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시(形而上詩: metaphysicalcal poetry)
21세기는 오직 형이상시다
17세기 영국에서 새롭게 대두된 존던(John Donne)을 주축으로 한 형이상학파 시(Metaphysical poets)운동을 전개하여 영국시단의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형이상시의 특징은 기상적(奇想 Conceit) 비유이다
양극화된 이질적인 사상이나 사물을 폭력적인 결합을 통해서 통합시킴으로써 시의 새로운 감동과 긴장을 유발하게 하고 조화를 이루게 하는 시적 기법을 기상(Conceit)이라 한다. 즉 가장 선한 것과 가장 악한 것, 가장 고상한 것과 가장 비천한 것, 가장 추상적인 것과 가장 구상적인 것, 그리고 천국과 지옥, 영혼과 육체, 남녀, 명암 등의 양극화 된 형이상학적 문제들을 어떤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서 결합시킴으로써 구상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T.S 엘리엇은 ‘정서를 예술 형식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상관물을 발견하는 것이라 했고 문덕수 교수는 그의 저서 「오늘의 시작법」에서 ‘형이상시는 일차적으로 형이상성, 곧 신이나 절대자의 존재 인식과 철학적인 것과 관련이 있는 시다. 이런 점에서 형이상시는 철학적 · 종교적 경향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형이상시는 우리나라 시인의 시 중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김현승의 「절대신앙」, 「마음의 집」, 김춘수의 「모자를 쓰고」, 김종삼의 「나의 본적」, 박남수의 「손」, 문덕수의 「꽃과 언어」, 박진환의 「가을 이미지」, 허영자의 「얼음과 불꽃」등이 그것이다
21세기는 새로운 시의 기법과 시정신이 요구됨
형이상시는 200여년만 에 다시 부활한 시의 모델(제 3유형의시)-영적이고 정신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종교인의 생활정서가 형이상시에서 가능. 19세기 낭만주의(감정과 개성을 중시)-20세기 모더니즘(감정보다 지성을, 의미보다 회화성 추구)-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이론(풀어쓰기, 이야기시, 고백시, 대화시)-21세기 형이상시(양극화된 문제를 객관적 상관물로 통합)
최규철 시인의 <빛으로 가는길>에서 좋은 예시를 찾아 볼 수 있다.
이 길에서는 아무리 휘졌고 용을 써도
우리의 몸짓은 물살처럼 구겨지지 않는다.
투명한 햇빛 묻어나는 눈의 맑음이
몸속으로 투과되어 환히 길을 밝힌다.
평생토록 입가에 흘린 생명의 말씀이
아득한 날의 의식 속에서
황금빛 가을 들판의 노면에 깔린다.
여기서는 모두가 닳지 않는 신발을 신고
걸음은 멈춰도 길은 간다.
깜깜한 골목으로 사라져 버린 인기척을 좇아
죽음의 속도감을 빛으로 체감하는 가로등
한밤의 어둘을 털어내는 백야의 그림자로
점차 숨을 죽이며 맥없이 길바닥에 드러눕는다.
동이 트는 아침을 향해
빛으로 가는 길에는 이정표가 없다.
오직 일방도로로 이어지는 곳에서는
모든 사람이 한 방향으로 간다.
그리하여 길눈 어둔 사람도 길을 잃지 않는다.
최규철 시집『빛으로 가는 길』. 1977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최규철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실상과 허상, 생명의 길과 사망의 길, 밤과 낮, 빛과 어둠, 본체와 그림자, 영혼과 육체, 구원과 멸망 등의 양극화된 개념을 새로운 이미지로 발전시켜 표현하고 있다.
형이상시가 양극화 되고 이질적인 사상이나 사물을 폭력적인 결합으로 통합시키는 기상(conceit)과 이에 수반되는 역설(paradox)과 아이러니 등을 통한 지성적인 감각과 압축된 생략 구문 등의 팽팽한 텐션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어감각과 언어구사력이 뛰어나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짧은 기간 내에 쓴 시집이지만 이 시집에서는 대부분의 시가 실상과 허상, 생명의 길과 사망의 길, 밤과 낮, 빛과 어둠, 본체와 그림자, 영혼과 육체, 구원과 멸망 등의 양극화된 개념이나 이미지를 폭력적으로 결합시켜 새로운 이미지로 발전하게 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기상(conceit)의 기법을 활용하여 신선한 지적 충격을 유발하도록 시도해 봤다.― 최규철 <시인의 말> 중에서
<빛으로 가는 길> 시집은 천국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이 시집의 3가지 핵심은 첫째는 눈물(눈물로 씻어 맑게/눈물로 씻어 세상을 보고 싶다), 둘째는 향기(향기로 남고 싶다/꽃이 되고 싶다), 셋째는 길이다
최규철 시인은 형이상시의 착지자, 형이상시 운동을 전개하는 빛을 추구하는 시인, 말씀과 문학을 일치시킨 시인,기독교 시인(신앙시, 종교시)이다. T.S 엘리엇의 사상과 감동을 통합하는 감수성의 세계를 최규철 시인이 계승하여 차원 높은 형이상시를 탐구하여 양극화의 세계와 상업주의에 물든 이성과 감성, 해체된 가치관을 기독교 정신으로 통합하는 중견 시인이다
이글은 <형이상시의 특징과 현대적인 이해>와 <빛으로 가는 길>출판 기념회 강연을 요약한 글입니다.
출판기념회 축사와 격려사, 강의를 해 주신 박진환 교수님, 문덕수 교수님, 이성교 교수님, 이수화 시인, 윤석산 교수님, 채수영 교수님, 현해춘 나사렛대학교 이사장님, 김지향 교수님, 김남우 시인, 정려성 목사님, 이재욱 목사님, 김정오 강서문협 회장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2008년 12월 7일 최규철 시집<빛으로 가는 길> 출판기념회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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