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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추억의 여행/중국과 일본 여행

일본 나라[奈良] 여행

by 골든모티브 2013. 4. 27.

[자유여행] 천년 거슬러 일본 나라<奈良>로 시.간.여.행

 

나라마치
간사이 공항에서 1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 나라로 들어서면 우선 낮은 스카이라인에 놀란다. 높은 빌딩들은 사라지고 어느새 기와지붕을 인 2층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모습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경주와 비슷한 풍경이다. 710년부터 784년까지 고대 일본 수도였으며 일본 고대불교 중심지이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 8개나 있다.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필수 코스인 도다이지(東大寺) 대불전을 비롯해 옛날 이곳을 수도로 삼았던 헤이조쿄(平城京) 궁궐터, 고색창연한 사찰 고후쿠지(興福寺) 등 세계문화유산을 둘러보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나라는 오사카와 교토의 `별책 부록` 정도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오사카나 교토에 여행을 왔다가 몇 시간 정도 짬을 내 사슴공원과 도다이지 정도만 잠깐 둘러보고 가는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라는 하루 이상 시간을 투자해 여행해 볼 만한 도시다. 복원 중인 옛 왕궁터도 돌아보고 사슴과 어울려 공원을 한가로이 산책하는 것도 좋다. 자전거를 타고 고풍스러운 옛 골목을 다녀보아도 된다.

경주를 자전거로 돌아볼 수 있듯 나라 역시 자전거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간사이 공항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아스카 지역은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 알맞은 곳. 도보나 버스 등으로 여행이 가능하지만 아스카 지역에서만큼은 전원을 즐기는 자전거 여행이 제격이다. 나라 현립 만요문화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아스카데라, 아스카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아마카시노오카 등을 둘러보면 된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다 보면 거석을 쌓아 올린 이시부타이 고분, 에도 시대 건물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이마이초 마을 등을 만날 수 있다. 자전거 대여료는 1시간에 300엔(약 4000원) 정도. 하루 종일 빌려도 1000엔이다.

나라 시내에도 볼 만한 곳이 많다. 나라시는 나라현에서 가장 큰 도시. 하지만 어느 지방 소도시 같은 분위기다. 와카쿠사산 정상에서 도시 전체를 전망할 수 있다. 와카쿠사산 기슭에 자리한 나라공원은 수천 마리 사슴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천 마리 사슴이 푸른 잔디밭을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관리인이 먹이를 주기 위해 나팔을 불면 숲속에 있던 사슴들이 쏜살같이 뛰어나오는 장면이 흥미롭다.

나라 공원과 이어진 곳에 도다이지(東大寺)가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유적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신라 화엄종을 국교로 삼은 당시 일왕이 일본 화엄종 중심 사찰로 건립한 곳이다. 도다이지로 향하는 길에는 사슴이 곳곳에서 평화롭게 노닐고 있다. 사람이 다가가도 무서워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사슴과 함께 다정한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미소를 짓게 한다.

도다이지 정문인 난다이몬(南大門)은 일본식 2층 기와 구조로 문. 기단에서부터 높이가 25.46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다. 도다이지 대불전에는 높이 15m나 되는 불상이 있는데 국가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했던 쇼무 일왕이 전국에서 동 500t을 모아 26년간 제조했다고 한다. 대불전 역시 너비 57m, 높이 49m. 목조건물로는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나라마치` 산책도 꼭 해보길 권한다. 나라 시내 긴데쓰 나라역에서 가깝다. 청담동이나 홍대의 아기자기한 골목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고풍스러운 일본식 건물들이 좁은 골목 양편으로 늘어선 모습에서 발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장신구점, 레스토랑 등도 모여 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이카루카 지역으로 가보자. 나라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이곳에 `일본 국보의 총아`로 불리는 호류지(法隆寺)가 있다. 호류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인정받는 곳. 아스카 시대인 서기 607년 건립되었으니 1400세가 넘은 건물이다. 쇼토쿠 태자(聖德太子)가 백제에서 많은 건축가와 장인을 초청해 지은 절 가운데 하나인데 국보급 문화재만 190점에 달한다. 백제 승려 담징이 그렸다는 금당벽화를 비롯해 백제 관음상 등 우리 문화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라 여행은 시기산에서 마무리한다. 멀리 오사카까지 눈부신 도시 야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숲 사이로 수천만 개 불빛이 반짝이는 모습은 밤바다처럼 신비롭다.

■ 여행정보

△항공=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간사이 공항 직항편을 운영하고 있다. 간사이 공항에서 나라까지 리무진 버스로 약 1시간30분 소요. JR를 이용하면 나라역까지 60분, 긴테스선을 이용하면 긴테스 나라역까지 70분 정도 걸린다.

△음식=술지게미에 채소를 절인 나라즈케(채소 절임)가 유명하다. 차가유(茶粥) 차로 만든 죽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가정요리다. 예전부터 `야마토 아침은 차가유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 밥과 물에 호지차를 넣어 끓여 만드는 간단한 요리지만 입에 들어가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일품이다. 감잎초밥인 `가키노하스시`도 빼놓을 수 없다. 식초에 절인 연어나 소금에 절인 고등어 조각을 밥 위에 올려 감잎으로 싸서 만든 초밥.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귀중한 음식이다.

△기타=나라현은 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2010년 `헤이조쿄(나라 옛 이름) 천도 1300주년`을 맞아 유적지 탐방 투어를 비롯해 다양한 축제가 연중 이어질 예정. 나라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나라현 한국어 홈페이지(www.pref.nara.jp/nara_k/)를 참고하면 된다. 매일경제/2009.1011[글 / 사진 = 최갑수 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