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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삶의 향기/문인 행사

임철우 소설가와 인터뷰

by 골든모티브 2011. 4. 23.

임철우 소설가를 만나다

 

  학생들과 소설을 공부하면서 항상 고민이 많습니다. 작품을 읽고 토론을 하고 작가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교육현장에서는 항상 평가를 준비하고 수능에 대비하여 언어영역 문제풀이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국어교사의 사명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슬픈 현실에 오늘 임철우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더없이 행복하며 뜻 깊은 자리라 생각합니다. 작품과 관련하여 몇 가지 여쭈어 보겠습니다. 소설을 공부하는 우리 수험생들에게 좋은 조언 부탁합니다.

 

 

 

 

 

  ▼ 별어곡(別於谷)

 ▽ 임철우작가 사인

 

 

1. 2000년대에 발표된 소설 중에서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함께 읽을 만한 좋은 작품을 1편 추천해 주시고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하나는 2005년에 냈던 '백년여관'이라는 소설이고 다른 하나는 작년 겨울에 냈던 '이별하는 골짜기'에요. 이 두 권 다 학생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저의 작품이에요. 특히 '이별하는 골짜기'는 실제 존재하는 강원도 정선의 간이역을 무대로 쓴 작품이에요. 그 책에는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도 담겨 있는데, 그래서 학생들이 꼭 읽어봤으면 합니다.

 

2. 3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버지의 땅(1984) 일부를 읽고 수능문제 풀이를 할 예정입니다. 작가가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남북 분단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군요. 우리가 지금 남북으로 분단된 현실에 있죠. 사실은 한 가족이 반으로 나눠진 현실이나 마찬가지에요. 편지도 쓸 수 없고 찾아 갈 수도 없죠. 어찌 보면 가장 먼 나라가 되었지요. 어떤 문제가 생기면 서로를 가장 적대시하는 남북인데, 이것이 얼마나 이상한 상황인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인지 알아야 해요. 이것들은 여러분 자신들의 문제이지요.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과 학생들은 정말 너무 무관심해요. 분단된 현실의 문제는 생각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그런 문제가 아니죠. '아버지의 땅'이란 작품에서도 그런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아들은 아버지를 찾아야 할 존재가 아닌 적으로, 망각해야할 존재로 다루고 있죠. 그러나 아버지라는 존재는 억지로 뗀다고 해서 뗄 수도 없고 망각한다고 해서 망각될 수 없는 존재인데 말이죠. 아들이 우연히 땅 속에서 유해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그것이 분명 아버지의 유해일리는 없을지라도 자기 내면 속에 망각 속에 묻어 버리려 했던 아버지를 마주치게 되는 거죠. 전쟁의 허상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것이죠. 아까도 말했듯이 이런 문제는 피해갈 수도 없는 우리들의 문제임을 알려주고자 했어요.

 

이런 비극을 없애야죠. 더 이상 계속되면 안 되죠.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려고 해야하죠. 이런 면을 노인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어요.

 

3. 단편소설 사평역(1983)은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를 소설화(재탄생)한 것으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혹 서로 교류(교감)가 있었거나 재미있는 창작배경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곽재구 시인과 저는 정말 친한 친구에요. 같은 대학교를 나왔지요. 곽재구 시인은 전남대 국문과를, 저는 전남대 영문과를 나왔는데, 놀랍게도 우리는 나이도 같고 생년월일도 같아요. 같은 해에 신춘 문예에 함께 당선되고, 5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같은 동네에 살기도 했고요. 곽재구 시인은 '사평역에서'라는 작품을 통해 등단했고 저는 '개도둑'이라는 작품을 통해 등단되었어요.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서로를 알게 되었고 친해졌지, 그 전에는 이름만 알았지요. 곽재구 시인의 작품을 모두 좋아했지만 특히 그 '사평역에서'라는 시는 제가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 시를 외우고 암송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그림이 그려지더군요. 그래서 인물들이 만들어지고, 역의 풍경이 그려지면서 소설이 탄생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도 제가 쓴 작품 중 애착이 가는 작품이 '사평역'입니다.

 

4. 눈이 오면(1985)이 작년 6월 수능모의 평가에 4문항 출제되었습니다.

 

(문제 제시) 읽어 보시고 한 말씀 해주세요. 꼬두메의 공간적(상징적인)인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꼬두메는 실제로 존재하는 동네에요. 제가 살았던 광주 변두리에, 도시도 아니고 농촌도 아닌, 가난하지만 아담한 마을이었죠. 그래서 그 동네를 실제 무대로 썼는데 지금은 거기에 있던 과수원, 올망졸망한 시골 집, 대나무 숲들이 다 사라졌어요. 오래전부터 그 곳엔 아파트가 들어서고 개발이 돼서 과거의 평화로웠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마을이죠.

 

 

김민주 학생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한서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민주입니다. 우선 선생님과 이런 자리를 갖게 되어 영광이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임철우 선생님의 소설을 읽게 되면 한국전쟁, 산업화, 5.18 민주항쟁 등의 상황을 배경으로도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신다기 보다는 절제하신 문체가 돋보이는데,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시지 않는 다른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임철우 작가 소설이란게 본래 신문기사나 논술 처럼 자신의 의견을 직접 드러내는 글과는 다르지요. 소설은 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것은 소설과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요. 감정을 절제한다고나 할까, 작가는 소설의 분위기에 맞춰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드러내는 것이지 직접 말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봐요.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사평역에서, 그 섬에 가고싶다 등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선생님의 작품에서 제일 애착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임철우 작가 작가는 자기 작품의 인물들에게 모두 애착이 가죠. 여러분들이 많이 읽어 본 작품에서 꼽으라면 사평역에 나오는 인 대학생과 미친 여자에게 애착이 가요. 대학생의 경우에는 저의 대학 시절 모습이 많이 담겨 있고 미친 여자의 경우에는 그 사평역이라는 작품에서 제일 가엾은 여자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선생님은 '5월의 작가'라 불릴 만큼 518일의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많은 작품을 쓰셨는데요. 저희 청소년들이 오늘 날 5월 민주화 항쟁을 되돌아 보면서 가져야 할 태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임철우 작가 지금 학생들에게는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기에 멀게 느껴지겠지만, 생각해보면 멀지만도 않은 일이지요. 지금 우리가 여러 가지 면에서 굉장히 자유롭고 경제적으로도 윤택한 삶을 살지요. 물론 문제점도 많이 있지만 여러분들은 이전에 비하면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데, 이런 삶들이 우연히 주어진 게 아니라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거쳐 이루어진 삶이란 걸 알았으면 해요. 잘 못된 세상을 바로 잡아보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통을 겪었고, 죽음도 감수했던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돼요. 지금 현재의 문제들도 무관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과거의 그 분들이 그랬듯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여러분들의 책임이에요. 세상에 무관심하고, 자기만을 생각하다 보면 우리는 언젠가 또 다시 불행한 시대에 닥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 과거와 현재의 문제에 눈을 돌릴 줄 알아야하죠.

 

'행복한 인문학'이라는 책을 통해 인문학을 통한 소외계층의 변화를 말씀하셨습니다. 최근 대학들이 실용학문 위주로 학과를 통폐합하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임철우 작가 그리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죠. 사실 왜 인문학이 외면 당하는지 보면, 이건 현대인의 삶이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해요 인문학은 해도되고 안해도되는 학문이 아니에요. 인문학은 말 그대로 인간에 대한 학문이죠.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집에서 살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정말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죠. 그렇기에 아무도 '인간은 뭘까.'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사는 게 진정한 행복한 삶일까.'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있죠. 근데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게 인문학이죠. 현대인들은 이런 것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마음이 공허하고 머리는 텅 비어가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사람이 물질의 노예가 되고 오직 돈만을 벌기 위해 정말 소중한 것들을 내팽겨치면서 불행해지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인문학이 중요한 거에요. 인문학은 예술, 철학, 문학, 윤리..이런거죠. 사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인문학인데 지금 와서 가장 천대받는 것이 인문학이죠. 바꿔 말하자면 세상은 참 잘못되가고 있는 것이죠. 돈을 벌기 위해 인문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어가기 위해, 참되게 진실되게 살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인문학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인문학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학문이죠.

 

이제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문창과 학생들의 경향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또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임철우 작가 글을 쓰고 싶다는 학생들이 문예창작과에 오는 것은 예전과 같죠. 문제는 태도에 있어요.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시간이 없어 그럴 수는 있지만, 막상 문창과에 들어온 후에도 작품들을 많이 읽지 않아요.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싶다는 학생들이 시와 소설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책 읽을 시간을 스스로 확보하지 못하다는 것도 문제에요. 인터넷이나 게임, TV로 즐기는 문화에 취해 시간을 비생산적으로 보내는 경우도 많지요. 글을 쓰거나 시를 쓸 때는 혼자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야 하는데, 요즘 친구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요. 그러면 생각이 얕아지고, 정신적 깊이가 없어지죠. 그러다보니 쓸 거리가 빈약해지죠. 무언가를 막 써도 깊이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없는 것이에요. 자기가 고민하여야 쓸 거리가 깊어지는 것인데, 가진 것이 없으니 나올 이야기가 없는 것이죠. 많은 책들을 읽고, 자기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문예를 창작하고자하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청소년들에게서는 혼자 여행을 하고, 혼자 일을 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죠. 공부조차도 누군가가 가르쳐 주어야만 공부하는 학생들도 대부분이고요. 여러분이 살고 있는 시대가 얼마나 여러분들이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는지 먼저 생각해보아야 해요.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그런 것들에 휩쓸리다 보면 결국에는 자기는 사라져 버리는 거죠. 생각 없는 껍데기만, 속이 텅 빈 인형 같은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지 요즘 학생들은 문장을 함부로 쓰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어요. '문장을 날린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죠. 문장 하나하나에 자신을 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뱉 듯이 문장을 쓰기도 해요. 지금 이 시대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죠. 자기 자신을 지키지 않으면 여러분도 그저 거리를 방황하는 텅 빈 머리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죠. 세상의 어두움에 관한 부분, 감춰진 부분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기의 인생의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살아가야겠지요.

2011. 4. 10 임철우 작가와 대화

인터뷰  : 김동기, 한서고, 국어교사, 김민주 학생기자, 임철우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