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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밖 언어여행/독 . 서

스테디셀러 판매순위

by 골든모티브 2013. 8. 18.

출판사 30곳에 물었다. 출간 10년 넘게 매년 1만부 이상 팔린책

 

'광장'부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까지

가장 오래된 스테디셀러는 문학과지성이 1976년 펴낸 최인훈 소설 '광장'(발표는 1960년). 누적 65만부가 판매됐다. 조세희가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1978), 이문열 평역으로 출간돼 1800만부 팔렸고 올해 전자책으로도 나온 '삼국지'(1988), 조정래의 '태백산백'(1986), 김훈의 '칼의 노래'(2001) 등도 '10년+1만부 클럽' 회원이었다. 창비는 "기록이 정확하지 않지만 황석영 소설도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2001), '앵무새 죽이기'(2002) 등 외국 소설도 있었다.

시집은 극소수였다. 그래도 극강의 스테디셀러는 1998년부터 총 123만부가 판매된 류시화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평단은 외면하지만 독자는 꾸준한 성원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김용택의 '시가 내게로 왔다'(2003·누적 60만부),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1989·26만부)도 뒷심이 좋다.

 

조선일보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이 팔리는 스테디셀러들. 맨 윗줄 ‘총, 균, 쇠’부터 맨 아랫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까지 우리 사회의 단단한 독서 지형을 보여준다. /이덕훈 기자


 

 

'광장'부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까지

가장 오래된 스테디셀러는 문학과지성이 1976년 펴낸 최인훈 소설 '광장'(발표는 1960년). 누적 65만부가 판매됐다. 조세희가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1978), 이문열 평역으로 출간돼 1800만부 팔렸고 올해 전자책으로도 나온 '삼국지'(1988), 조정래의 '태백산백'(1986), 김훈의 '칼의 노래'(2001) 등도 '10년+1만부 클럽' 회원이었다. 창비는 "기록이 정확하지 않지만 황석영 소설도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2001), '앵무새 죽이기'(2002) 등 외국 소설도 있었다.

시집은 극소수였다. 그래도 극강의 스테디셀러는 1998년부터 총 123만부가 판매된 류시화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평단은 외면하지만 독자는 꾸준한 성원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김용택의 '시가 내게로 왔다'(2003·누적 60만부),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1989·26만부)도 뒷심이 좋다.

문학 바깥에서는 해마다 5만부씩 나간다는 리처드 도킨스의 과학 교양서 '이기적 유전자'(1993)를 비롯해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1994),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2000),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1994), 켄 블랜차드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2003) 등이 스테디셀러였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는 꾸준히 팔리기는 하지만 '연간 1만부' 허들을 넘지는 못했다.

사연 있는 스테디셀러

교보문고를 통해 올해 1~8월 스테디셀러 판매 순위를 뽑아 교차 검증했다. 출간 10년이 넘은 책 중에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1998),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2000),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1989)가 1~3위에 올라 있다〈표 참조〉.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에서 유독 인기 있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알랭 드 보통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책 700종을 펴낸 까치에서 '10년+1만부 클럽' 회원은 드 보통뿐이었다. 2002년 출간돼 드 보통 붐의 진원지가 된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박종만 사장은 "번역본 제목을 '왜 나는…'으로 할지 '나는 왜…'로 할지 당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열린책들에서 '10년+1만부 클럽'에 오른 책은 베르베르가 쓴 '나무'(2003)와 '상상력 사전'(1996)밖에 없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최근에 부활했을 뿐 1만부 밑으로 주춤한 해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출판사는 '베르베르님'이 먹여 살리는 셈이다.

어린이 책은 구간(舊刊) 천하

160종으로 확인된 '10년+1만부 클럽'에서 3분의 1은 어린이 책으로 나타났다. 시공사와 사계절의 경우 스테디셀러는 아동서에서만 나왔다. 2011년 100만부를 돌파한 권정생의 동화 '강아지똥'을 펴낸 길벗어린이 관계자는 "그림책은 구간 중심으로 팔려 신간 진입이 힘든 시장"이라고 했다.

"커다란 커어다란 사과가 쿵!" 땅에 떨어지며 출발해 여러 동물이 파먹은 사과 아래서 비를 피하는 장면으로 닫히는 다다 히로시의 '사과가 쿵!'(1996)을 비롯해 베르너 홀츠바르트의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1993), 마이클 로젠의 '곰 사냥을 떠나자'(1994), 최숙희의 '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1998),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책 먹는 여우'(2001), 앤서니 브라운의 '미술관에 간 윌리'(2000) '돼지책'(2001), '지각대장 존'(1996)…. 아이에게 읽히지 않고 초등학교에 보내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인기있는 그림책들이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2002), 미하엘 엔데의 '모모'(1999), 권윤덕의 '만희네 집'(1995) 등 초등학생용 동화도 여럿 포함됐다.

출판사 사장이 탐내는 책

출판사 사장·편집장 등 20명에게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가장 탐나는(훌륭한) 스테디셀러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최다 득표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난쏘공'(이상 3표). '그리스인 조르바' '총, 균, 쇠' '태백산맥'은 나란히 2표를 받았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1993년 전남 강진·해남 땅을 시작으로 제주까지 전국을 훑더니 올해는 일본편도 나왔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는 "전문가와 대중 사이의 간극을 좁혀준 책"이라며 "시리즈물은 고정 독자 1만명이 넘으면 누적·확산 효과로 스테디셀러가 되기에 유리하다"고 했다.

'난쏘공'은 도시빈민과 공장 노동자, 철거민 가족을 전면에 세운 첫 한국소설.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시대정신과 작품 형식의 완벽한 조화 같은 것이 고전을 만들어내는데, '난쏘공'이 그런 작품"이라고 말했다. 정은숙 마음산책 사장은 "'총, 균, 쇠'와 '그리스인 조르바'는 해당 분야 바깥의 독자까지 읽고 있다는 점에서 탐나는 책"이라고 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전몽각의 '윤미네 집',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등도 훌륭한 스테디셀러로 꼽혔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스테디셀러는 신뢰할 수 있는 도서 목록이자 출판사의 자산"이라면서 "한 사회의 독서 지형과 지적 풍속도를 보여준다"고 했다.

 

[독자에 꾸준히 사랑받는 책들]

최인훈·광장/조세희·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문열 평역·삼국지/조정래·태백산맥/김훈·칼의 노래/파울로 코엘료·연금술사/하퍼 리·앵무새 죽이기/류시화·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김용택·시가 내게로 왔다/기형도·입 속의 검은 잎/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스티븐 코비·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윤기·그리스로마 신화/진중권·미학 오디세이/켄 블랜차드·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재레드 다이아몬드·총, 균, 쇠/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무라카미 하루키·상실의 시대/알랭 드 보통·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베르나르 베르베르·나무 / - Copyrights ⓒ 조선일보 2013.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