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매력적 … 다이내믹한 소재
세계적인 출판사 프랑스 갈리마르가 내는 계간 문예지 ‘프랑스 신 비평(NRF.: La Nouvelle Revue Franaise)’이 한국문학 특집호를 출간했다. ‘한국에서 온 편지(Lettres de Core)’라는 제호로 내는 이번 특집호는 봄·여름호 2회에 걸쳐 한국 현대 문학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NRF는 “한국 문학은 중국·일본 문학에 비해 프랑스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력이 대단하다”며 “놀랍도록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한국 현대 문학에 빠져볼 기회”라고 소개했다.
이번 특집은 평소 아시아 문학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온 NRF 편집장 미셸 브로도(Michel Braudeau)가 직접 기획에 나서 1년간 정성을 쏟은 끝에 빛을 보게됐다. 한국 특집호가 완간되는 다음달 한국을 찾아 한국 작가들을 만날 예정이라는 그는 “파리 서점 어느 곳에서라도 매력적인 한국 문학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되길 바란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프랑스 현지에서 지난달 30일 발행된 봄호에는 서울대 박성창 교수의 평론 ‘한국 현대문학사’와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Le clzio)가 쓴 ‘정(情), 한(恨) 사랑과 복수’라는 에세이와 작가 14명의 작품이 함께 실렸다. 작가의 출생 순서대로 황순원의 단편 ‘수컷 퇴화설’,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 최인훈의 장편소설 ‘회색인’, 김광규 시인의 ‘어린 게의 죽음’, 오세영 시인의 ‘바람소리’, 황석영의 『바리데기』, 박범신 장편 ‘더러운 책상’,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나무’ 등을 담았다. 시 작품은 전문을, 소설은 요약·발췌본을 실었다.
6월 초 발행되는 여름호는 김훈의 단편 ‘화장’과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기형도 시인의 ‘입속의 검은 잎’,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를 비롯해 김영하의 ‘도마뱀’, 한강의 ‘아홉 개의 이야기’, 김연수의 ‘남원고사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 등 젊은 작가의 작품까지 16편을 싣는다.
한국 특집 총괄 진행을 맡은 번역가 장 노엘 주테(Jean-Nol Juttet)는 수록 작품 선정 배경에 대해 “김치수·박성창 씨 등 한국 평론가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한국문학번역원의 도움을 받아 선정했고 가능하면 프랑스에 출판돼 있지 않는 작품을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집의 번역 작업은 한국인 번역가와 프랑스인 감수자가 2인 1조로 진행했다. 덕분에 한국어와 불어, 두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와 정서적 간극을 매끄럽게 여며냈다는 평을 받았다. 황석영의 『바리데기』를 번역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최미경 교수는 “불어를 포함한 유럽어는 영어권만큼 번역 인력 풀이 넓지 않아 한국 문학 작품이 유럽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공동 번역 작업은 한국어를 불어로 옮기는 데 있어 이상적인 번역 모델을 찾는 좋은 실험이 됐다”고 말했다.
NRF 독서회원(한국 문예지의 편집위원 격)으로 있는 르 클레지오는 한강·김애란 등 젊은 여성작가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몇십 년 뒤에 이들이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극찬했다.“한국 현대 문학은 한국 사회만큼이나 다이내믹하다. 특히 최근 젊은 작가들이 다루는 소재들은 프랑스에서는 보지 못했던 참신한 것들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하면 전쟁만 떠올리던 프랑스 독자들이 새로운 한국을 만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NRF는= 1908년 창간된 프랑스의 유서 깊은 문예지로 갈리마르 출판사의 모태가 됐다. 설립자이자 초대 편집장 가스통 갈리마르(Gaston Gallimard)의 탁월한 작가 발굴 능력으로 20세기 프랑스 문학과 사상의 산실로 발돋움했다. 앙드레 지드·폴 발레리·마르셀 프루스트 등이 편집위원을 지냈다. 중앙일보,2008.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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