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시인 이상의 유일한 동화로 알려진 ‘황소와 도깨비’ -사실… 이상 작품 아니다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이 남긴 유일한 동화로 알려진 '황소와 도깨비'는 과연 그의 작품일까. 일본 근대 동화 연구자인 김영순(건국대 동화와번역연구소 연구원)씨는 최근 출간된 일본 동화작가
도요시마 요시오(1890∼1955)의 동화 '천하제일의 말'(그린북)에 붙인 해설에서 '황소와 도깨비'는
이상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천하제일의 말'은 '황소와 도깨비'의 원작으로 알려진 작품으로 1924년 '아카이토리'(빨간새)라는 일본 어린이 잡지에 발표한 도요시마 요시오의 대표작이다. '황소와 도깨비'는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이상 문학전집에도 이상의 유일한 동화로 수록돼 있으며 김주현의 '이상 소설연구' 연보, 임종국 편 '이상 전집'에도 실려 있다.
그러나 김씨는 "'황소와 도깨비'를 둘러싼 가장 큰 수수께끼는 우리말로 옮긴 작가의 이름 표기"라며 "'황소와 도깨비'는 우리말신문 매일신보에 5번에 걸쳐서 연재되었는데 첫날 작가 이름으로 표기된 것은 한자 이름으로 김해경(金海卿)이었으나 2회분부터 마지막 5회까지는 김해향(金海鄕)으로 표기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첫날 표기된 김해경이라는 이름이 모더니스트 시인 이상의 본명과 같을 뿐, 우리 정서에 맞추어 옮겨 쓴 이는 어디까지나 김해향이라는 분인데도 각종 이상 전집에 이상의 작품이라고 수록되다 보니 그가 남긴 유일한 동화로 알려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더우기 이상이 일본에서 죽기 한 달 전인 1937년 3월 매일신보에 5회 연재됐다는 당시 정황도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만 김씨에 따르면 '황소와 도깨비'는 도요시마 요시오의 '천하제일의 말'과 내용이 거의 같다. '천하제일의 말'은 말몰이꾼 진베이와 그의 자랑거리인 검정말, 개구쟁이 같기만 한 산꼬마가 펼치는 이야기다. '천하제일의 말'과 '황소와 도깨비'와 비교해 보면, 말몰이꾼 진베이는 돌쇠로, 검정말은 황소로, 산꼬마는 산도깨비로 바뀌었고 이야기의 줄거리나 구성은 거의 차이점이 없다. 김씨는 "1937년은 마침 소의 해이기도 해서 당시 신문에는 소에 관련된 기사가 여럿 실렸다"고 전제하고 "일본에서 농사일이나 짐운반에 말이 자주 쓰이듯 우리나라는 말보다는 소가 많이 쓰이는 것을 고려해 번안자가 새로 고쳐 쓴 듯하지만 이상의 작품으로 단정 지을 결정적인 단서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도요시마 요시오는 29세 때인 19년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 20년대에 창간된 일본 아동문예지의 열풍에 힘입어 120여편의 동화를 남긴 일본 근대문학가다. 국민일보,200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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