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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삶의 향기/작품 통장

정지용 연보와 문학

by 골든모티브 2011. 10. 6.

한국 현대시의 큰 별 정지용 문학기행

 

그곳이 차마 굼엔들 잊힐리야

 

김동기

정지용 연보와 문학

 

1902년 옥천군 옥천면 하계리 39번지에서 태어남

지용의 아명은 연못에서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태몽을 꾸었다하여 지룡(池龍)이었고 이 발음을 따서 본명은 지용(芝溶)으로 했음.

소월과 지용은 동갑이지만, 그들의 시를 보면 100년의 차이가 난다고 유종호는 말한 바 있는데, 이는 소월이 한국적 한()의 정서를 바탕으로 정통적이고 잠재적인 모국어를 구사했다면, 지용은 시적 대상의 적확한 묘사력과 언어조탁, 시적 기법의 혁신으로 모국어를 현대화시킨 최초의 모더니스트요 탁월한 이미지스트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 시대 최고 시의 성좌(星座) 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정지용은 한국 현대시사에서 시적언어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시인이다. 그의 언어에 대한 감각은 선명한 이미지와 절제된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의 이러한 면모는 김소월이나 김영랑류의 전통적인 서정시와는 다른 시적 특성을 보여준다, 그가 지향한 새로운 시적 흐름을 이미지즘 혹은 모더니즘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이재복 문학평론가)

 

1910년 옥천공립보통학교 입학(죽향초등학교, 옛 건물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57호로 지정)

1913년 송재숙과 결혼(12)

1918년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 김영랑, 이태준 등과 교류, 벽초 홍명희가 교사로 재직.

재학당시의 교우로는 3년 선배인 홍사용, 2년 선배인 박종화, 1년 선배인 김윤식, 1년 후배인 이태준 등이 있음. 휘문고 출신 문인(정지용, 김유정, 김영랑, 김훈 등) 배재고(나도향, 김소월)

1923년 향수를 씀, 일본 도시샤대학(同志社)에 유학(문인으로 오상순, 김말봉, 윤동주 등)

1926년 카페 프란스 발표, 본격적인 문단활동이 시작

1927년 바다, 향수, 압천 등을 발표

1929년 도시샤 대학 영문과 졸업, 휘문고보의 영어교사로 부임(16년간 재직)

1930시문학 동인(박용철, 김영랑 등) 유리창, 바다 등 발표

1933구인회 참여(김기림 이효석 유치진 이태준 정지용 이무영 박태원 이상 김유정)

1933년 가톨릭 청년 편집고문으로 있으면서 이상을 등단

1935년 정지용시집 출간

1939문장지 시부문 추천위원이 되어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이한직, 박남수 등을 등단시킴

1941년 백록담 출간

1946년 조선문학가동맹 아동문학분과 위원장에 추대, 지용시선 간행, 경향신문 주간

1947년 윤동주의 쉽게 씌여진 시발표(경향신문). 당시 주필이었던 정지용에 의해

1948년 윤동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서문을 씀.

정지용은 실제 윤동주와 만나지는 못했다. 윤동주는 정지용시인을 흠모하였으며 <정지용 시집>을 붉은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그리고 압천’(鴨川)이라는 시 작품 밑에 스스로 걸작(傑作)이라고 써놓았다. 그렇게 존경하던 정지용 시인의 서문을 받아 윤동주는 고인이 되어 화려하게 등단한 셈이다.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구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적도 없이 일제 헌병은 동()섣달에도 꽃과 같은, 얼음 아래 다시 한 마리 잉어와 같은 조선청년 시인을 죽이고 제 나라를 망치었다. 뼈가 강한 죄로 죽은 윤동주의 백골은 이제 고토 간도에 누워 있다.”(정지용의 서문 중)

 

1950년 사망. 625전쟁이 일어나자 북한 인민군에 의해 정치보위부로 끌려가 구금됨. 정인택, 김기림. 박영희 등과 서대문형무소에 수용되었다가 평양감옥으로 이감. 이광수, 계광순 등 33인이 함께 수용되었다가 그 후 폭사 당한 것으로 추정. 정확한 행적은 알 수 없다. 전쟁 이후 정부는 그를 월북작가로 분류해 그의 모든 작품을 판금시키고 학문적인 접근조차 금지시켰다.

625 전쟁 때 행방불명, 행적에 대한 증언이 엇갈림, 정지용의 행방에 관한 주장들 : 월북설(정부), 납북설, 월북 중 폭사설(정구인), 미군에 의한 처형설 등. 전쟁과 함께 그는 영원히 사라졌다.

 

1988년 월북작가 해금

1989년 지용시문학상 제정(현재 24회 수상)

1996생가복원(1974년에 허물어진 집), 초가집(지용유적 제1/본채, 행랑채), 우물, 돌담

2001년 이산가족 2차 상봉 신청 때 북에 있던 셋째 아들 구인(둘째와 함께 북한)씨가 아버지와 큰형 구관(엄마와 누이동생 구원은 남한)씨를 찾음(큰형과 여동생 상봉).

이 사실은 전쟁 중에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정지용이 어디서 죽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셈이다.

 

내가 인제 / 나븨 같이 / 죽겠기로 / 나븨 같이 / 날라왔다

검정 비단 / 네 옷가에 / 앉았다가 / () 훤하니 / 날라 간다. <사사조오수중, 나비>

1950(49) - <문예>지에 <사사조오수(四四調五首)>를 발표함(2)

1950<문예>지에 실린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시(김성장 시인), 이 작품을 끝으로 정지용의 작품은 우리 문학사에서 사라짐. 유언을 남기고 나비처럼 사라진 시인, 지금 정지용은 어디에 있을까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는다.

 

2002년 정지용 탄생 100주년

2005정지용 문학관 건립 : 문학전시실(지용연보/ 지용의 삶과 문학지도/ 지용 문학지도/ 문학체험-손으로 느끼는 시, 영상시화, 향수영상, 시낭송실, / 영상실-시인의 삶과 문학 / 문학교실 등

2005년 일본 교토 도시샤대(1923입학~1929졸업)정지용 <압천>시비 세움. 윤동주 <서시>시비는 10년 전인 1995년에 건립됨. 후배가 먼저 빛을 봄

 

鴨川 十里벌에

해는 저물어저물어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 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 짜라. 바시여라. 시원치도 않어라.

 

역구풀* 우거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 쌍 떠,

비맞이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鴨川 十里벌에

해가 저물어저물어… <가모가와(鴨川)>

 

*역구풀 : 여뀌풀과, 가모가와 강변에 여뀌가 많다

정지용시인이 일본 유학중 쓴 시, 가모가와(압천) 십리 벌에 긴 해가 드리울 무렵 남의 나라 일본 땅에 홀로 남은 조선 청년은 얼마나 서러웠을까? 오렌지 껍질 씹는 나그네의 시름일까?

 

2009년 향수 30리 길, 시문학 아트벨트조성 : 생가~장계관광지(멋진 신세계-정지용 시문학 산책로, 공공예술 프로젝트 1)까지

 

 

구읍 향수길 거리의 가게 간판마다 정지용 시 한 구절

-거리가 시집이고 구읍은 정지용 시인이 되다-

 

시로 꾸며진 아름다운 우리말 간판들을 소개한다.

 

모처럼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실거리나니’(오월소식 중에서) - 구읍 우편취급국.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향수 중에서). - 소고기집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을 울건만,’ (고향 중에서). - 붕어, 생선국수전문집 구읍식당.

 

흑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 찾으려/ 풀 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향수 중에서) - 치킨 호프집.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그의 반 중에서) - 사랑 노래방.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하니 눈 감을 밖에.’(호수1 중에서) - 마트.

 

나의 가슴은/ 조그만 <갈릴레아 바다>/ 때 없이 설레는 파도는’(갈릴레아 바다 중에서) -미용실, 이용원.

 

불 피어오르듯 하는 술/ 한 숨에 키여도 아아 배고파라’(저녁햇살 중에서) - 정지뜰식당.

 

앵도나무 밑에서/ 우리는 늘 셋 동무’(딸레 중에서) -앵도미용실.

 

곡식알이 거꾸로 떨어져도 싹은 반듯이 우로!’(나무 중에서) - 정미소.

 

정지용과 교과서

고 교과서 수록작품 : 향수, 유리창, 고향, 인동차, , 조찬, 산너머 저쪽, 호수1,

수능출제작품 : 향수, 인동차

 

지용문학상 (1989년 지용시문학상 제정)

수상자 : 박두진, 김광균, 오세영, 송수권, 정호승, 김지하, 문정희, 강은교, 도종환 시인 등

 

 

재미있는 동시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담배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믄 날도

비가 오시네.

 

이 시의 제목은 점쟁이가 아니고 할아버지이며 할아버지를 노래하고 있다. 그래서 이 시는 푸근하게 다가온다. 어린 손자에게 저런 할아버지란 신비로운 존재가 아닐까?

 

 

[해바라기 씨]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롱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 감고 한 밤 자고 나면

이슬이 나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맞추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시약시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짹! 지르고 간 놈이-

오오, 사시사철 잎에 숨은

청개고리 고놈이다.

 

이 시는 1927년 일본 도시샤대학 시절에 쓴 시로 신소년에 실렸다. 해바라기 씨를 심고 나서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 고양이가 꼬리로 다진다. 얼마나 재미있고 참신한 표현인가?

김동기, 한서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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