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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밖 언어여행/베스트셀러

베스트셀러 시집

by 골든모티브 2011. 7. 12.

詩詩콜콜 베스트셀러 시집

 

시, 시, 시(詩)를 읽자!

 

베스트셀러는 시대의 거울이지만 감동을 주지 못하면 밀리언셀러가 되기 어렵다

시는 인생의 가장 짧고도 절묘한 표현이다, 좋은 시란 한 번 보면 자꾸 생각나 저절로 외워지는 시다, 최영미

가장 좋아하는 작가 : 소설가는 이외수, 공지영, 신경숙 등 / 시인은 도종환, 류시화, 서정윤, 이해인 등

1980년대는 시의 시대 - 베스트셀러 30년, 한기호

 

 

1. 오늘은 반달로 떠도, 이해인,1983년

 

손 시린 나목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에
바람이 차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날

빛이 있어 혼자서도
풍요로워라

맑고 높이 사는 법을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반달이여

 

2. 접시꽃 당신, 도종환, 1986년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3. 홀로서기, 서정윤, 1987년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4.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1994년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뭐가 상관이란 말인가

 

5.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1996년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민들레의 영토, 이해인, 1976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1991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2005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칼릴 지브란, 1988

▶사랑굿, 김초혜

▷당신이 그리운 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이정하 외

▶마지막이라는 말보다 더 슬픈 말은 나는 알지 못합니다, 고은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