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창작시집 100주년 기념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1.2, 하늘-바람 세트
한국시 탄생의 순간을 20권의 시집으로 재현
▶시집을 선정함에 있어서는 한국 현대시 100년사에 남아야 할 작품성이 있는 시집,
그중에서도 문학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시집에 주목, 열린책들
▷[하늘 세트]에는 주로 이상적인 세계(자연, 종교, 고향, 유년 시절 등)에 대한 향수를 서정적이고 차분하게 노래한 시집
1. 『해파리의 노래』(1923) 김억
시뿐만 아니라 서구시와 시론의 수용 그리고 민요시 운동의 측면에서도 한국시사에서 중요한 인물인 김억의 첫 시집이자 한국 최초의 시집. 정형시 창작으로 선회하기 전의 시 75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서구시의 분위기를 띤 자유시들이 주류를 이룬다.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연을 예찬하는 시들이 다수이며, 자유시임에도 불구하고 정형시에 가까운 리듬감은 전통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2. 『진달래꽃』(1925) 김소월
민족시인 김소월이 스무 살 전후에 쓴 「진달래꽃」, 「산유화」, 「초혼」 등의 시를 묶어 1925년에 펴낸 시집. 전체 16장 126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시집은 친근한 언어를 통해 보편적인 주제인 상실과 그리움에 관해 이야기함으로써 한국 서정시의 원형이라 평가받는다. 한국 현대시에서 최초로 널리 주목받은 시집이자 가장 폭넓게 또 가장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시집이다.
3. 『님의 침묵』(1926) 한용운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이기도 한 한용운의 시집. 총 88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역설과 부정의 변증법을 통해 사랑의 형이상학을 고찰하고 있다. 세련된 언어와 품위 있는 어법 그리고 화려한 비유적 상상력으로 1920년대 한국 시단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시집이다.
4. 『정지용 시집』(1934) 정지용
정지용의 첫 번째 시집. 89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당시 시집이 발간되었을 때 〈우리도 마침내 시인을 가졌노라〉라는 극찬을 받았다. 근대적 체험의 재현, 민요풍의 서정, 종교적 탐구, 일상에 대한 성찰 등 시집은 다양한 성격의 작품을 수록함으로써 언어 예술로서의 시의 가능성을 발현하고 있다. 한국어가 발랄한 감수성과 생생한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라는 사실을 증명해 냄으로써 우리 현대시사에서 새로운 시의 지평을 열어 주었다고 평가받는다.
5. 『영랑 시집』(1934) 김영랑
김영랑의 첫 시집. 총 53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대부분 『시문학』과 『문학』에 발표된 것이지만 발표 당시 제목을 없애고 일련번호로만 구분되어 있다. 순수미를 탐닉하고 호사스러운 풍류를 즐겼던 김영랑 시인의 미적 감수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집이다. 한국 현대시가 지닌 심미와 서정의 한 극단을 잘 보여 주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6. 『사슴』(1935) 백석
백석의 첫 시집. 〈향토적인 동화와 전설의 나라〉를 그리면서도 감상주의나 복고주의에 빠지지 않은 탁월함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표 당시 100부 한정판으로 나왔던 이 시집은 표지, 종이, 활자, 편집 등에서 세련된 감각을 보여 줌으로써 한국 현대시사에서 가장 유니크한 시집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7. 『망향』(1938) 김상용
김상용의 첫 시집이자 유일한 시집. 대표작 「남으로 창을 내겠소」를 비롯하여 27편의 시가 수록된 이 시집은 단순하고 순박한 상상력과 자연적 삶이라는 주제가 잘 조화된 시 세계를 보여 준다.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직정적이고 소박한 어법을 사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8. 『청마시초』(1938) 유치환
한국 현대시사에서 가장 거대하고 열렬한 시인으로 평가받는 청마 유치환의 두 번째 시집. 초기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깃발」을 비롯하여 54편의 시가 담긴 이 시집에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영원한 노스탤지어를 보여 주는 작품도 있고, 백로처럼 날개를 펴는 애수와 허무를 노래한 작품도 있으며, 슬프고도 애달픈 순정을 그린 작품도 있다.
9. 『백록담』(1941) 정지용
정지용의 두 번째 시집. 시 25편, 산문 8편이 실려 있는 이 시집은 첫 번째 시집인 『정지용 시집』의 시들이 보여 준 감각과 언어 조탁을 좀 더 심화시킨 한편, 동양 고전에서 주로 다루어지던 자연 세계를 시적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다만 이때 자연은 관념적 공간이 아니라 생생하고 구체적인 공간으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시적 탁월함이 드러난다.
10. 『청록집』(1946) 박목월·박두진·조지훈
<자연 지향>이라는 공통적인 시 세계를 추구하는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의 시를 모은 시집. 이들은 1939년을 전후하여 『문장』을 통해 등단한 젊은 시인들로, 해방의 감격 속에서 공동 시집을 냈다. 시집 제목은 박목월의 시 「청노루」에서 따온 것으로, 이 때문에 이 세 시인은 <청록파>라 불리게 되었다. 이 시집은 해방 전과 해방 후의 한국 현대시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였고 새로운 시대의 젊은 시인들의 출현을 알렸다.
▷[바람 세트]에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렘과 당대 현실로 인한 고통을 이야기하는 시집
1. 『카프 시인집』(1931) 김창술·권환·박세영·안막·임화
카프, 즉 조선프롤레타리아동맹(KAPF) 문학부가 기획하여 펴낸 시집. 당시 카프 맹원이던 김창술, 권환, 임화, 박세영, 안막 등 다섯 명의 시를 담은 이 시집은, 카프 시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1931년에 발간되어 이들 시의 면모를 집중적으로 보여 준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예 운동의 정치 투쟁화를 주장하며 발간된 시집으로서 구체적인 현장성이 돋보인다.
2. 『현해탄』(1937) 임화
임화의 첫 번째 개인 시집. 대체로 1934년 카프 제2차 검거 사건 이후 쓰인 41편의 시를 수록하였다. 시인은 이 시집에서 카프의 해체, 폐결핵 등 개인적 고통이 불러일으키는 좌절감과 그에 굴하지 않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당시 우리 문학사에 새로운 도덕적 열정과 문학관을 가져온 카프 문학을 대표하는 시집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
3. 『낡은 집』(1937) 이용악
이용악의 두 번째 시집. 15편의 시를 담고 있다. 시인의 관심은 줄곧 현실의 피폐한 실상을 구체적 정황을 통해 제시하는 데에 맞춰져 있다. 〈낡은 집〉이라는 심상을 통해 삶의 피폐와 절망이 서정성과 결합하여 절실하면서도 격조 높은 비애로 승화되었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될 만한 시집이다.
4. 『헌사』(1938) 오장환
오장환의 두 번째 시집. 자신이 운영하던 남만서방에서 발행되었으며 총 17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다. 수록된 시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젊음의 비애와 허무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1930년대의 어두운 시대와 그 속에서 절망하는 젊은이의 내면 풍경을 인상적으로 보여 준다.
5. 『와사등』(1938) 김광균
김광균의 첫 시집. 1930년대 출간된 시집 가운데 가장 개성적인 시집으로 꼽힌다. 낯선 근대 문명의 분위기를 포착하여 한국 현대시의 시적 공간을 확장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근대의 풍물과 이국적 관념들을 회화적인 묘사를 통해 환기함으로써 모더니스트의 면모를 보인다.
6. 『태양의 풍속』(1938) 김기림
김기림의 두 번째 시집으로 그의 초기시 91편이 실려 있다. 김기림은 기존 시의 병약한 허무주의와 감상주의를 비판했으며 건강하고 건설적 시론을 주장하였다. 이 시집은 그러한 시론을 뚜렷하게 드러내어 과거의 어둠과 결별하고자 하는 의지와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고 지향하는 태도를 보여 준다. 김기림은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뚜렷하고 일관된 관점을 통해 근대 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다. 『태양의 풍속』은 그의 시론과 시적 새로움을 확인해 주는 시집이다.
7. 『초롱불』(1939) 박남수
박남수의 초기 시들을 모아 펴낸 첫 시집. 빛과 어둠의 대비와 비유를 통해 고통스러운 현실을 암시하는 한편 토착적 풍물과 자연을 배경으로 민족적인 분위기를 보여 주기도 하는 이 시집은 일제 말 암흑기에 국어의 순수성을 지키고 민족 고유의 정서를 살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8. 『육사 시집』(1946) 이육사
독립운동가이기도 한 이육사의 유고 시집. 여기에 실린 총 20편의 시들은 독립투사로서의 그의 삶 안에서 이해될 수 있는 동시에, 개인사와 특정한 시대를 넘어서도 공감될 수 있는 보편적인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우아한 귀족적 분위기를 드러내는 시와 특정 시대에 국한되지 않는 비애와 슬픔을 노래한 시들이 한 예이다. 1940년대의 중요한 시집 하나로 평가된다.
9. 『오랑캐꽃』(1947) 이용악
이용악의 세 번째 시집. 시인이 꾸준히 관심을 기울인 현실에 대한 묘사가 이 시집에서는 보다 내면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제시됨으로써 높은 서정적 밀도를 가지게 된다. 이용악은 시에서 현실에 대한 깊은 관심이 미적인 성취도와 양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 최초의 시인이며, 총 29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는 시집 『오랑캐꽃』은 바로 그 점을 확인하여 주는 시집으로 평가받는다.
10.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윤동주
독립투사로 활동하다 28세의 젊은 나이로 순절한 윤동주의 유고 시집. 아름다운 화해의 세계를 지향하는 본성과 가혹한 시대에 저항하고자 했던 양심 사이에서 갈등했던 윤동주 시인의 내면이 섬세하게 드러나는 시집이다. 자전적이고 내성적인 시, 그리스도교 신앙에 바탕을 둔 실존적 윤리 의식, 그리고 시대와의 갈등에 성실했던 민족의식을 시로 표출했으며, 이러한 주제를 고도의 상징과 은유적 기법으로 독특하게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 섬세하고 간결한 언어로 어두운 현실을 강렬하게 드러낸 박남수 시인의 『초롱불』, 젊음의 비애와 허무에 대한 감각이 예리하게 드러나는 오장환 시인의 『헌사』, 감정의 과잉을 지양하고 지적이고 기발한 착상을 보여준 모더니스트 김기림 시인의 『태양의 풍속』, 한국 현대시가 지닌 심미와 서정의 한 극단을 보여주는 김영랑 시인의 『영랑 시집』 등
상실과 그리움을 이야기해 서정시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김소월의 ‘진달래꽃’(1925)이나 사랑의 형이상학을 고찰한 한용운의 ‘님의 침묵’(1926), 한국 현대시의 뿌리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시집과 함께 이념 문제로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김창술 등의 ‘카프 시인집’(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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