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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밖 언어여행/베스트셀러

베스트셀러 작가 세대교체

by 골든모티브 2011. 11. 10.

베스트셀러 작가 세대교체

 

80년대 이문열, 조정래, 김홍신, 이외수, 최인호, 박범신

90년대 이인화, 김정현, 양귀자

2000년대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 김훈

2011년 정유정, 김애란 인기작가 반열에

 

 

황석영, 박완서, 정이현도 꾸준히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름

 

2011년 베스트셀러 작가군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정유정(45) 김애란(31)이라는 20만부 판매에 육박하는 신진 소설가가 등장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8월,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펴냄)과 정유정의 `7년의 밤`(은행나무 펴냄)은 온라인 서점 예스24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월간 집계)에서 나란히 1ㆍ2위를 차지하면서 무서운 신예의 등장을 세상에 알렸다. 이들은 선배작가들이 추구했던 거대담론과 사회의식이라는 틀을 벗어버리고 자신들만의 상상력으로 서점가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소설 전성기였다고 말하는 1980년대 시장을 이끌던 작가는 이문열 조정래 황석영 최인호 이외수 김홍신 박범신 등이었다.

이들은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대하소설이나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주제로 한 스케일이 큰 리얼리즘 소설로 한국 소설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90년대에는 이들의 인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여성작가들이 새로운 베스트셀러 작가군을 형성했다.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 양귀자 등이 그들이다. 주로 386세대인 이들은 사회의식에 여성성을 결합한 작품세계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김진명과 `아버지`의 김정현도 90년대를 풍미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공지영 신경숙 등 여성작가들의 인기가 지속된 가운데 정이현도 베스트작가 반열에 올랐다. 여기에 박완서 김훈이라는 늦깎이 작가가 등장해 힘을 보탰다. 김연수 박민규 같은 남성작가들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10만부 이상을 판매하지는 못했다.

2011년 들어 서점가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정유정과 김애란은 불황을 겪고 있는 출판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판매뿐 아니라 문단 안팎의 평가도 좋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오랜만에 술술 읽히는 장편"이 나왔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을 끌고 있고, `7년의 밤`은 영화화가 결정될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두 작품은 출간 후 5개월도 채 못 되는 기간에 판매부수 15만권을 훌쩍 넘겼고 11월 첫째주 기준으로 김씨의 `두근두근 내 인생`의 판매부수는 15만부, 정씨의 `7년의 밤`은 20만부를 기록하고 있다. "이 정도 기세라면 올 연말 20만부는 거뜬히 넘길 것"이라는 게 출판계 관측이다.


 

정유정과 김애란의 등장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우선 오랜만에 새로운 베스트셀러 작가의 등장이다. 이전 세대 작가들인 신경숙 공지영 등은 이미 50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한동안 맥이 끊겼던 신진 베스트셀러 작가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들이 기존의 문학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김애란은 탄탄하고 입체적인 서사 구조를 통해 담담하면서도 흥미롭게 `별난 가족`의 이야기를 해 나간다. 감정에 지나치게 호소하거나 과도한 의미부여도 하지 않는다.

정유정은 남성 작가 못지않은 장대한 스케일과 유려한 문체를 자랑한다. 독특한 소재를 환상적으로 소화하는 데도 뛰어나다. 주류문단에서 이름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물론 기존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활약은 여전하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3부작을 다 합치면 그 누적판매부수가 1300만권에 이르고 황석영의 신작도 꾸준히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고 있다. 2009년에 출간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지금까지 177만부가 팔려 나갔다. 출간한 지 2년이 넘은 공지영의 `도가니` 역시 80만권 이상 읽히고 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김애란, 정유정과 같은 작가들이 더 많이 탄생하기 위한 조건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꼽았다. 기존 중견작가들이 지속적인 힘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경험의 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작가들은 전혀 새로운 상상력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 소장은 "젊은이들이 처한 비루한 현실 등 다양한 소재를 발굴해낸 것이 정유정 김애란 두 베스트셀러 작가가 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매일경제 201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