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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말 . 우리말

전라도 우리 탯말

by 골든모티브 2008. 5. 4.

전라도 우리 탯말-잊었던 영혼의 말을 다시 만나다


ⓒ 소금나무

<전라도 우리 탯말>은 한새암 회장 등 '탯말두레' 회원 다섯이 1년여 동안 탯말과 관련한 자료수집과 탯말 사용자를 상대로 한 현장 녹취 등을 다시 구성하고 집필한 책이다.

'탯말'이란 말 자체가 그들이 만든 새로운 말이다. 이 책에 더욱 마음이 끌린 것은 사투리란 말 대신 '탯말'이란 말을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공저자 가운데 한 분인 문틈 시인은 '책머리에서'라는 글에서 "방언이니 사투리니 하는 것은 왕조시대의 중앙집권적 사고 체제의 소산이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지역 특산물이 그 지역에서만 생산될 수 있는 특산품으로 인정받고 사랑받듯 탯말 또한 그렇게 대접받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탯말의 특징을 결정짓는 건 종결어미
우리말은 지역에 따라 다른 발성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동해안을 따라서 올라가는 지역인 경상도-강원도-함경도의 말은 높낮이가 있는 성조어 구조를 지녔으며 서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전라도- 충청도-경기도-서울 말은 장단어의 구조를 지녔다는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각 지방의 말이 더욱 분명하게 구별되는 것은 종결어미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를테면 "했는게라우"(전라도),"했어예,했능교"(경상도), "했씨유, 했는감요"(충청도)가 그것이다.

열세 살 때, 고향을 떠나서 전북 군산으로 이사를 갔다. 난 그 즉시 반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고 말았다. "~했어유"라는 긴 종결어미를 쓰는 그들과는 달리 "~라우"라는 종결어미를 썼기 때문이다. 다 같은 전라도라고 하지만 지리적으로 충청도가 가까운 군산 애들에겐 내 말투가 우스웠던 모양이다.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①문학 작품 속의 우리 탯말 ②탯말 예화 ③탯말 독해 ④탯말 사전 등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장인 '문학 작품 속의 우리 탯말'은 탯말의 고향인 전라도를 바탕으로 탯말이 문학작품 속에서 어떻게 쓰이고 그 속에 어떻게 녹아들었는가를 김영랑의 시와 조정래의 <태백산맥>, 차범석의 희곡 <옥단어>와 최명희의 혼불을 예로 들면서 흥미롭게 설명해준다.

五月 어느날 그하로 무덥든 날 떠러져 누운 꼿닙마져 시드러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업서지고/ 뻐쳐오르든 내 보람 서운케 문허젓느니

표준어로 '개작'한 작품이 아닌 김영랑 시인이 쓴 '모란이 피기까지'라는 시의 3연이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서울지방 말로 바꿔진 구절보다 시적 감흥이 훨씬 크고 깊지 않은가.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속 주인공 중 한 사람인 좌익운동가 정하섭이 한 밤중에 자신의 마을로 몰래 들어가 무당 월녀의 집을 찾아가서 급히 문을 열어 달라고 하자 방안에서 무당의 딸 소화는 이렇게 대꾸한다. "금메, 이 밤중에 누구신지 알아야제라. 존 일 헌다고 누군지부터 말씀허시씨요"

두 번째 장은 '탯말 예화' 부분인데 아주 생생하다. '탯말두레'의 회장인 한새암이 남도의 농촌 출신인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썼기 때문이다. 정겨운 분위기를 살리는 데는 탯말이 그만이다. '탯말 예화'는 남도의 농촌 마을을 하나의 가상 상황으로 설정하고 농촌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를 소재로, 마을 사람들이 살갑게 살아가는 모습을 '드라마 타이즈'형식으로 엮었다. 예화로 든 문장 속에서 구성지고 감칠 맛나는 탯말들이 실제 어떻게 쓰였는지 보여준다.

*가만히 있는 애기를 맬갑시(이유없이) 그랬긋능가
*잔생이도 느자구(싹수) 읍는 짓꺼리만 골라서 한당게라
*나는 조구 대그빡(머리) 맨치로 맛있는 것이 읍뜨랑께
*으차자고 나한트로 뽀짝뽀짝(가까이) 다가와 싼다요

시인인 산향 조희범이 기술한 세 번째 장 '탯말 독해'는 전라도의 탯말을 풀이해준다. 자연과 풍경, 농사와 음식 등 분야 별로 나누어 정리했다.

*요새 저녁마다 까끔에서는 꾸꿈스럽게도 풀꾹새가 자조 울어 싼다_요즘 밤마다 앞산에서는 생각지도 않게 뻐꾸기가 자주 운다
*멀크락에는 동박지름 대신 아주까리 지름을 볼라도 괜찮해야_머리카락에는 동백기름 대신 피마자 기름을 발라도 괜찮아
*엽삭은 왕소금을 핑겨감서 궈야 맛이 건건하다_전어는 굵은 소금을 뿌려가면서 구워야 맛이 간간하다
*소갈머리 없는 놈이 여그가 어딘디 붸난다고 몽니를 부리냐_속없는 놈이 여기가 어딘데 화가 난다고 고집을 부리느냐


 책의 마지막인 네 번째 장에는 탯말 사전이 붙어 있다. 동굴테(굴렁쇠), 디아지풀(고마리), 똘감(고욤), 사챙이(새끼), 째바리(상대가 안됨), 큼메(어쩐지, 글쎄), 거석하다(불분명하다) 등 어릴 적에는 자주 썼지만 지금껏 내 기억의 수면 아래 잠겨있었던 말들이다.

삶의 정체성과 문화의 다양성을 위하여
지금 우리나라 탯말들은 서울 중심의 '표준어'만을 보급하려는 획일화된 국가 정책에 밀려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문화의 다양성을 부르짖는 21세기가 가진 아이러니다.

지방 사람이 탯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그 지방 사람으로서의 뿌리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만약 자신이 태어난 지역의 탯말을 사용하지 않고 표준어만 사용한다면 의식이나 사고도 이미 표준화돼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책 332쪽)

탯말은 어머니와 고향의 품처럼 정답고 포근한 말이다. 오랫 동안 사투리라는 이름으로 홀대받아왔던 향토 언어들은 이제 탯말이라는 새옷을 입고 거듭 태어나야 한다. 그것은 전라도 탯말 뿐만 아니라 경상도 탯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탯말이 아무런 차별이나 편견없이 스스럼없고 자연스럽게 쓰여지는 사회가 될 때 우리는 한국과 한국인의 원형 그대로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출처 : http://blog.daum.net/humanpark/9172444 

 

 

[전라도 우리 탯말  어머니와 고향이 가르쳐 준 영혼의 말]   

 

1. 문학 작품 속의 우리 탯말
탯말, 우리 정체성을 지켜주는 문학언어
김영랑의 '김영랑시집'
조정래의 '태백산맥'
차범석의 '옥단어'
최명희의 '혼불'


2. 탯말 예화例話
탯말, 그 영원의 노스탤지어

예화 1
얼릉 지 짝을 찾어사 쓸껀디 장개를 못간단 말이요
가만히 있는 애기를 맬갑시 그랬긋능가
오죽하면 지가 글느 애 멘 소리까지 했긋소
재주가 메주제 머시 좋다요
아따, 작 것이 곧 죽어도 즈그 서방 자랑이랑께
너 나, 해보냐 못해보냐 함시로 시비를 걸드랑께
염체가 있제 으치꼬 빈손으로 간당가
돈 조깐 번다고 데데해서는 절대로 못쓰네 외
원체 여름을 많이 타서 연애를 못한단 말이요
잔생이도 느자구 읍는짓꺼리만 골라서 한당께라
참말로 똥구녁으로 호박씨 까고 자빠졌네 이
나는 조구 대그빡 맨치로 맛있는 것이 읍뜨랑께
나가 시방 거짓말하면 모른 하늘에서 베락을 때리제 이
으차자고 나한트로 뽀짝뽀짝 다가와 싼다요
사나그 자석이 붕알 댈레 갖고 머시 그라고 요학스럽당가?
오매, 나 시방 기분 한 번 허벌나게 좋아분지네
너 이 애비를 암 끗도 모르는 바보로 아냐 시방?
허페에 바람만 잔뜩 들어 갖고 영판 보초사니가 읍딴말이요
읍씨 산다고 사람을 이라고 시피볼 수가 없네잉
으채 말에 뻬가 들어있능 것 같어서 듣기에 쪼깐 거시기하시
낫살이나 더 묵은 내가 참어사제 으차긋능가
아칙부터 먼 구신 씬나락 까묵는 소리를 하고 자빠졌다냐?
먼 지랄 났다고 존 밥 묵고 뻘 소리를 하긋능가
아따 참말로 일에 메얍께 꾀여부렀네잉
그것이 즈그 자석 속아지를 반푼아치도 못 따라간당께
끈뜻하면 보따리 싸서 친정 가라는 소리 귀 아파서 못살긋소
으차거나 우제 간에 의좋게 살아야 한단 마시

예화 2
혼차 먼 산 보고 우드커니 앉어서 눈물바람 헐까마니 와 봤소
할롱거림서 밥이나 게우 삶아 믹인당께
감자순 껍딱 벳께 노물이나 해 잡솨게
당신 허시고잡픈 대로 놔두는 것도 효도여라
내가 아숩드라도 헐 도리는 허고 살아야제
우리 아덜을 번쩍 들쳐없고 담박굴을 해 부렀다요
아무리 근다고 처녀가 으치꼬 그랄 생각을 다 했을까이
수술한 물팍이 꼬불쳐 지들 안헝께 일을 못허것단 마시
숭거만 준담사 내가 싸알쌀 물 줘서 키우긴 영락없이 키우제
느그 어메 아베 삐따구 녹은 땅을 쉽게 폴어라고 허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