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가장 큰 영향 미친 책은
교수신문, 학회·계간지 편집위원 103명 설문
■ 연구자 10명 이상에게서 추천받은 책 | |
제목(추천인 수) |
저 자 |
자본론(41) | 칼 마르크스 |
해방전후사의 인식(31) | 송건호 외 |
전환시대의 논리(28) | 리영희 |
과학혁명의 구조(15) | 토마스 쿤 |
제3의 물결(15) | 앨빈 토플러 |
오리엔탈리즘(14) | 에드워드 사이드 |
토지(13) | 박경리 |
역사란 무엇인가(12) | E. H. 카 |
태백산맥(12) | 조정래 |
꿈의 해석(11) | 지그문트 프로이트 |
한국전쟁의 기원(11) | 브루스 커밍스 |
감시와 처벌(10) | 미셸 푸코 |
한국인의 힘으로 이 땅에 근대 학문을 일군 지 반세기. 그동안 왕성했던 지적 담론의 소통과 충돌을 뒤로하고, 21세기 초엽에 한국인의 담론과 지성의 공간이 오히려 퇴락하고 있다는 진단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학술 담론을 이끌어 왔거나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은 이들에게는 어쩌면 유쾌하지 않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책과 지성, 책과 사회의 교감을 살펴보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사회 이해의 과정이자 도구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학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1948년 정부수립 이후 한국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여기는 책은 무엇일까.
교수신문이 4월 초 일주일에 걸쳐 학회지와 계간지 편집위원 103명의 의견을 받아 그 답을 내놓았다.
설문 대상자들은 서울대 최갑수 교수와 한신대 윤평중 교수 등 학회 연구원들이 망라됐다.교수신문은 편집위원 1인당 10종까지 중복응답을 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으로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뽑혔다. 모두 41명에게서 추천을 받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책으로 평가받았다.
1970년대 중반부터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비밀스럽게 퍼져나간 ‘자본론’은 1987년 이후 제대로 된 번역본이 출간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자본론’을 추천한 응답자들은 대부분 변혁운동을 선도하고 진보적 성향의 학계를 결집시켰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자본론’과 더불어 10명 이상의 편집위원에게 추천받은 책은 모두 12종이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송건호 외)과 ‘전환시대의 논리’(리영희)는 각각 31명, 28명에게서 추천받았다. 두 책 모두 출간 당시 군부 독재 지배이념에 균열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 선정의 주된 이유였다.
이외에 ‘과학혁명의 구조’(토마스 쿤, 15명) ‘제3의 물결’(앨빈 토플러, 15명), ‘오리엔탈리즘’(에드워드 사이드, 14명), ‘토지’(박경리, 13명), ‘역사란 무엇인가’(E.H 카, 12명) ‘태백산맥’ (조정래, 12명), ‘꿈의 해석’(지그문트 프로이트, 11명) ‘한국전쟁의 기원’(브루스 커밍스, 11명) ‘감시와 처벌’(미셸 푸코, 10명)도 10명 이상에게서 추천받은 책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묵직한 책들인 셈이다.
연구자 10명 이상에게서 지목된 책들 중 국내 저자의 책은 4종, 외국 저자의 책은 8종이다. 우리 지식층이 국내 토양보다는 서구 중심적인 사고에 영향을 받은 것을 드러낸다. 연구자 3명 이상에게서 추천받은 책으로 확대해도 이런 경향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3명 이상의 추천으로 확대하면 총 75종이 되며, 이 중 국외서는 45종에 달했지만 국내서는 27종이었다.
이기홍 강원대 사회과학연구원 원장은 “1987년까지 또는 그 이후까지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구속한 ‘법적’ 폭력과 구미 유학 특히 미국 유학을 통로로 하는 지식인 생산구조가 근본 원인이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지성사가 미국 유학을 축으로 형성된 서구중심의 지식권력 구조에 따라 규정돼 왔으며, 그 힘이 약화됐다는 증거도 찾을 수 없다는 진단이다.한편 유명 학술지 편집위원들이 평가한 대작들은 요즈음 대학생들의 독서 대상으로는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조사와 함께 이뤄진 서울대 도서관의 대출 실정이 이를 반영한다.
연구자 3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72종의 책들 중 서울대 도서관의 대출 순위 100위까지의 목록에 들어 있는 책은 4∼5종에 불과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1년 5종, 2002년 5종, 2003년 3종, 2004년 4종, 2005년 4종, 2006년 5종, 2007년 4종이었다. 최근 3년 이상 목록에 오른 책은 ‘토지’(5년), ‘태백산맥’(3년)과 같은 소설과 ‘논어’(3년), ‘이기적 유전자’(3년)이었다. 1순위로 추천받은 ‘자본론’은 대출 순위에 오른 적이 아예 없었다. 세계일보,2008.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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