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ㆍ초한지 처세술…이름난 작가들 다양한 버전
박태원 > 이문열ㆍ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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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베스트셀러 `삼국지`
우리 역사에서 `삼국지`가 처음 등장한 것은 조선 선조 2년(1569)의 일. 인하대 한국학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리학자 기대승(1527~1572)의 상소문에 "삼국지가 널리 읽혀 풍속의 괴란이 우려된다"는 문구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이미 삼국지 인기가 높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게 열광했던 책인 만큼 버전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한용운 박태원 김동리부터 이문열 황석영까지 한국 문학사에서 이름 있는 작가 중에서 `삼국지`에 손을 댄 사람들도 꽤 많은 편이다. 184년 황건적의 난으로 시작되는 삼국지는 주요 인물만 1000명이 넘는 대서사시. 도원결의를 맺은 유비, 관우, 장비를 중심으로 조조, 손권, 제갈공명 등 수많은 영웅호걸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역사를 풀어쓴 이 작품의 기본이 되는 판본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 이를 보완한 `모종강본`이다. 지금까지 나온 삼국지 중 국내 서점가를 평정했던 삼국지는 단연 `이문열의 삼국지`(민음사 펴냄ㆍ전 10권)다. 1988년 출간된 이문열 버전은 지금까지 무려 1700만부를 팔아치우는 대기록을 세운 초특급 베스트셀러다. 지금까지 나온 버전 중에서 현대적인 삼국지의 원형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은 구보 박태원(1909~1987)의 `삼국지`로 평가받는다. 그가 월북한 다음인 1959년부터 1964년 사이에 발간한 시리즈로 `한국판 현대 삼국지들의 좌장` 격. 올해 4월, 이 북한 출간본을 원본으로 한 작품이 국내에서 나오기도 했다. (도서출판 깊은샘 펴냄ㆍ전 10권.) 1974년에 나온 `김구용 삼국지`는 지금까지 나온 판본 중에서 중국에서 나온 원본을 완벽하게 번역한 것으로 꼽힌다. 2000년 3차 개정판이 나왔다. (솔출판사 펴냄ㆍ전 7권.) 또 옥고를 버티기 위해 썼던 글을 모아 2003년에 낸 `황석영 삼국지`(창작과비평사 펴냄ㆍ전 10권)도 우리에게 친숙한 버전.
◆ `삼국지`에 뒤지지 않는
스테디셀러, `초한지`
시황제의 진나라가 무너지면서 중원 대륙에 생긴 공백을 두고 항우와 유방, 두 영웅이 벌이는 경쟁을 그린 `초한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스테디셀러다. 초한지는 진시황 말기부터 한고조 유방이 다시 천하를 통일하는 시기까지 벌어졌던 이야기들을 소설로 옮긴 책이다. 삼국지가 주로 유비 위주로 서술된 것과 달리 항우와 유방, 두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신, 장량, 소하 등 인물들이 난세에서 어떻게 처세했는지 보여준다. 이 책이 삼국지와 다른 점은 정확한 원전이 없다는 것. 이는 내용이 지나치게 허구적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도 가져오지만 작가의 운신 폭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뜻이 된다. 최근 10권이 완간된 `이문열 초한지`는 고증을 치밀하게 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사기, 자치통감, 한서 등 역사서를 꼼꼼하게 살펴 소설의 재미를 살리면서 동시에 역사적 교훈도 전달하려 했다는 것. (민음사 펴냄ㆍ전 10권.) 시장에 나온 여러 버전 중에서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작품은 정비석(1911~1991)의 `초한지`. 특히 초한시대 전쟁사에 앞서 천하를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쌓았던 시황제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범우사 펴냄ㆍ전 5권.) `김홍신 초한지`(아리샘 펴냄ㆍ전 7권)는 유방과 항우, 두 사람이 보여주는 리더십의 차이점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후덕한 장수로 알려진 유방의 잔인성과 감정을 절제할 줄 모르는 항우 모습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게 작가의 이야기. 또 항우가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도 주변 인물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21세기에도 적용 가능한 `인재 활용`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작가가 쓴 것은 아니지만 중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중톈(易中天)의 `초한지 강의`(강주형 옮김ㆍ에버리치홀딩스 펴냄)도 볼 만하다. 그가 주장하는 유방의 성공 요인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숨기지 않았다는 것과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과감하게 기용했다는 점. 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현대 정치판에 대입하거나 처세술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겠다. /매일경제.2008.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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