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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말 . 우리말

사투리가 말을 살찌운다-탯말

by 골든모티브 2008. 5. 4.

뭐라카노, 가심패기 말 서울말로 우야노

 

촌스럽다는 이미지 때문에 사라져가는 사투리들,

말의 결이 살아 있는 언어를 위해 각 도 사투리를 허하라

 

◎ 전라도 사투리 

애기덜이 통 안 써붕께 다 잊차�단 말시

으차든지 지난 50년 동안 말이여, 이 사투리가 서룸 받은 일이 서울에서만 있었든 것은 아니여. 젤로 사랑받어사 할 즈그 고향(지방)에서도 사투리가 인자 쥔 자리를 잃어가고 있당께. 거 머시냐, 대구 사는 수필가 윤명희씨 말을 한번 들어보소. “대구에서는 삼촌, 시동생은 ‘아즈뱀’, 아버지는 ‘아배’라고 불렀으예. 근데 지끔은 아무도 ‘아즈뱀’ ‘아배’는 안 쓰지라. 안동에서도 옛날에는 김치를 ‘짠지’라고 했거든예. 지금은 다 그냥 김치라고 부릅니더. 인자 그 지역에서도 웬만한 단어들은 표준말을 쓰지예. 심한 사투리는 ‘시골말’ ‘촌시런 말’이란 이미지가 생겨서 여 사람들도 안 쓴다 아입니꺼.”

 

요 몬냥 요 꼴잉께 그 고유한 지역말들이 사라지고 있제. 전라도에서는 말이여, 할미꽃을 망망치꽃, 송사리는 피리새끼, 먼지는 진태미라고 허는 고유의 지역말들이 있어. 근디 이런 말들을 젊은 애기덜이 통 안 써붕께 갈수록 다 잊차지고 있단 말시. 이것이 바로 탯말이여. 엄씨 뱃속(胎)에 있을 때부터 듣고 자란 즈그 엄니와 할무니, 할무니의 할무니가 허시던 그 말! 근디 이 탯말이 말 뽄새(어휘) 뿐이 아니고 말 자체의 특징까정도 사라지고 있응께 으채사 졸지 몰긋네. 서울대 최명옥 교수(국어학)는 “경상도는 높낮이, 전라·평안·경기도 등은 말의 짧고 긴 길이에 따라 뜻이 구분되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말의 길고 짧음이 살아 있는 지역이 거의 없다. 지역 고유의 말의 특징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또 지역말을 구사하는 80대 이상의 노인들이 점점 돌아가심에 따라, 지역말을 전수할 수 있는 이도, 또 지역말을 채록할 수 있는 제보자도 줄어들고 있어서 ‘지역말’뿐 아니라 ‘지역말 연구’조차 위기”라 했당께. 이라니 우리 조상들이 들으면 으치꼬 생각허시긋능가? ‘참말로 염빙허고 자빠졌다’ 안 그라시긋냐고?

 

그라서 위기의 탯말, 사투리를 살려사쓴다고 사람들이 모여부렀다네. 2006년도에 지역말을 연구하는 사람덜 모임인 ‘탯말두레’ 회원 123명이 “서울말을 표준어로 규정하는 현행 표준어 규정과 국어기본법, 초중등교육기본법 등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및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부렀다 이말이여. 박원석 탯말두레 간사는 “나 역시 1985년 전라도 보성에서 서울로 올라옴스로 그때부터 당최 사투리를 감춤시로 살았고 또 으찰 때는 이 사투리를 혐오까지 함스로 20년이 넘게 살았다”고 말했단 말시. 그란디 으차다가 사이버에서 고향말들을 보게 됐다 이거여. 시인 조희범씨 개인 블로그였는디 ‘흐컨 종우떼기도 맞들면 개븝다’(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오매 으짠디야, 장깡에 있는 오가리 속에 달이 빠졌어랑’(아이고 어쩌나, 장독대에 있는 항아리 속에 달이 빠졌어요), ‘정때부터 해름판까정 담바꿀쳐도 아즉 다글다글하다’(정오부터 해질 녘까지 달리기해도 아직 힘이 남었다) 등 고향말을 봉깨 가심팍이 거시기한 게라. 그래 맨나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함스로 야그를 주고받고 사투리를 살려사한다는데 의기가 투합했는디 오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영판 많었는갭이여. 그래서 이 사람들이 똘똘 뭉쳐갖고 ‘탯말두레’를 만들어서 사투리를 있는 대로 다 모으고 고상 고상한 끝에 <전라도 우리 탯말>하고 <경상도 우리 탯말>이라는 탯말 책까정 피낸 것이래여.

 


△ 사투리가 말을 살찌운다 전남 광양시에서 열린 전라도 사투리 대회. (사진/ 연합)

◎ 서울

70년 전 정해진 표준어 정책 바뀌어야

학자들 중에서도 중심-주변의 분류를 통해 대립을 가져오는 ‘표준어 정책’ 대신 한국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여러 말들을 두루 ‘한국어’로 인정하는 ‘공통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태영 전북대 교수(국문학)는 “1933년 조선어학회가 정한 ‘한글 마춤법 통일안’은 ‘현대 동경말’을 표준어로 정하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70년간 그 표준어의 정의가 바뀌지 않은 채 한국어 정책의 근간을 이뤄왔다”며 “한 나라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어휘를 고루 포함하는 ‘공통어’가 아니고서는 각 지역의 문화, 전통, 역사를 고루 반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정서· 지역과 사회의 문화와 역서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말도 모두 포함하는 공통어 정책이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그 방법으로 김진해 경희대 교수는 ‘아름다운 차별 정책’을 주장한다. 이미 표준어가 명실상부한 중심어로서 위력이 센 만큼 각 지역의 말인 지역어, 즉 탯말들이 제자리를 찾도록 시간과 공간을 배려하자는 얘기다. 방법은 당연히 지역어 교육과 지역어 사용을 촉진하는 방송 시간 안배다.

 

가장 먼저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곳은 제주도다. 지난해 9월 제주도 의회는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에 따라 제주도지사는 5년마다 제주어의 보전과 전승을 위한 제주어발전기본계획을 시행해야 한다. 이 계획에는 △제주어 정책과 제주어 교육의 연계에 관한 사항 △제주어의 관광자원화에 관한 사항 △제주어 문화유산의 발굴 및 보전에 관한 사항 △제주어 발전을 위한 민간 부문의 활동 촉진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조례안이 통과된 제주도에서조차 제주어를 교육하고 전승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학교 교육에 대해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허성수 제주어보전회장은 “제주에서도 제주말을 제대로 아는 아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학교에서 적어도 일주일에 두 시간만이라도 제주어 시간이 있으면 이렇게 제주말의 맥이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2001년 문화다양성 선언을 채택했다. 이 선언을 통해 언어의 다양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실천방안도 발표했다. 사회는 점점 다양해지고 분화돼가고 있는데, 우리말은 점점 ‘중심’ 서울을 향해 몰려들면서 다른 어휘들을 가지치기하고 있다. 풍부한 언어, 말의 결이 살아 있는 언어를 위해 지금이라도, 각 도 사투리를 허하라!

 

*사투리 도움: 오영순 우리문화연구 소장(제주도), 박원석 탯말두레 간사(전라도), 김은희 강원도사투리 카페지기(강원도), 최인호 한겨레 교열부장(경상도)

한겨레21 20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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