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영역/극, 시나리오
대사 -행동의 문학… '연출가의 눈'으로 읽고 생각하자
극(시나리오)은 무대에 올리거나 상영할 것을 전제로 하는 문학이기 때문에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 때 고려할 사항을 묻는 문제가 빠짐없이 출제되고 있다. 극문학은 소설과 더불어 등장인물의 대립과 갈등을 축으로 하는 문학이기에 인물의 심리와 태도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또 소설은 서술자의 역할이 중요한 데 비해 극은 인물 간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서 전개되기 때문에 대사의 의미나 기능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 소설과는 어떻게 다른가
'무대 상연을 전제로 한 연극의 대본'인 희곡은 상연을 목적으로 하기에 여러 무대 조건의 제약을 받게 된다. 희곡은 또한 배우, 무대 관객과 함께 연극의 한 요소이다. 허구적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희곡은 소설과 같지만 소설처럼 사건을 묘사하거나 서술하지 않고 대화와 행동을 통해 사건을 제시하는 산문 문학이다. 희곡은 배우가 장치, 소도구, 조명, 음향효과를 갖춘 무대에서 사건을 실제로 연기하고 등장인물을 창조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다음과 같은 희곡의 특성을 이해하면 문제 풀이에 도움이 된다.
⑴무대 상연을 전제로 한 문학: 희곡은 무대 상연을 전제로 한 문학, 즉 연극의 각본이다. 이로 인해 많은 제약이 따른다.
⑵대사의 문학: 희곡은 인물의 대사를 기본으로 한다. 서술자가 서술과 묘사를 하는 소설과 달리, 희곡은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줄거리가 전개된다.
⑶행동의 문학: 희곡은 인간 행동을 표현하는 문학이다. 희곡은 배우의 연기를 지시해 무대 위에서 인간의 행동을 표출한다. 따라서 희곡에서의 행동은 압축과 생략, 집중과 통일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⑷현재화된 인생 표현: 희곡은 지금 무대 위에서 직접 인생을 표현하는 문학이다. 따라서 모든 이야기를 현재화시켜서 표현한다.
⑸희곡의 관습: 희곡은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대사와 행동으로만 표현하기 때문에 관객이나 독자들과 일정한 묵계가 이루어진다.
서술자의 개입이 없다는 점을 빼면 희곡과 소설은 유사하다. 소설의 일반적 요소인 플롯의 전개, 성격의 묘사, 대화의 사용, 배경 설정, 주제 등은 희곡에서도 대체로 나타난다. 그러나 희곡에서는 소설과 같은 작가의 직접적 묘사나 해설이 가능하지 않다.
한편 시나리오는 영화촬영을 목적으로 한 글, 즉 영화의 각본으로 영화 장면의 순서, 배우의 대사와 동작 등을 적은 대본이다. 영화 제작상의 기법을 염두에 두고, 플롯을 구체적이고 극적으로 구성하며 특수한 용어를 써서 배우의 회화나 동작을 규정한 글이다. 영화 제작상의 촬영 대본인 콘티(conti)와는 다르다. 콘티는 시나리오를 토대로 화면마다 배경, 인물, 동작, 촬영 위치와 각도 등을 지정한 대본이다.
시나리오는 희곡처럼 주로 대사로 표현되지만 시공간적 배경의 제한을 희곡보다 적게 받으며, 등장인물의 수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 같은 직접적인 심리 묘사가 불가능하고, 장면과 대상에 의해 간접적으로 묘사된다.
▒ 이렇게 이해하자
극(시나리오)을 감상할 때는 우선 무대(배경 및 상황)가 어떤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른바 '극중 장면 상상하며 읽기'다. 작품을 공연하거나 영화로 만들 때 고려할 점들을 따져봐야 한다. 배우의 표정이나 몸짓 대사는 어떻게 표현할지, 조명 음악 소도구 등 무대장치나 카메라 기법은 어떻게 활용해야 효과적으로 주제를 전달할 수 있을지 연출가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등장인물의 대사도 잘 살펴야 한다. 대사는 인물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주제를 형상화한다. 인물의 심리(내적 갈등)는 독백에, 인물 간의 갈등은 대화에 주로 나타난다. 동시에 인물의 대사를 바탕으로 인물이 처한 현실과 그에 대한 인물의 반응을 살펴본다. 더불어 등장인물의 행동 중 반복되거나 특이한 것을 살핀다. 등장인물의 전후 행위를 살피되 연관 관계를 파악하고 인물의 표정, 어조, 동작 등을 상상하며 읽는다. 그 다음 인물 간의 가치관을 비교한다.
▒ 어떻게 준비할까?
극(시나리오)은 문학사적으로 중요하면서 극적갈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 출제될 것이다. 낯선 작품이 출제돼도 인물의 대사와 행동, 인물 간의 갈등을 통해 주제가 구현되는 양상을 주목하면 큰 문제는 없다. 인물 사이의 갈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주로 지문으로 선정되므로 인물들의 관계에 유념해야 한다. 18종 문학 교과서나 교육방송(EBS) 교재에 수록된 작품들을 공부하면 별 무리가 없다.
이근삼의 '국물 있사옵니다', 함세덕의 '동승', 이강백의 '파수꾼', 차범석의 '불모지' '성난기계', 유치진의 '소', 이청준 원작의 '서편제' 등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낯익은 작품들을 우선 공부해야 한다.
시나 소설 등 다른 장르의 지문을 희곡이나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문제가 출제될 수 있다. 2005학년도 수능에서는 이용악의 '낡은 집'을 희곡으로 구성하는 문항을 출제한 적이 있는데, 이런 문제는 맥락읽기에 해당하므로 내용의 일치를 잘 파악하면 된다. 2005학년도 수능대비 평가원 모의평가에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문항도 마찬가지였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동아일보,200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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