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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향기/詩와 시인

허형만 시인 공초문학상 수상

by 골든모티브 2021. 6. 10.

산까치ㅡ허형만

 

보슬비 오시는 날
날마다 찾아가는 산길을 걷는데
저만치 산까치 대여섯 마리
보슬보슬 젖는 길에서
신나게 뛰놀고 있다
나도 함께 뛰고 싶어 우산을 접고
비에 젖으며 가만가만 다가가는데
눈치 빠른 산까치들
후르르 나뭇가지 위로 날아오른다
하이고, 못 본 척 그냥 되돌아갈 걸
미안해하며 비에 젖어 걷는다
젖어라 시여
심장 깊이 젖어라 시여
산까치도 젖으며 노래하나니
산딸기도 젖으며 붉게 익나니
보슬보슬 젖은 시는 부드럽나니
젖어라 시여
뼛속까지 젖어라 시여

 

“시인이 다루는 언어는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생명체입니다. 순도 높은 언어, 그 본질을 시의 용광로에서 달궈야 하죠. 이를 통해 우주 삼라만상 앞에 겸손한 시가 돼야 합니다.” - 허형만 시인

“시인에게는 시대정신을 작품에 어떻게 녹일지 고민하는 것도, 세상과 사물에 대해 애정을 갖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제 작품이 제가 쓴 것이 아니라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이 도와서 쓴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제가 반성과 감사의 나날을 보내는 이유입니다.”

 

이력 : 현재 한국시인협회 이사. 국제펜한국본부 자문위원 겸 펜문학 편집위원. 영랑시문학상 운영위원. 국립목포대학 국문과 명예교수. 시집 《바람칼》(2019)《음성》(2020) 출간. 윤동주문학상(2019), 공초문학상(2021)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