의 소리를, 사회의 소리를 전달하는 전달자이다. 그것으로 인해 자신 스스로 높아져서도 안되며 자신의 편협한 철학과 생각을 억지로 전달하려는 수단으로 삼아서도 안된다. 이것은 시인 스스로 시를 핍박하는 것이다. 고뇌하는 시인, 그렇다 시를 잘 쓰려면 고뇌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생각을 짜내기 위한 고뇌나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려는 고뇌가 되어서는 안된다. 다만 시인의 고뇌는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을 감각적, 시각적, 청각적으로 민감하게 느끼기 위한 자신만의 채찍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시인들은 시 처럼 산다. 그런류의 시인들은 얼굴에 항상 '詩'라고 달고 다닌다. 남보기에도 고뇌하고 늘 생각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다른 사람앞에서 여과없이 전달하기도 한다. 시인은 시가 아니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시를 쓰고자 노력하는 시인, 남들이 보아주기를 기대하는 시인,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시에 대한 조회 수를 수없이 궁금해 하는 시인 그들에겐 시인 자신만 있을 뿐 詩는 없는 것이다.

그저 詩를 위해 詩를 쓰라. 들판의 이름없는 들꽃도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도 저렇게 아름답고 순수한 꽃을 피우지 않는가? 그 아름다움을 무엇에 견줄 수 있겠는가? 詩는 들꽃과 같다. 부디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장식하는 수단으로 쓰지 말라. 詩를 처음 대할 때의 혹은 詩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의 초심만이 대중속에서 들꽃처럼 아름다운 詩花를 피워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詩는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詩는 욕심을 내지도 않는다. 詩는 스스로 자신을 나타내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홀로 아름답게 피어 있을 뿐이다. 다른이의 詩를 탓하고 다른이의 모습을 평가하기 전에 시인된 자신의 모습을 생각할 때이다.
"나를 위해서 詩가 있는가? 詩로 인하여 내가 있는가?"

 

안병찬 시인 -한국시사랑문인협회, 한맥문학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