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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소설의 향기/소설 작가

김유정·이무영·김정한은 농민소설가 아닌 저항작가

by 골든모티브 2008. 4. 30.

"김유정·이무영·김정한은 농민소설가 아닌 저항작가"

조남현 교수, 탄생 100돌 맞아 새로운 해석…"

유치환의 30년대 시는 소극적 정서에 기반"

“김유정, 이무영, 김정한의 전성기였던 1930년대 작품을 살피면 이들은 농민소설가보다는 저항성이 뚜렷한 작가로 묶는 것이 타당하다.”

조남현(60)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소설가 김유정 이무영 김정한, 시인 유치환의 작품 경향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잘 알려진 일부 작품에 대한 분석이 작품 전체 특징인양 확대 적용되면서 ‘김유정=해학’ ‘이무영=농촌소설’ ‘김정한=<사하촌> 작가’ 식의 도식적 해석이 굳어졌다는 것.

조 교수는 먼저 김유정의 작품이 폭력, 도둑질, 사기, 노름 등의 모티프를 반복 사용하며 20, 30년대 농촌 현실을 핍진히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낙비> <솥> <안해> 등의 단편에선 남편이 아내에게 들병이(매춘을 겸하는 술장사)를 권하는 충격적 현실을 비춘다. 조 교수는 “나아가 김유정 소설은 지주의 횡포, 가혹한 세금 등을 거듭 지적하며 농촌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무영의 경우는 농촌소설의 전범으로 꼽히는 <제1과 제1장>(1939) <흙의 노예>(1940)에 앞서, 30년대 내내 썼던 지식인 소설이 더욱 문제적이라는 게 조 교수의 지적이다.

 

김정한은 1960년대 본격 조명 받기 앞서 30년대 농촌 배경 소설로 이미 작가적 역량을 뽐냈는데, 당시 작품은 지주, 순사, 지역 유지 등 일제 통치 체제에 부역하던 세력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고 조 교수는 설명한다.

아울러 그는 ‘웅장한 초극 의지’의 시인으로 평가받는 유치환의 30년대 시가 부정적ㆍ소극적 정서에 기반하고 있음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포지엄에서 조남현 서울대 교수는 김유정, 김정한, 이무영 등 소설가들을 “저항성이 뚜렷한 작가”로 묶는 한편, 시인 유치환은 “슬픔과 외로움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흙의 작가’ 이무영(1908~1960)의 소설집이 나왔다. 『농민』과 『제1과 제1장』(문이당) 2권으로 묶인 이번 소설집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흙의 노예」, 「죄와 벌」, 「만보노인」 등 그의 대표 장․단편 16편이 수록됐다. 30대 초반에 기자직을 버리고 군포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농민소설을 발표했던 이무영은 비록 5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한국일보,2008.4.30

 

» 왼쪽부터 임화, 김유정, 유치환, 김기림, 김정한.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들을 기리는 자리가 다채롭게 마련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2008.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