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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향기/한국 현대詩 100년

100살 현대문학 소원은 국립박물관

by 골든모티브 2008. 2. 22.

100살 현대문학 소원은 국립박물관

 

 

중국 수도 베이징의 차오양구에는 ‘문학로’라는 이름의 거리가 있다.

바로 중국현대문학관이 자리잡은 곳이다. 중국 현대문학의 거봉이자 중국작가협회 주석을 역임한 원로 작가 바진이 제안해서 장쩌민 주석 당시 중국 정부가 건립을 지원한 이 박물관은 2000년 5월 지금의 자리에서 정식 개관했다.

‘중국의 박물관들’(chinamuseums.com)이라는 인터넷 영문 사이트에 따르면 이 박물관은

문학 관련 시설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7만권의 책과 2100종 9만여 권의 잡지, 1만여 점의 육필원고와 8천여 점의 사진, 그리고 7800여 점의 편지 등 모두 3만여 점의 수집품을 소장하고 있다.

14일 오후에 찾은 중국현대문학관은 외양부터가 압도적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양옆으로 일제 강점기 및 항전기를 다룬 작가와 작품 주인공들을 형상화한 대형 벽화가 눈길을 끈다.

 루쉰의 <아큐정전>과 <광인일기>의 주인공 같은 ‘수난자’가 한쪽에 있고, 다른 한쪽은 ‘저항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문학관 1층에는 루쉰과 마오둔, 바진 등 6대 작가들의 생활상과 창작 모습을 형상화한 사진과 그림, 조각 등 전시물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2층 ‘중국 현대·당대 문학’ 전시홀은 20세기 중국 문학의 흐름과 주요 작가 및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중국 대륙만이 아니라 대만과 홍콩, 마카오 등의 작가와 작품들 역시 충실하게 포함하고 있다.

3층 ‘작가문고’는 바진과 빙신을 비롯한 50여 명의 작가들이 기증한 장서와 물품 등을 서재처럼 꾸민 개인 전시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지하층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50여 명의 화가들이 중국현대문학관의 개관을 기념해 제작한 장서표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문학관 뒤뜰에는 루쉰을 비롯한 주요 문인들의 동상이 서 있어 관람객들이 친근한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문화대국’ 중국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인 중국현대문학관을 둘러보는 동안 이번주 초에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사진작가 김일주씨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1960년대부터 40년 넘게, 누가 알아 주지도 않고 아무런 보상도 없었는데도 문인 사진만을 전문적으로 찍어 왔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찍은 문인 사진 8만여 장과 개인적으로 수집한 1톤 분량의 문인 육필원고 등을 ‘국립문학박물관’에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물론 현재 한국에는 ‘국립문학박물관’ 같은 시설은 없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한국현대문학관과 평론가 강인숙씨가 만든 영인문학관을 비롯한 사설 박물관, 그리고 김유정문학촌과 만해문학관, 최명희문학관 등 지방자치체 등에서 지역 및 작가 단위로 세운 문학관들이 없지 않지만, 한국문학 전체를 아우르는 국립박물관은 요원한 숙제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내년이면 최남선이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한 지 꼭 100년이 된다.

말하자면 한국 신문학 또는 현대문학이 100살이 되는 것이다. 며칠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에 따라 내년은 또한 새로운 대통령의 임기 5년이 시작되는 해이기도 하다. 새 대통령에게는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한국 현대문학 100년을 기념하는 국립문학박물관의 건립을 그 일의 하나로 포함시키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사진작가 김일주씨의 40여 년 고생도 빛을 볼 것이고, ‘문화 선진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도 한층 높아지지 않을까.

최재봉의 문학풍경
한겨례,2007.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