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동시 - 제 29 편]
누가 누가 잠자나-목일신
넓고 넓은 밤하늘엔
누가 누가 잠자나
하늘나라 아기별이
깜빡깜빡 잠자지.
깊고 깊은 숲 속에선
누가 누가 잠자나
산새 들새 모여앉아
꼬빡꼬빡 잠자지.
포근포근 엄마 품엔
누가 누가 잠자나
우리아기 예쁜 아기
새근새근 잠자지.
〈1933〉
- ▲ 일러스트 양혜원
시평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엄마 품'
목일신(1914~1986)은 전라남도 고흥에서 태어나 일본 간사이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다. 그이가 전주 신흥중학교(5년제) 1학년 때 쓴 〈누가 누가 잠자나〉는 자장가로 널리 알려졌다. 이미 고흥보통학교 5학년 때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라고 시작하는 〈자전거〉를 발표해 문재를 보인 그이는 15세 때(1929)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16세 때(1930)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요가 당선된 이력을 가진 이다.
자장가는 혁명가, 노동요, 새마을 노래 따위와 같이 뜻과 쓰임이 분명하다. 자장가는 어린 것의 잠을 부르는데, 혁명가는 혁명의 불을 지핀 뜻을 기리는데, 노동요는 일의 고단함과 시름을 덜어내는데, 새마을 노래는 농어촌의 혁신을 부추기는데 그 뜻과 쓰임을 둔다. 〈누가 누가 잠자나〉는 단순하고 천진한 발상이 돋보인다. 하늘에는 아기별, 땅에는 산새 들새, 엄마 품엔 아기가 있다. 죄다 죄 없이 천진한 존재들이다. 사나운 다툼과 의견대립이 있는 곳에서는 평화로운 잠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모든 자장가는 평화로운 정경을 노래한다. "넓고 넓은 밤하늘"이나, "깊고 깊은 숲 속", 그리고 "엄마 품"은 시인의 상상력이 가닿은 평화로운 곳이다.
청자(聽者)를 어르고 달래는 자장가는 뒤집으면 발화자(發話者)의 시름을 덜고 불안을 재우는 노래다. 걱정과 불안을 품은 이는 아가가 아니라 엄마다. 재즈곡인 〈서머 타임〉 (Summer Time)도 자장가다. "여름은 살만 하단다./ 물고기는 튀고/ 목화는 잘 자라니까/ 아빠 돈벌이는 괜찮고/ 엄마도 솜씨가 좋으니까./ 귀여운 아가야 울지 마라." 목화도 풍년이고, 아빠 벌이도 괜찮으니 올해는 사는 데 지장이 없단다. 한 세기 전쯤 미국 남부에서 한 흑인 엄마는 아기를 품에 안고 그런 노래를 하며 스스로의 불안과 걱정을 재웠을 터다.
자장가를 부르는 엄마의 다독이는 손길은 부드럽다. 아가야, 세상은 별일 없단다, 그러니 잘 자거라. 세상의 자장가들은 아기가 제 뜻을 펼쳐 살게 될 미래의 세상이 평화롭기를, 그래서 아기의 삶이 순탄하기를 염원하는 엄마의 주문(呪文)이고 진언이다. 그런 엄마의 뜻을 담아 자장가는 곡진하다. 엄마의 주문이 부른 평안 속에서 밤하늘에는 "하늘나라 아기별"이 잠들고, 숲 속에는 "산새 들새"들이 잠들고, 엄마 품에는 "예쁜 아기"가 새근새근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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