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작가 이상 전집 1 <소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날개>
근대 문학사에서 이상만큼 신비한 인물은 드물 것이다. 또한 이상만큼 불우하고 처연한 삶을 살다간 인물 또한 드물 것이다.
만 26년 7개월의 짧은 생을 살다간 이상이지만 그가 남긴 문학적 업적은 가히 전방위적인 충격파를 이 땅에 남겼다.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모더니즘, 게다가 지독한 탐미주의까지 두루 섭렵한 대식가 이상. 그가 시와 소설, 수필 등에서 시도한 기법들은 반세기가 훨씬 넘는 지금까지도 신선하면서도 기이한 느낌을 주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 이상 같은 예인은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누가 말했던가. ‘시인은 미래를 훔쳐보는 스파이’라고. 아마 이 말에 가장 적합한 인물은 분명 이상, 김해경일 것이다.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모더니즘, 게다가 지독한 탐미주의까지 두루 섭렵한 대식가 이상. 그가 시와 소설, 수필 등에서 시도한 기법들은 반세기가 훨씬 넘는 지금까지도 신선하면서도 기이한 느낌을 주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 이상 같은 예인은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누가 말했던가. ‘시인은 미래를 훔쳐보는 스파이’라고. 아마 이 말에 가장 적합한 인물은 분명 이상, 김해경일 것이다.
불우한 가정환경 - 회화ㆍ건축설계 - 세 명의 여인
이상의 작품에는 세 가지 중요한 기제가 숨어 있다. 하나는 3살 때 친부모를 떠나 백부의 집에 양자로 들어간 불우한 가정환경이며, 또 하나는 회화와 건축설계를 했던 그의 직업적 이력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인이다. 이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기제에 대한 치밀한 탐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기행과 파격을 일삼았던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있으며, 그의 문학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다.
국문학사상 단일 주제로 가장 많이 연구되는 것이 ‘처용가’에 관한 것이라면, 문학 작품사상 가장 많이 연구되는 것은 단연 이상과 그의 작품일 것이다. 그의 시 ‘오감도’는 지금도 여러 평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으며 토론되고 있다. 또한 그가 창조한 수많은 소설들은 내용의 난해함과 형식의 파격성으로 인해 근대 소설의 한 전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국내 최고의 권위를 가지는 것이다.
초현실주의의 선구자이자 심리소설의 개척자로 높이 평가받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의 가능성을 부정한 관념론자로 규정받는 이상. 가람기획이 펴낸 〈이상 전집1〉은 이런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이상의 소설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편성한 것이다. 예전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이상전집 시리즈에 비해 큼직한 활자가 보기에도 좋고, 현대적인 언어로 풀이한 주석도 평이하다. 그래서 이 책은 이상 소설의 진면목을 대중들에게 시원스레 보여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 책에는 총 16편의 소설들이 실려 있다. 맨 처음에 등장하는 소설은 〈12월 12일〉이라는 작품인데, 이 작품은 이상이 쓴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이상의 성격이나 의식 상태로 보아 장편소설은 분명 그의 장르가 아니었다.
익숙한 기호체계 뒤흔드는 파격적 글쓰기의 매력
그는 짧고,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를 즐겨 사용했다. 그래서 몇 마디 언어로 본질을 파헤치는 시나 단편소설이 그의 성격에 딱 들어맞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각혈을 동반한 그의 평상시 건강상태에서 나온 자조적인 글쓰기인지도 모른다.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그에게 장편소설은 하나의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단편소설을, 그것도 아주 짧은 단편소설을 즐겨 썼던 것이다.
이 책에는 그런 단편소설들이 거의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다. 한국 현대 문학 최초의 심리주의 소설인 ‘날개’는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첫 번째 아내인 금홍을 만난 과정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봉별기’ 또한 만날 수 있다. ‘지주회시’와 ‘지도의 암실’, ‘휴업과 사정’ 등과 같은 작품은 의도적으로 띄어쓰기를 무시한 작품들이다. 이상이 띄어쓰기를 무시한 주된 이유는 일상의 기호체계를 부정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익숙하면서도 당연시되는 기호체계를 부정함으로써 낯설고 혼란스러운 환경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관객들은 그렇게 낯선 환경을 접하면서 일순 혼란스러워하지만 어느 순간 낯선 환경의 일원이 되고 만다. 이런 ‘낯설게 하기’는 이상이 시에서 즐겨 써먹은 수법이기도 하다. 언어가 뒤죽박죽이고 인간 군상들의 모습도 뒤죽박죽인 상태. 이상이 의도한 바는 이런 뒤죽박죽의 체계 속에서 제3의 개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양하게, 현란하게, 너무 많은 해석이 가능하게끔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리는 수법인 것이다.
현실을 부정하면서 그 속에 살아야했던 천재작가의 비애
이상이 동화를 썼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이 책에는 이상이 쓴 동화 한편이 수록되어 있다. ‘황소와 도깨비’라는 작품이 그것인데, 동화라고 해도 결코 만만치 않은 내용과 난해함을 지니고 있다. 그나마 다른 작품들에 비해 조금 쉽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 수 있다.
이 밖에도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소설인 ‘종생기’도 눈여겨 볼만하다. 정임이란 여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살을 결심하는 피폐한 청년의 모습을 심리적인 기법으로 그린 작품이다. 신기하게도 이 작품은 작자가 죽은 후에 발표되었다는 우연성을 지니고 있다. 이상은 그의 죽음을 ‘종생기’란 작품을 통해 암시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상 문학의 대명사는 '거부'와 '부정'에 있다. 소설의 비(非) 소설화와 한자 혼용, 띄어쓰기 무시, 시(詩)에서의 공공연한 형태 파괴 등은 바로 이런 대명제를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였던 것이다. 끊임없이 현실을 부정하지만 그 현실 속에서 살아야만 했던 불편한 심리를 이상은 제대로 참지 못했다. 이런 이상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가 썼던 단편소설들을 차근차근 읽어 보는 것이 제일이다. 이런 점에서 가람기획의 이상전집1(소설)은 ‘이상’의 심리상태를 이해하는 중요한 텍스트가 될 것이다. 국정넷포터 김대갑(kkim40@hanafos.com) 2007.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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