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에 '장르 바람' 분다
작가들, 팩션·판타지와 순수문학의 '경계 허물기' 나서
'필시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영감의 몸을 위해서만 봉사했을 초롱의 손이 부럽지 않았다. 나의 손은 가난한 양반가로 시집와서 떡을 만들고, 삯바느질하느라 바늘도 잡고, (…) 그러면서도 평생 붓을 놓지 않았던 손이었다.'
동인문학상(2005년) 수상작가 권지예가 처음으로 선보인 장편 역사소설 《붉은 비단보》는 첫사랑에 실패하고 무능한 남자와 맺어진 한을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승화시킨 조선 여인의 내면을 들여다 본 작품이다. 단편 〈꿈꾸는 마리오네트〉 이후 줄곧 서구적 이미지 물씬 풍기는 작품을 써온 그녀의 변신이 주목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작가는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던 신사임당과 황진이, 허난설헌을 동시대를 살았던 친구로 설정하고, 사랑과 예술의 조화를 추구하는 현대적 여성상을 겹쳐 그림으로써 팩션(faction)과 칙릿(chick-lit)적인 요소들을 자신의 소설 영역에 끌어들였다.
본격문학 작가들이 순수문학의 벽을 넘어 장르문학을 활발하게 탐색하고 있다. SF, 판타지, 무협 등 차용되는 장르들도 다양하다. 지난해 출간된 김영하의 장편 《퀴즈쇼》는 주인공이 알 수 없는 장소에서 퀴즈 전쟁을 벌인 뒤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현실과 상상의 공간을 넘나드는 《해리포터》 시리즈나 《나니아 연대기》의 판타지 창작 문법을 활용 한 사례로 꼽힌다.
장르적 요소의 활용을 넘어 장르문학의 창작 방식과 언어표현까지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작품들도 최근 부쩍 늘었다. 계간지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윤이형의 단편 〈스카이워커〉는 핵 전쟁 이후 태어난 트램펄린 운동선수인 '나'가 맹렬한 연습 끝에 중력과 무중력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초능력을 갖게 된다는 내용의 SF작품이다. 계간 《창비》 봄호에 실린 박민규의 단편 〈절〉은 무협소설의 어법을 그대로 차용했다. '그리운 시절이었다. 권과 검. 천하는 권왕과 검제로 양분되었다는 정설이 중원을 거쳐 사라센까지 호령하던 무렵이었다.'
동인문학상(2005년) 수상작가 권지예가 처음으로 선보인 장편 역사소설 《붉은 비단보》는 첫사랑에 실패하고 무능한 남자와 맺어진 한을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승화시킨 조선 여인의 내면을 들여다 본 작품이다. 단편 〈꿈꾸는 마리오네트〉 이후 줄곧 서구적 이미지 물씬 풍기는 작품을 써온 그녀의 변신이 주목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작가는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던 신사임당과 황진이, 허난설헌을 동시대를 살았던 친구로 설정하고, 사랑과 예술의 조화를 추구하는 현대적 여성상을 겹쳐 그림으로써 팩션(faction)과 칙릿(chick-lit)적인 요소들을 자신의 소설 영역에 끌어들였다.
본격문학 작가들이 순수문학의 벽을 넘어 장르문학을 활발하게 탐색하고 있다. SF, 판타지, 무협 등 차용되는 장르들도 다양하다. 지난해 출간된 김영하의 장편 《퀴즈쇼》는 주인공이 알 수 없는 장소에서 퀴즈 전쟁을 벌인 뒤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현실과 상상의 공간을 넘나드는 《해리포터》 시리즈나 《나니아 연대기》의 판타지 창작 문법을 활용 한 사례로 꼽힌다.
장르적 요소의 활용을 넘어 장르문학의 창작 방식과 언어표현까지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작품들도 최근 부쩍 늘었다. 계간지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윤이형의 단편 〈스카이워커〉는 핵 전쟁 이후 태어난 트램펄린 운동선수인 '나'가 맹렬한 연습 끝에 중력과 무중력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초능력을 갖게 된다는 내용의 SF작품이다. 계간 《창비》 봄호에 실린 박민규의 단편 〈절〉은 무협소설의 어법을 그대로 차용했다. '그리운 시절이었다. 권과 검. 천하는 권왕과 검제로 양분되었다는 정설이 중원을 거쳐 사라센까지 호령하던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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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지예, 김영하, ,윤이형, 박민규.
《세계의문학》 봄호에 실린 원종국의 단편 〈두 사람이 보이는 자화상〉, 《문학동네》 작년 겨울호에 실린 오현종 단편 〈창백한 푸른 점〉 등도 장르적 문법으로 창작된 작품들이다.
문단에서는 본격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위 문학으로 인식되던 장르문학이 최근 주목을 받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학평론가 박진 숭실대 교수는 최근 장르문학 작품들의 높아진 수준을 거론한다. 박 교수는 계간 《창비》 여름호에 기고한 〈장르들과 접속하는 문학의 스펙트럼〉이란 글에서 팩션 소설들을 예로 들며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이고 진실은 또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까지 나아가게 되면,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는 한 번 더 의심스러워진다"고 지적했다. 문학평론가 정영훈은 올해로 2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이 "본격문학과 장르문학 사이의 경계 허물기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문단에서는 본격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위 문학으로 인식되던 장르문학이 최근 주목을 받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학평론가 박진 숭실대 교수는 최근 장르문학 작품들의 높아진 수준을 거론한다. 박 교수는 계간 《창비》 여름호에 기고한 〈장르들과 접속하는 문학의 스펙트럼〉이란 글에서 팩션 소설들을 예로 들며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이고 진실은 또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까지 나아가게 되면,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는 한 번 더 의심스러워진다"고 지적했다. 문학평론가 정영훈은 올해로 2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이 "본격문학과 장르문학 사이의 경계 허물기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팩션('팩트'와 '픽션'Fact와 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팩션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새로운 시나리오를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를 가리킨다. 주로 소설의 한 장르로 사용, 세계적 베스트 셀러 ‘다 빈치 코드’처럼 사실과 픽션을 결합한 팩션(faction)이다. 유광수의 장편 역사추리소설 ‘진시황 프로젝트’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용어는 본래 문학용어로써 말 그대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혹은 구전을 말하는 것이지만, 더 크게 봐서는 이야기와 나누기의 합성어로 사건이나 사실에 대한 의사소통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미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이다
조선일보 : 2008.06.0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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