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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소설의 향기/탄생100주년 문인

김유정 유치환 임화 김기림…탄생100돌 문인 재조명

by 골든모티브 2008. 5. 8.

김유정 유치환 임화 김기림… 탄생100돌 문인 재조명

 

 

김유정 막힌 시대 꼬집은 해학

유치환 허무 속에 핀 생명의지

‘김유정 유치환 김기림 이무영 김정한….’ 한국 문학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1908년생 문학인들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들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최근 활발하다. 9일 한국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 주최로 열리는 ‘2008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근대의 안과 밖’은 그 출발점이다.

 

○ 순정과 의지의 친화와 결속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유치환론’을 통해 청마 유치환의 두 가지 세계에 주목한다. 청마의 시는 크게 사랑이나 그리움을 읊은 시편과 압제와 부정이 만연한 시대를 겨눈 작품으로 나뉜다. 얼핏 어울리지 않는 이 둘은 청마의 ‘허무의지’에서 공존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깃발’ ‘그리움’ 등에서 나타나듯 유치환의 초기 시에는 본질적 욕망인 ‘순정’이 깊이 내재돼 있다. 이 순정은 생명과 존재를 향한 자유의지와 ‘인간의 영혼을 정화하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다. 그러나 이 열애의 에너지가 꺾이며 심연으로 침잠하는 허무의지를 빚어냈다.

“궁극적으로 허무밖에 없는 세계에서 인간이 존재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은 무엇인가. 여기서 그의 시가 탐구한 ‘의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청마에게 생명이란 의지에 의해 발현되는데, 인간이 존재의 완전성을 이룰 방법은 허무 혹은 영원한 무 앞에서 자신의 의지를 실현시키는 것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청마 시의 근원은 “순정과 의지의 친화와 결속”이 가능해진다. 청마에게 순정은 허무한 세상에 비정한 의지를 품게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허무임을 깨닫고 그에 대항하는 의지를 키우기 위해 ‘원시적 고독의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동갑내기 시인이었던 김기림과 임화의 평론세계를 비교한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의 글도 눈길을 끈다. 권 교수는 이들이 탈식민주의 문제의식으로 진보적 문학관을 가지게 된 공통점이 있으나 각기 문학의 외연과 내면에 집중하며 지향점을 달리했다고 지적했다.

“임화가 문학의 역사성과 정치성을 강조한 데 비해 김기림은 문학의 과학적 분석과 합리적 해석에 관심을 기울였다. 김기림이 작품 자체의 세밀한 분석을 비평의 본령으로 생각했다면, 임화는 평가와 비판의 기능을 중시하고 비평 행위를 둘러싼 정치적 문화적 콘텍스트에 관심이 컸다.”

 

○ 해학을 통한 척박한 현실 인식

 

소설가 김유정과 이무영 역시 나이 말고도 공통점이 있다. 이전 소설 ‘흙’ ‘상록수’ 등이 농촌으로 들어간 지식 청년의 삶을 소재로 한 계몽적 성향이 짙었다면, 이들의 소설은 작위적 목적의식을 벗고 농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심정적인 차원에서 접근해 해결 방안을 찾은”(강진호 성신여대 교수) 면도 비슷하다.

하지만 김유정은 특유의 ‘해학성’에서 차별화를 꾀한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는 김유정의 소설을 “반소통 시대에 말더듬이의 문학적 소통”이라 설명했다. ‘봄봄’ ‘동백꽃’의 주인공은 모두 바보 같은 인물이다. 일제강점기와 양반사회가 뒤섞인 시절, 농민들은 유창한 언어 구사와는 거리가 멀다. 말을 제대로 못하니 현실적 지위 역시 개선의 기미가 안 보인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이들은 인간적 매력을 발산하며 해학적 웃음을 준다.

“이들 작품은 마름과 소작농, 혹은 주인과 머슴 사이의 계급적 갈등을 에둘러 표현한다.…이데올로기에 입각한 계급적 비판의 방식보다 해학에 의한 척박한 현실 인식, 즉 자연 상태에 가까운 효과적 소설 전략을 김유정은 구사한다.”

 

강 교수는 이무영의 소설을 ‘현대성에 맞서는 농민적 삶과 가치’에 무게를 둔다. 농민들의 삶에 투영된 근대의 그늘을 보여주는 “근대의 소설적 기록화”로 파악한다. 하지만 이무영은 지주계급의 자기부정과 반성, 소작계급의 용서를 통해 갈등을 해결한다.

 

동아일보,200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