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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밖 언어여행/베스트셀러

베스트셀러 30년

by 골든모티브 2011. 4. 19.

베스트셀러 30년 - 한기호 ‘베스트셀러 30년’ 분석

저항·행복·성공…‘시대의 욕망’을 건드린 베스트셀러

 

80년대 저항과 도피… 90년대 성공과 좌절… 2000년대 개인의 행복

80년대 : '황토' '민들레의 영토…' 현실 극복 의지를 문학 통해 은유적으로 연출
90년대 : '세계는 넓고…' '성공하는…' 경제·과학서 전면 부상
2000년대 : '연금술사' '엄마를 부탁해' 가족·타인과 소통 다룬 책 인기

30년 동안 두 해 이상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들은

 '소설 손자병법'(1984·1986), '홀로서기'(1987·1988),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1989·1990),

'시크릿'(2007·2008) 등 4권이다 

 

☞  '인간시장'부터 '엄마를 부탁해'까지 지난 30년간 국내 출판시장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책들을 분석한 '베스트셀러 30년'

 

 

책은 시대를 반영한다. 특히 베스트셀러는 당대 사람들의 꿈과 욕망, 위안과 희망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준다. 1980년 이래 30년의 베스트셀러 목록은 그래서 거대한 변혁과 변화의 물살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온 동시대인의 초상이자 사회의 변모를 들여다보게 하는 창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이 교보문고와 함께 기획해 펴낸 <베스트셀러 30년>이 드러내는 지점이다.

1980년대의 베스트셀러는 폭력과 야만의 시대, 대중의 좌절과 꿈이 어디에 머물렀는지를 가리킨다. 폭압의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열망은 우선 <태백산맥>(조정래), <장길산>(황석영), <토지>(박경리) 등 대하소설로 나타났다. 민중의 힘으로 권력에 저항하는 대하소설을 통해 불의의 시대에 대한 극복을 꿈꾼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소설이 그리는 전체주의 모습이 당시의 한국현실과 동일시된 산물이다. 또 민주화와 사회 변혁에의 추구는 이념 서적에 대한 수요를 낳았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사회과학 서적으론 유례없이 100만부 이상 팔렸다.

반면 암울한 현실로부터의 도피와 위안을 구하려는 바람은 영웅소설과 서정시에 대한 편애를 낳기도 했다.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는 전지전능의 영웅상을 그린 <인간시장>(김홍신)이 500만부 이상 팔린 게 대표적이다. 시집으로는 전례 없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홀로서기>(서정윤), 도종환 시인의 <접시꽂 당신>, 이해인 시인의 <민들레의 영토> 같은 서정시집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고단한 마음을 위무받고 싶은 기갈이 담긴 것이다.

90년대 벽두를 장식한 베스트셀러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김우중)였다. 이념의 시대가 퇴조하고, 중심이 국가나 민족에서 개인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실제 개인의 성공과 욕망의 성취를 다룬 책들이 90년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80년대 미국의 불황기에 미국인들에게 애독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 새삼 주목받은 것처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유홍준)가 신드롬을 일으킨 것도 교육·문화적 의미가 담긴 가족여행의 욕구가 증가한 게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성공의 꿈은 좌절되고, 대중은 마음의 위안처를 찾는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잭 캔필드 외) <오체불만족>(오토다케 히로타다) 등에서 위안을 찾고, <산에는 꽃이 피네> <무소유> 등 법정 스님의 책에서 상처를 위로받았다.

신자유주의가 본격화한 2000년대는 개인주의와 글로벌리즘의 무한 확대 시기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개인들의 불안이 지배한 시대. 대중은 자신만의 행복과 성공적 인생에 목마르게 되고, 이를 충족시키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시크릿>(론다 번) 등은 내면의 목소리와 힘으로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고 고단한 대중에게 속삭였다.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와 같이 사회적 성공 대신 자기만족의 행복을 추구하는 실용창작우화가 강세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개인들은 극한의 벼랑으로 내몰렸다. 이제 혼자의 힘으로는 행복도, 성공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타인과의 소통과 화해에 대한 관심이 커진 배경이다. <엄마를 부탁해>(신경숙)에 대한 애독은 그 바람이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2000년대 마지막 해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를 필두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세상과 삶에 대한 성찰, 나아가 대안을 찾고자 하는 흐름의 반영이다. / 경향신문, 2011.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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