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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향기/한국 현대詩 100년

한국 대표 시인 초간본 총서-김억에서 윤동주까지

by 골든모티브 2008. 4. 17.

한국 대표 시인 초간본 총서

김억에서 윤동주까지 현대시 100년 ‘오롯이’

처음, 그 詩가 피어나던 그 모습 그대로…

한국 현대시의 바탕이 된 김소월, 정지용, 백석, 윤동주 등의 초간본 시집을 되살린 「한국 대표 시인 초간본 총서」(전20권. 열린책 들 刊)가 나왔다. 이 총서는 1920-40년대 초간본들의 간기(刊記.발행 및 인쇄 일시와 장소, 책값 등을 기록한 것)를 그대로 수록하는 등 시집의 본래 모습을 충실하게 재현했다. 그 러면서도 영인본과 달리 깨끗한 활자와 30-40대 젊은 화가들의 그림으로 표지를 꾸 며 일반 독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한자를 한글로 바꾸고, 시적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 현대적 표기법으로 바꿨으며, 시집마다 상세한 각주와 해설을 덧붙여 놓았다.

총서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시집으로 평가받는 김억의 첫 시집 「해파리의 노래」(1923.6), 김소월의 초기작 126편이 실린 「진달래꽃」(1925.12),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인 한용운의 「님의 침묵」(1926.5), 조선프롤레타리아동맹(KAPF) 문학부 에서 낸 시집으로 김창술, 권환, 임화, 박세영, 안막 등 다섯 명의 시를 담은 「카 프 시인집」(1931.11)이 들어 있다.

정지용의 첫 시집 「정지용 시집」(1934.10)과 두번째 시집 「백록담」(1941.9), 한국 현대시가 지닌 심미와 서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는 김영랑의 첫 시집 「영랑 시집」(1934.11), 발표 당시 100부 한정판으로 나왔던 백석의 첫 시집 「사슴」(1935.1), 카프 제2차 검거사건이 일어났던 1934년 이후 쓴 41편의 시를 수 록한 임화의 첫 개인시집 「현해탄」(1937.2)도 이번 총서에서 만날 수 있다. 김상용의 유일한 시집인 「망향」(1938.5),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공간을 확보 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광균의 「와사등」(1938.8), 일제말 암흑기에 국어의 순수성 을 지켰던 박남수의 「초롱불」(1939.2), 청록파 시인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의 공 동시집 「청록집」(1946.6)도 새롭게 편집됐다. 이용악의 두번째 시집 「낡은 집」(1937.11)과 세번째 시집 「오랑캐꽃」(1947. 4), 오장환의 두번째 시집 「헌사」(1938.7), 김기림의 두번째 시집 「태양의 풍속 」(1938.9), 유치환의 두번째 시집 「청마시초」(1938.12), 이육사와 윤동주의 유고 시집 「육사 시집」(1946.10)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1)도 총서에 포함 됐다. 문학평론가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씨가 책임편집했으며, 2천질 한정본 으로 출간됐다.

 

화가의 장정 작업 부활로 화단과 출판계의 이목 또다시 집중
한국 근대 장정사를 들춰보면 화가들이 표지 디자인을 맡아 작품을 완성한 경우가 많다. 한국 최초의 양화가로 꼽히는 고희동(1886-1965)은 육당 최남선의 지리산 수필기행서 <심춘순례>의 표지를 그렸고, 화가 김환기(1813-74)는 김동리, 계용묵, 박종화, 염상섭, 이태준의 단편소설을 모은 <해방문학선집>을 꾸몄다. 또 운보 김기창, 근원 김용준 등 20세기 전반기에 화단을 누빈 작가들은 문단과 교유하며 자신의 작품을 책에 수놓은 장정가들이다.

[한국 대표 시인 초간본 총서 목차]

김억, 『해파리의 노래』(1923. 6. 30), 192면
시뿐만 아니라 서구시와 시론의 수용 그리고 민요시 운동의 측면에서도 한국시사에서 중요한 시인인 김억(1896- )의 첫 시집이자 한국 최초의 시집. 정형시 창작으로 선회하기 전의 시 75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서구 시의 분위기를 띤 자유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김소월, 『진달래꽃』(1925. 12. 26), 248면
민족시인 김소월(1902-1934)이 스무 살 전후에 쓴 「진달래꽃」, 「산유화」, 「초혼」 등의 시를 묶어 1925년에 펴낸 시집. 전체 16장 126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한국 현대시에서 최초로 널리 주목받은 시집이자 가장 폭넓게 또 가장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시집이다.

한용운, 『님의 침묵』(1926. 5. 20), 184면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이기도 한 한용운(1879-1944)의 시집. 총 88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세련된 언어와 품위 있는 어법 그리고 화려한 비유적 상상력으로 1920년대의 빈한한 한국 시단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시집이다.

김창술 외, 『카프 시인집』(1931. 11. 27), 120면
카프, 즉 조선프롤레타리아동맹(KAPF) 문학부에서 기획되어 나온 시집. 당시 카프 맹원이던 김창술(1903~1950), 권환(1903~1953), 임화(1908~1953), 박세영(1902~1989), 안막(1910~?) 등 다섯 명의 시를 담은 이 시집은, 카프 시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1931년에 발간되어 이들 시의 면모를 집중적으로 보여 주는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지용, 『정지용 시집』(1934. 10. 17), 200면
정지용(1902- )의 첫번째 시집. 89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 이 시집은 한국어가 발랄한 감수성과 생생한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라는 사실을 증명해 냄으로써 우리 현대시사에서 새로운 시의 지평을 열어 주었다고 평가받는다.

김영랑, 『영랑 시집』(1934. 11. 5), 96면
김영랑(1903-1950)의 첫 시집. 총 53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거의가 『시문학』과 『문학』에 발표된 것이지만 발표 당시 제목을 없애고 일련 번호로만 구분되어 있다. 한국 현대시가 지닌 심미와 서정의 한 극단을 잘 보여 주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백석, 『사슴』(1935. 1. 20), 248면
백석(1912-1995)의 첫 시집. 발표 당시 100부 한정판으로 나왔던 이 시집은 표지, 종이, 활자, 편집 등에서 세련된 감각을 보여 줌으로써 한국 현대시사에서 가장 유니크한 시집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임화, 『현해탄』(1937. 2. 19), 248면
임화(1908~1953)의 첫번째 개인 시집. 대체로 1934년 카프 제2차 검거 사건 이후 씌어진 41편의 시를 수록한 이 시집은 당시 우리 문학사에 새로운 도덕적 열정과 문학관을 가져온 카프 문학을 대표하는 시집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가진다.

이용악, 『낡은 집』(1937. 11. 10), 88면
이용악(1914-1971)의 두 번째 시집. 15편의 시를 담고 있는 이 시집은 〈낡은 집〉이라는 심상을 통해 삶의 피폐와 절망이 서정성과 결합하여 절실하면서도 격조 있는 비애로 승화되었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될 만한 시집이다.

김상용, 『망향』(1938. 5. 1), 64면
김상용(1902-1951)의 첫 시집이자 유일한 시집. 대표작 「남으로 창을 내겠소」를 비롯하여 27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 이 시집은 단순하고 순박한 상상력과 자연적 삶이라는 주제가 잘 조화된 시세계를 보여 준다.


오장환, 『헌사』(1938. 7. 20), 64면
오장환(1918-1951)의 두 번째 시집. 자신이 운영하던 남만서방에서 발행되었으며 총 17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는 이 책은 1930년대의 어두운 시대와 그 속에서 절망하는 젊은이의 내면 풍경을 인상적으로 보여 준다.

김광균, 『와사등』(1938. 8. 1), 80면
김광균(1914-1993)의 첫 시집. 1930년대 출간된 시집 가운데서 가장 개성적인 시집의 하나로, 낯선 근대 문명의 분위기를 포착하여 한국 현대시의 시적 공간을 확장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김기림, 『태양의 풍속』(1938. 9. 25), 208면
김기림(1908- )의 두 번째 시집으로 그의 초기시 91편이 실려 있다. 김기림은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뚜렷하고 일관된 관점을 지니고 근대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으며, 『태양의 풍속』은 그의 시론과 시적 새로움을 확인시켜 주는 시집이다.

유치환, 『청마시초』(1938. 12. 20), 120면
한국 현대시사에서 가장 거대하고 열렬한 시인으로 평가받는 청마 유치환(1908-1967)의 두 번째 시집. 초기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깃발」을 비롯하여 54편의 시가 담긴 이 시집에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영원한 노스탤지어를 보여 주는 작품도 있고, 백로처럼 날개를 펴는 애수와 허무를 노래한 작품도 있으며, 슬프고도 애달픈 순정을 그린 작품도 있다.

박남수, 『초롱불』(1939. 2. 5), 64면
박남수(1918-1994)의 초기 시들을 모아 낸 첫 시집. 빛과 어둠의 대비 또는 비유를 통해 고통스런 현실을 암시하는 한편 토착적 풍물과 자연을 배경으로 민족적인 분위기를 보여 주기도 하는 이 시집은 일제 말 암흑기에 국어의 순수성을 지키고 민족 고유의 정서를 살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정지용, 『백록담』(1941. 9. 15), 152면
정지용(1902- )의 두 번째 시집. 시 25편, 제5부에 산문 8편이 실려 있는 이 시집은 첫번째 시집인 『정지용 시집』의 시들이 보여 준 감각과 언어 조탁을 좀더 심화시킨 한편, 동양 고전에서 주로 다루어지던 자연 세계를 시적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청록집』(1946. 6. 6), 104면
<자연 지향>이라는 공통적인 시 세계를 추구하는 박목월(1961~1978), 조지훈(1920~1968), 박두진(1916~1998)의 시를 모은 시집. 이들은 1939년을 전후하여 『문장』을 통해 등단한 젊은 시인들로, 해방의 감격 속에서 공통 시집을 냈다. 시집 제목은 박목월의 시 「청노루」에서 따온 것으로, 이 때문에 이 세 시인은 <청록파>라 불리게 되었다. 이 시집은 해방 전과 해방 후의 한국 현대시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새로운 시대의 젊은 시인들의 출현을 보여 줌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이육사, 『육사 시집』(1946. 10. 20), 72면
독립운동가이기도 한 이육사(1904-1944)의 유고 시집. 여기에 실린 총 20편의 시들은 독립 투사로서의 그의 삶 안에서 이해될 수 있는 동시에, 개인사와 특정한 시대를 넘어서서도 공감될 수 있는 보편적인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1940년대의 중요한 시집 하나로 평가된다.

이용악, 『오랑캐꽃』(1947. 4. 20), 96면
이용악(1914-1971)의 세 번째 시집. 이용악은 시에서 현실에 대한 깊은 관심이 미적인 성취도와 양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 최초의 시인이며, 총 29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는 시집 『오랑캐꽃』은 바로 그 점을 확인시켜 주는 시집으로 평가받는다.

 

[예스24 제공]